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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망친 곳의 낙원 Dec 22. 2024

16. 졸업 후 영국에서 취업하기

유창하지 않은 영어로 런던에서 취업이 가능할까?

논문 주제가 정해지고, 누군가는 이미 초록을 다 썼다는 카더라가 들려올 때쯤 유학생들은 또 다른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영국에 남아 취업할 것인지. 난 후자를 택했다. 개인적으로는 영국에서 꼭 한 번 직장생활을 해보는 것을 매우 추천한다. 특히 당신이 어리다면 어릴수록 더욱더.


이번 글에선 "왜 영국에서 일해보는 게 좋은지", "그렇다면 언제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영어가 애매해도 취업이 가능한지"를 경험에 비춰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영국에서 일하면 뭐가 좋을까

제일 좋은 점은 무엇보다도 영국에서 조금 더 살 수 있다는 점일 테다. 기본적으로 영국에서 취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영국생활이 만족스러운 분들일 테니까. 나 역시도 그런 부류였고. 언제부턴가 북적대는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걸으며 자기도 외국인인 주제에 "외국인들이 왜 이렇게 많아?"라고 투덜대기 시작한 이 가여운 검은 머리 명예영국인은 조금이나마 더 영국뽕을 누리고 싶었더랬다.


영국뽕을 치사량으로 맞아버린 가련한 K-아재.jpg

게다가 대통령 잘 뽑은 덕에 당분간 원화가치가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 시국에, 원화 대신 파운드로 월급을 받으면 자동으로 원화 월급이 오르는 마법 같은 일이! (물론 저금이 거의 안될 것이라는 냉혹한 현실은 잠시 잊기로 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타국에서 1년 이상 일하고 나면 더 이상 국내 취업시장에 한정하지 않고 원하는 어떤 나라에서든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견문이 생긴다는 점이 큰데, 이건 앞서 말했듯 당신이 어리다면 어릴수록 더 크게 체감될 장점이다. 기왕 영국에서 공부도 마쳤는데 꼭 스스로를 국내 시장에 묶어둘 필요가 있을까?


마지막으로 영국은 학업만 완수해도 2년짜리 워크퍼밋을 발행해 준다. 회사로부터 오퍼레터를 받아도 가챠를 돌려야 하는 미국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특혜다. 이 혜택은 졸업한 당해에 한해 신청받기 때문에 안 쓰고 가기엔 아쉬운 계륵 같은 옵션이다.


2. 타임라인

보통 1월에서 2월 사이에 가장 많은 채용공고가 올라오기 때문에 정말 영국취업을 도전해 볼 생각이라면 늦어도 11월에는 준비를 시작하는 좋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음 해 11월이 아니라 학기가 시작된 그해 11월이다! 영국의 채용 프로세스는 꽤 길어서 2월에 apply 하면 최소 한 달은 지나서야 첫 인터뷰 날짜가 잡히고 이후 두세 달에 걸쳐 인터뷰를 하고 난 후 최종 오퍼레터를 주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조금 일찍 취준을 해야 한다.


학기 중이라도 인턴십만 뜨면 개떼처럼 몰려드는 LSE학생들 ㅋㅋㅋ 미리미리 준비합시다


다만 한 가지 유의할 점은 학업 중일 때는 설령 오퍼레터를 받았더라도 Full-time으로 일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논문제출을 완료한 9월 말은 되어야 비로소 당신이 Full-time worker로 입사할 자격이 생긴다는 것이다. 입사일을 협의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보통 5~7월 정도에 올라오는 채용공고를 대비해 준비해야 가장 이상적인 타이밍에 입사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모든 것이 순조롭다면...ㅎㅎㅎ)


3. 링크드인 만들기

우리나라에선 아직 블라인드나 리멤버 등 토종 커뮤니티가 더 강세인 것 같지만 한국 밖에선 링크드인이 이미 직장인들 사이에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링크드인을 통해 자신의 이력서를 공개하고 네트워킹하는 것이 너무 일반적인 무드다. 그러니 인맥 하나 없는 낯선 나라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면 하루라도 빨리 링크드인 계정을 만들고 수시로 프로필을 업데이트하고 1촌을 늘려나가길 권한다. (좋은 링크드인 프로필 꾸미기에 대한 정보는 구글, 유튜브에 널려있고, 그 스타일도 정형화된 듯 하니 참고하시길).


문돌이는 역시 알맹이보단 포장지죠 ㅋㅋㅋ


그리고 요즘 국내에도 조금씩 보편화되고 있기도 한, "커피챗"을 적극적으로 요청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링크드인을 통해서 내가 선호하는 회사나 포지션에서 일하는 5명 이상의 현직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훗날 그 회사에 지원할 때 엄청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결과적으로 입사하진 못했지만).  경험상 10명에게 커피챗을 요청하면 1명 정도는 꼭 받아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시도해 보시길!


아참, 지나고 나서야 든 생각인데 이런 커피챗을 대비해서 감사의 마음을 표하기 위한 한국 냄새 물씬 나는 기념품을 미리 한국에서 사들고 가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꼭 커피챗이 아니더라도 그런 기념품은 어떤 방식으로든 요긴하게 쓰이기 마련이니까.


4. CV(이력서)

대학원 지원할 때 썼던 CV를 우려먹을 생각하지 말고, Professional CV를 무조건 따로,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CV에 최종본 따위는 없다. 계속 업데이트해야 하며, 더 많이 다듬을수록 더 좋은 CV가 나오는 것이 진리이기 때문에 더 빨리 준비할수록 더 유리하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줘서 피드백을 받고 대학 내 취업센터의 피드백 서비스를 잘 활용해 보자. (LSE 학생이라면 Job career hub를 무조건 활용하시길! 진짜 최곱니다! 이래서 학비가 다른 데보다 비싸구나 싶을 정도로 좋음.)


그리고 본인의 Dream company가 아니더라도 일단 비슷한 공고가 나오면 무조건 지원해 보시길! 왜냐면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영국의 채용시장도 썩 좋은 편은 아니라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흔히 Job Description이라 불리는 채용공고를 보다 보면 지금 시장이 원하는 인재상에 비해 내가 어떤 점이 부족한지 계속 되돌아보게 되고 그에 맞게 CV를 올바른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운 좋게 인터뷰라도 잡히면 그만한 실전경험이 또 어딨겠는가. 무조건 많이 지원하시길 권한다.


5. 영어실력이 애매해도 입사할 수 있는가?

어쩌면 아마도 제일 궁금한 질문일 테다. 내 대답은 "간절하면 어떻게든 된다"이다. 물론 영어실력이 원어민에 가까울수록 취업에 유리한 건 너무도 당연하다. 특히 영어실력이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는, 예컨대 방송작가라던지 기자 같은 포지션은 애매한 영어실력으로는 되기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당신이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분야를 지원한다면 (예컨대 IT나 디자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 이상의 영어실력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포트폴리오가 훨씬 중요하다. 특히 런던의 경우 영어를 네이티브로 하는 사람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지는 않다. 영어를 second laguage로 사용하는 이민자들이 큰 축을 차지하는 멜팅팟이다.


한편 특별한 기술이 없더라도 방법은 있다. 생각해 보라. 우리가 영어를 잘 못하는 이유는 우리는 한국어 네이티브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적극 활용해서 한국으로 사업을 확장시키려고 하는 영국 회사에 취업을 하거나 영국에 이미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에 취업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후자는 크게 추천하지 않는다. 설령 그것이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한국 본사보다 처우가 안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나중에 승진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쨌든 한국어가 일종의 스펙이 될 수 있는 곳에 취업하는 건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다. Job Posting sites에서 Korean Speaking을 검색해 채용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해 보길 권한다.


내 경우엔 이 두 포인트를 다 만족시키는, 즉 특별한 기술(콘텐츠 기획 및 제작기술)을 바탕으로 한국으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하는 플랫폼 회사의 아시아팀 매니저로 지원했고 운 좋게 오퍼레터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저질스러운 영어실력 때문에 한국에서 일할 때에 만큼 만족스러운 임금협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리고 영국 취업의 또 하나의 장점은 나이를 아예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애초에 CV에 나이를 쓰지도 않고, 면접에서 내 얼굴을 봐도 내가 몇 살인지 가늠하지도 못한다. 그러니 마흔을 바라보는 우스꽝스러운 영어발음의 나도 취업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겠지.


6. 나가며

오늘은 글이 좀 길어진 경향이 있다. 오랜만에 써서 그런 것 같다. 역시 글은 자주 주기적으로 쓰는 것이 답인 것 같다. 게을렀던 스스로를 반성하며 아래 네 줄 요약을 해본다.


1. 외노자에게 아묻따 2년 워크퍼밋을 주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꼭 활용해 보시길!
2. 환율도 박살 났는데 이참에 파운드로 월급을 받으면 원화로는 월급이 계속 오르는 마법이?ㅋㅋㅋ
3. 영국에서 공부까지 했는데 꼭 자신을 국내시장에 묶어둘 필요가 있을까요? 세계무대로 진출 ㄱㄱ!
4. CV는 미리미리 준비해 두시고,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다 방법이 있으니 꼭 한 번 도전해 보세요!


아참, 아래 영국의 Job Posting 사이트를 잘 정리한 다른 블로거 분의 글을 링크한다. 이 글에 나오는 구직사이트 정도는 꼭 매일 확인하도록 합시다!


https://brunch.co.kr/@pattibonita/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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