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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량 김종빈 May 31. 2019

나이를 먹다 보면 그런 게 있긴 있더라구요.

의심

 "야, 너도 나이 먹어봐. 임마."

 내가 스무살 때 서른 중반이 다 되어가는 형이
내게 했던 말이었다.

 형은 꽤나 멋진 사람이었다.
이것저것 아는 것도 많고
이런저런 일들도 많았다.
심지어 그 나이가 되어서도
젊은 녀석들에게 지지도 않고
치는 것 까지 잘 쳤다.

 이따금씩 나도 나중에 저 형처럼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근데 그 형이 한 번은 바보같이
끙끙거리며 속을 앓더라.
뭔가 싶었더니 좋아하는 사람 때문에
속앓이를 한다 했다.

 바보같이.

 그래서 말했다.
"형, 그냥 가서 좋다고 해요. 왜 그러고 있어요."

 형은 내게 "그러게."라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야, 나이를 먹으면 이상하게 겁이 많아진다. 점점 겁이 많아지는데, 그걸 또 참았다고 이야기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참다가 다 놓치고 나면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면서 혼잣말이 는다. 이상하게 그렇게 된다."

 "너도 나이 먹어 봐라."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라며 형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었던 나는 그맘때의 형만한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를 알던 친구들이 웃는다. 마음 가는 대로 가던, 그 마음이 사랑이라고 작은 의심조차 않 내가 팔십먹은 노인처럼 혼잣말만 중얼거리는 게 우습단다.

 그래, 나도 우습다. 나이만 먹지, 괜한 것 까지 먹어서 이렇다. 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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