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나도 가끔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면 좋겠어.

위로

by 서량 김종빈

평소 잘 안 듣던 노래였는데, 어째서인지 오늘은 정말 우연하게 듣게 되었다. 노래가 끝나고 이제 다른 노래가 나오는데, 다시 또 전으로 돌려서 그 노래를 들었지. 그리고 노래가 끝났는데, 이제는 작정하고 반복해서 듣기 시작했지.

평소에는 듣지도 않던 노래를 몇 번이고 들었어. 멜로디가 마음에 들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사가 마음에 들었거든.

"흔들리는 건 달빛이 아닌 달을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 그래 봤자, 뭐해. 세상이 온통 지옥인데..."

한 열 번쯤 들었을까, 갑자기 눈물이 나올 것 같더라. 웃기지, 그래, 그냥 방 안에서 노래를 듣다가 갑자기 말이야.

그냥 내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어서 그랬나봐. 나를 다그치는 노래, 그래도 나만 그런 건 아니라는 이야기, 그런 것들을 듣고 싶었나봐.

사실, 평소에는 듣지도 않던 노래인데, 유행곡도 아닌데, 나는 오늘 하루 종일 그 노래를 들었어. 내게는 오늘 어떤 노래보다도 위로가 되는 노래였거든.

어제 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쓰는 곳에서 알림메세지가 왔어. 내 이야기의 구독자가 100명이 되었다더라. 그걸 보고 혼자 막 웃었어.

전에 내 친구 하나가 내게 이렇게 말했거든, "종빈이 브런치는 종빈이 닮아서 구독자 수도 항상 98, 99명에서 머무는구나." 그래서 내가 그랬지. "좋잖아, 가끔씩 내 이야기를 보러 와주는 사람들이 그 정도라도 있는 게, 더 바라면 욕심이지."

언제부터랄까, 그냥 알게 된 건데. 내 이야기는 뭔가 좀 재미가 없어. 감성도 좀 남들과는 다르게 살짝 비뚤어져 있고 말이야. 애초에 사랑받는 글을 쓰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서운하기는 하더라.

어째서일까, 어린 시절 가난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소년의 날 선 세계가 문제였을까, 그도 아니면 폭력 가득한 청춘 때문이었나, 글쎄다. 전부였는지도.

근데 그런 내가 이야기를 쓰는데도 몇 번이고 거듭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참 이상한 기분이더라.

내가 아팠던 흔적들이 군데군데 묻어나는 이야기, 괴로운 마음마저도 굳이 찾아와서 보아주는 사람들이 이제 100명이 되었어.

구독자 수에 연연한 건 아니지만, 사실 죽을 때까지, 죽어서 더 이상 내 이야기를 할 수 없을 때까지 구독자는 98, 99명 언저리에서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거든.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글을 쓰는 사람들은 아마 평생 가도 이 기분 모를 거야.

스스로가 엉망이라며 지겹도록 이야기하는데도 그걸 굳이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말이야.

이렇게 엉망이고 무력하고 망가진 나라도, 아직 내버려지지 않은 채로 있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지, 정말 모를 거야.

정말 별거 아닌데, 그냥 기뻤어. 보아주는 사람 하나 없다 해도 나는 무언가를 끄적거리며 매일을 살 테지만, 그런 나를 가끔씩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기뻤어.

어쩌면 혹시, 어쩌면, 내 이런 이야기라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봤어.

어떤 힘들고 지친 날, 문득 내 이야기가 위로가 되어서 펑펑 울고 싶은 누군가와 함께 울어주는 이야기가 되면 정말 기쁠 텐데 말이야.

마치 내가 오늘 만난 노래처럼.

"흔들리는 건 달빛이 아닌 달을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 그래 봤자, 뭐해. 세상이 온통 지옥인데..." 그래, 비록 꽃처럼 아름다운 가사가 아니더라도 내게는 오늘 너무나 고마운 노래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