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시작하는 순간
2019년 3월. 다가올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교사 부부인 우리는 세상 끝까지 모두 우리 눈에 담아서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새로운 여행을 계획하였다. 이미 가까운 일본부터 동남아, 유럽, 뉴질랜드 등 많은 나라들을 보고 배웠지만, 한 번 배우기 시작한 갈증은 마침표를 찍을 줄 몰랐다.
이미 12월 달에 오스트리아로 크리스마스 마켓을 체험하는 여행을 다녀온 후라서 유럽을 또 간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하였지만, 우리나라 주변의 나라들은 이미 많이 다녀 보았고, 유럽에는 하나의 나라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유럽이라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여러 나라들의 다양한 특징들을 배워보고 싶었다. 게다가 오스트리아만 보고 와서 동유럽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갈증도 있어서 이참에 폴란드나 체코를 다녀오면 동유럽의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올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가 되었다.
그러나 유럽을 여름에 간다는 것은 적잖은 모험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더운 날씨와 많은 관광객, 그리고 비싼 항공료와 숙박료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세 차례 유럽으로 여행을 갔을 때에는 모두 겨울을 이용하여 유럽에서는 여행 비수기인 계절적 요인과 저렴한 항공료 및 숙박료, 줄 서지 않아도 입장할 수 있는 관광지의 매력을 뺄 수 없었다. 그러기에 여름을 이용해서 더위를 식혀가며 여행을 가는 것은 상상하기 싫은 일이었다. 마치 동남아시아로 여행을 다녀 보면 걷는 것이 힘들고 하루를 버티는 것이 자유여행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배우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망설이다 보니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2월이 지나 버렸다. 게다가 2월까지 파견 기간이다 보니 쉴 수 있는 시간도 없었고, 며칠 쉬는 시간에는 집 안의 인테리어를 하느라 여유가 더더욱 없었다. 이제 3월부터는 항공료를 아무리 저렴하게 잡아도 유럽의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120만 원 이상은 주어야 할 것 같은 운명적인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예전부터 한 번 타보고 싶었던 항공사 홈페이지부터 차례대로 들어가서 금액을 조회해 보았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은 이미 예상 금액을 벗어나 있었고, 카타르 항공, 루프트한자, 케세이퍼시픽 등의 항공사도 여름 항공권 가격은 상당히 높았다. 나는 동남아시아로 여행을 갈 때 부산에서 한 번에 갈 수 있는 베트남 항공을 종종 이용하는 편인데, 베트남 항공은 3개월 전에는 금액을 조회하기 힘들어서, 그 때까지 기다리다 안 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는 수가 있기에 제외하고, 남은 항공사인 중동 항공사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항공사라고 하는 카타르 항공은 130만 원대의 가격을 제시하고 있어서 내키지 않았고, 에미레이트 항공사를 들어가서 조회를 하였는데, 8월 18일 이후의 항공권은 80만 원대로 조회가 되었다.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름에 유럽으로 가는 항공료가 80만 원대라니. 겨울에도 이 가격으로 가기가 어려운데, 여름철에 항공료가 이 가격이라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어차피 두바이를 경유해서 간다면 유럽의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비슷한 항공료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폴란드나 체코의 경우에도 85만원 정도였으니 우리들은 에미레이트 항공을 타고 동유럽을 가면 되리라 생각했다. 아이에게도 폴란드나 체코를 가는 것이 어떠냐고 이미 말을 해놓은 상태라서 아이도 쉽게 승낙을 해 주었다. 아내도 적당한 항공료라서 괜찮겠다고 승낙을 해주었다.
그런데,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이 비행기를 타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여러 노선을 조회해 보기 시작하였다. 이탈리아, 스위스, 포르투갈까지 검색하고 나니 북유럽도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이 들었다. 그래서,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등을 검색해보았더니 그곳도 갈 수 있게끔 노선이 많이 만들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터넷으로 북유럽에는 어떤 나라들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여행을 하는 것인지 궁금해서 몇 차례 서핑을 해 보았다. 우연히 가장 상단에 있는 노르웨이에 대해 적어 놓은 블로그를 읽다가 블로그에 적어 놓은 글 중에서 내가 작년에 아이들과 보았던 그 영화의 한 장면을 적어 놓은 글을 보았다. 톰 크루즈가 출연한 ‘미션 임파서블’의 마지막 촬영 장소인 절벽신이 촬영되었다고 하는 노르웨이 프레이케스톨렌에 대한 이야기였다. 분명히 나도 본 영화였는데, 마지막 전투신에서 정말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서 위험을 무릎 쓰고 전투신을 찍는 장면이 머리를 스쳐 갔다.
그곳이 정말 지구상에 있는 곳이었나? 영화 속에서 영화적 상상력으로 꾸민 가상의 장소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블로거는 분명히 그곳이 영화를 촬영하였던 장소라고 당당하게 적고 있었다. 산꼭대기에 넓고 네모난 돌판 위에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고, 그 옆으로는 600미터가 넘는 절벽이 있는 바로 그 프레이케스톨렌.
나는 옆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아내에게 말을 걸었다.
“여보. 우리 노르웨이로 갈까?”
아내는 쉽게 대답하지는 못했지만, 지나가는 말로 쉽게 말을 해 주었다.
“당신 마음대로 해.”
내가 다시 대답했다.
“그러면 우리 노르웨이로 가자.”
여전히 아내는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노르웨이라는 나라 이름은 들어 보았지만, 그곳이 도대체 어떤 곳인지는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었고, 우리가 노르웨이를 알고 있는 것은 노르웨이 고등어, 노르웨이 연어 정도 밖에는 아는 것이 없었다.
나는 2주일 정도를 더 검색했다. 노르웨이에 여행을 어떻게 가야하는지, 노르웨이의 물가는 어떤지, 어디를 구경하고 와야 하는지 등등에 대해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또한 노르웨이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서점에 가서 노르웨이와 관련된 관광안내책자를 구입하려고 했지만, 노르웨이만 기록한 책자는 없었다. 북유럽과 관련된 책자 안에 몇 십 페이지 할애하여 노르웨이에 대해서 적고 있는 책이 전부였다. 그리고 여행 글을 올린 블로거들은 대부분 자유여행을 다녀왔는지 노르웨이에서는 렌트를 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또한, 어떤 나이 지긋하신 유투버님께서는 자신은 노르웨이의 비싼 물가에 비해 저렴하게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비결이 캠핑이라는 말을 하며 자신이 얼마나 절약해서 다녀왔는지 적은 동영상을 볼 수 있었다.
마음속으로 2가지의 결론을 내렸다. 첫 번째로 ‘노르웨이를 가려면 캠핑카를 빌리거나 렌트를 해야겠구나,’, 두 번째로 ‘캠핑장에서 잠을 자면 그나마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이었다. 이미 1년 전에 뉴질랜드로 캠핑카 여행을 다녀와서 캠핑카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지라 이번에는 렌트를 하면 좋겠다는 결론에까지 닿아 있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만 간다면 그런 여행이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지난 번 뉴질랜드 캠핑카 여행이 즐거울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 바로 여러 가족이 참여해서 가다보니 아이들도 서로 어울릴 수 있고 어른들도 매일 같이 저녁을 먹으며 회식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어서 좋았던 점이 떠올랐다. 그래서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노르웨이를 같이 갈 사람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먼저 대답을 해준 친구는 학군단 후배였다. 아이가 둘 있는데 모두 어리지만 제가 말한 노르웨이가 대단히 신선하고 가보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 친구와 며칠을 이야기하고 스케줄을 잡으려고 하였는데, 마지막에 내가 그 친구에게 다른 곳을 가는 것이 어떤지 방향을 바꾸어 주었다. 왜냐하면, 아이가 어려서 이동이 많은 여행이 힘들고, 두 번째는 유럽을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데, 처음부터 북유럽을 경험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결국 우리 가족만 남게 되었는데, 이후에 작년에 여행 관련 연수를 들으셨던 선생님께서 더 늙기 전에 자유여행을 같이 가보면 다음에는 혼자서도 갈 수 있겠다고 말씀하셔서 그 선생님 가족과 동반 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