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전쟁 대신 ‘체포’를 택했나
"미국은 베네수엘라 재건에 단 한 푼의 세금도 쓰지 않을 것입니다. 그 비용은 석유 회사들이 지불하게 될 것입니다." 2026년 1월 3일 마두로 체포 직후 발표된 이 짧은 선언은 현대 제국주의가 도달한 가장 영악한 진화의 형태를 보여준다. 과거의 제국이 영토 확장을 위해 막대한 혈세와 병력을 소모하는 '적자 사업'을 감수했다면, 트럼프의 제국은 전쟁의 비용을 글로벌 자본에 외주(Outsourcing) 준다. 승리할수록 제국의 장부가 두꺼워지는 ‘제로 코스트 제국주의(Zero-Cost Imperialism)’의 실체다.
그간 강대국들이 개입을 망설였던 본질적인 이유는 도덕적 고뇌가 아니라, 천문학적인 점령 및 재건 비용이라는 경제적 하중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앱솔루트 리졸브’ 작전에서 제국은 공식을 바꿨다. 3,000억 배럴이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 매장량을 가진 베네수엘라를 ‘부실 자산’으로 규정하고, 이를 정상화할 자금력을 가진 민간 자본을 전면에 내세웠다. 엑손모빌과 셰브론 같은 거대 석유 기업들은 리스크가 제거된 유전 시설을 선점하기 위해 재건 비용을 선지불하고, 제국은 그 대가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절대적 통제권을 확보한다.
이 모델에서 군사력은 더 이상 단순한 파괴의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시장의 빗장을 강제로 여는 ‘집행관’이자, 자본이 안전하게 투입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지정학적 보안 서비스’로 기능한다. 이는 전쟁이라기보다 부실 기업을 인수하여 정상화하는 ‘지정학적 M&A’에 가깝다. 제국은 베네수엘라를 제대로 운영하여 국민들에게 부를 되찾아주겠다고 말하지만, 그 부의 우선순위는 철저히 투자 수익의 회수와 작전 비용의 상쇄에 맞춰져 있다.
이제 세계의 소국들은 공포를 넘어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한다. 당신의 국가가 제국과 자본의 알고리즘 위에서 ‘수익성 있는 자산’임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제국은 당신의 몰락에 단 1센트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당신의 주권이 자본의 흐름을 막는 장애물이 되는 순간, 47초의 폭발과 함께 ‘자산 압류’라는 이름의 사법 집행이 시작될 것이다.
주권은 이제 신성불가침의 권리가 아니다. 제국이 직접 관리하는 것보다 당신이 운영하는 것이 더 효율적임을 증명할 때만 허용되는 ‘한시적인 경영권’일 뿐이다. 제국의 장부 위에서 당신의 나라는 여전히 ‘투자할 가치가 있는(Investable)’ 상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