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파산을 막기 위한 제국의 마취제
미국 네바다 사막의 어느 컨테이너 사무실. 에어컨이 뿜어내는 서늘한 공기 속에서 청년 병사는 조이스틱을 쥐고 모니터를 응시합니다. 화면 속에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테헤란 외곽의 한 저택이 흑백의 점들로 흐릿하게 보입니다. 명령어가 입력되자 작은 십자선이 목표를 고정하고, 몇 초 뒤 화면엔 소리 없는 불꽃이 일어납니다. 병사는 커피 한 모금을 마신 뒤 ‘임무 완료’를 기록하고 퇴근합니다.
이것은 제국이 완성한 ‘비대면 지옥’의 일상입니다.
우리는 AI 드론이 ‘부수적 피해’를 줄여 전쟁을 더 인도적으로 만들 것이라 믿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냉혹한 진실은 정반대입니다.
AI는 살인을 더 정교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닙니다.
살인을 더 쉽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과거의 전쟁이 적의 눈을 마주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투쟁이었다면, 지금의 전쟁은 알고리즘이 추천한 표적을 승인하는 ‘클릭’의 반복입니다. 살육의 현장은 고해상도 인터페이스 위에서 실행되는 하나의 ‘작업(Task)’으로 변질됩니다. 인간의 죄책감은 소프트웨어의 확률 계산 뒤로 숨고, 살인은 공장의 공정처럼 산업화됩니다.
이것은 책임의 회피이자 고도로 설계된 ‘도덕의 외주화’입니다. 기계가 결정했다는 명분 뒤에서 제국은 전례 없는 규모의 암살을 수행하면서도 깨끗한 양심을 유지합니다. 전쟁의 결정권은 인간에게 있지만, 도덕적 책임은 알고리즘의 뒤편으로 밀려납니다. 이것이 제국이 완성한 비대면 지옥의 본질입니다.
기술은 인간을 전쟁의 실체로부터 소외시킵니다. 죽이는 자는 피 냄새를 맡지 않고, 죽는 자는 누가 자신을 조준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기괴한 비대칭. 이 과정에서 전쟁의 문턱은 낮아지고, 무력 사용에 대한 제국의 망설임은 사라집니다. AI라는 지능이 인간의 원초적인 폭력성을 가장 우아한 방식으로 포장해 주고 있는 셈입니다.
기억하십시오. AI 드론의 렌즈에는 연민이 없습니다.
제국은 당신을 인간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저 제거해야 할 노이즈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