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구는 발이 빠질까 무서워서였다. 그러고 보니 녀석의 발은 배수구의 틈새에 비해 아직 작았다. 똘복이가 충분히 자란 어느 날, 내가 먼저 신을 벗고 맨발로 배수구 위에 섰다. 똘복이가 나를 따라서 슬쩍 오른발을 디디길래 맛있는 걸 줬다. 그러자 왼발도 디뎠다. 얌전히 앉길래 간식을 또 주었다. 그 이후로 녀석은 배수구를 편안하게 지났다. 원하면 훌쩍 뛰어서 건넜다.
참새나 곤충이 현관에 있어도 아무 내색하지 않았다. 속으로는 여전히 기겁했지만 티 내지 않았다. 내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 저 녀석은 내게 칭찬을 받은 줄 안다. 나를 기쁘게 해 주려고 또 그럴 것이다. 이제 사냥 실력이 늘어서 쥐를 물어올지도 모른다. 그건 정말 곤란하다. 이를 악물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서너 번 그렇게 했더니 녀석이 드디어 깜짝 선물 준비를 멈췄다.
뒷산을 오롯이 한 바퀴 뛰게 해주고 싶어서 나는 새벽같이 일어났다. 내가 거실로 나오면 베란다 자기 집에 있던 똘복이도 눈을 똥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나갈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나의 외출이 줄고, 퇴근은 빨라졌다. 똘복이랑 보내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갖고 싶어서. 똘복이는 같이 산책하면 내 속도에 맞춰 걷고, 먼저 가다가도 얌전히 앉아 나를 기다렸다. 하루 종일 혼자 심심할 텐데도 말썽 안 부리고 잘 지내주었다. 배변은 마당 한 켠 파둔 구덩이에 얌전히 하고 스스로 흙을 덮었다. 종이상자도 이제 별로 필요하지 않았다. 이름처럼 똘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