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시간3

2021 그리고 2026

by girok


1. 우울은 무엇이라고 생각해?


2021: 뚜렷한 이유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먹구름 같은 거, 어둡고 칙칙한 하늘도 하루 이틀 며칠이 지나면 맑은 하늘이 찾아오기 마련인데, 먹구름은 걷힐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서 늘 이유 없는 슬픔 속에 갇혀서 나를 탓하며 내 마음 감정들을 갉아먹는 거, 그렇게 서서히 우울에 삼켜지는 나. 그 단어만으로도 너무 아파져서 꺼내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늘 함께 해야 하는 우울, 사람들을 너무 아프게 하는 우울, 우울이란 감옥에서 우리는 황폐해져만 가고 결국 메말라 죽는것.



2026: 이전에 나는 우울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마음이 아렸다. 트라우마처럼 마주하기 싫었던 것. 사람은 누구나 우울에 빠질 수 있다.


흐리다 비가 내리고 일정 시간이나 날이 지나면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다시금 맑아지는 우울이 있는가 하면, 그칠 줄 모르는 비를 하염없이 우산도없는 무방비 상태로 매시 매분 매초마다 매일 비를 맞는 우울이 있다. 그냥 가볍게 흘려보낼 수 있는 것과 그것이 내 일상에 깊숙이 박혀버려 빼낼 수 없는 돌과도 같은 것이 있다.


이제는 그저 우울도 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무엇이라고 정의 내리기 어려운 것 같다. 질문의 요지는 우울이 무엇과 같은가? 이지만, 나는 무엇과 같다고 답을 하고 싶지 않다. 아, 하나 말하자면 우울은 가끔 나를 감정이 없는 기계처럼 지내게 만든다. 그 시간이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몇 주 몇 달 동안 나를 삐빅 스위치를 눌러야만 켜지는 기계처럼 지내게 했다. 할 말은 더 있지만 쓰다 보니 길어져서 여기서 마쳐야겠다.



2. 행복은 무엇이라고 생각해?


2021: 작고 깊은 것, 화려하지 않아도 작은 것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무언가, 몸과 마음이 평온한 상태, 좋아하는 일들을 할 수 있는 거, 사람마다 행복의 크기도 기준도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행복은 화려하고, 거창하지 않지만, 그저 몸도 마음도 다 건강한 상태에서 즐기는 모든 것들이 아닐까 싶다. 행복은 늘 어려운 과제인 것 같다. 문득 생각지도 못한 것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느끼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정말 행복은 별거 없고 그렇지만, 그래서 더 어려운 게 아닐까 싶다. 늘 내게 남겨진 숙제 같은 거.


“아! 나는 정말 행복해 행복한 사람이야.” 라고 느끼지 않는 순간들이 행복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행복을 의식하기 시작하는 순간 행복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행복을 의식하지 않아도 많은 순간들이 그렇게 흘러갔고 가고 있다고 믿고있다. 그저 나는 그걸 그렇다 의식하지 않는 것뿐이 아닐까 싶다. 의식하고 헛된 것들을 붙잡지도 좇지도 않으며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도 않지만 이 평범함이 좋다 사실 질문과 조금 벗어난듯한 답변이지만 그냥 이런 생각이 들었다. 행복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2026: 행복이라는 단어에 갇혀 행복에 집착하지 않는 것.


사람은 두 가지의 경우가 있다고 한다. 행복해서 사는 사람과,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사람. 전자는 이미 행복한 사람이고, 후자는 행복을 의식하며 행복하려고 애쓰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이전에 내가 행복을 대하는 방식은 나를 더 불행하게 했고, 행복을 찾을수록 더 불행해졌다. 무엇이 계기가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행복이라는 단어와 내가 만들어낸 틀을 내려놓고 벗어난 순간 나는 행복에게서 해방된 느낌을 받았다. 행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누군가의 말은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요즘에 나는 그저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사는 것 같다. 아직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상에 특별한 이벤트는 없지만, 내가 정한 나만이 알고 있는 것들을 실천하고 실행에 옮길 때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고 실천들이 하나둘 모여 내 일상을 만들고 내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하는 모든 것들을 지켜주는 것 같다.


무탈한 삶이 행복이라 누군가는 그랬다. 그런데, 어떻게 삶에 아무런 굴곡이 없겠는가. 삶은 부정과 긍정 두 가지의 경우가 있다고 생각한다. 굴곡과 시련이 끊이지 않는 절망과 불행 편은 부정. 즐겁고 행복한 일들이 있고, 큰 이슈 없이 무탈히 매일을 지내는 행복과 희망편은 긍정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과연 어느 편에 속해있을까?


내 도표의 흐름은 상승세일까 하락세일까 이렇게 끊임없는 생각들이 나를 지치게 한다. 이런 생각 고민 좋다. 좋은데 가끔은 이런 생각을 내려놓아야 한다. 긍정과 부정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진동과도 같다. 핸드폰 진동이 느껴지면 화면을 키듯 삶의 어떠한 진동이 느껴질지라도 그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느끼는 것 이런 과정들이 지나 찾아오는 정제된 평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면 어느 순간 삶이 풍요로워질 거라 생각한다.



3. 많이 느끼는 감정은 뭐야?


2021: 우울이 아닐까 싶은데, 우는 날이 전보다 부쩍 는 것 같아서 속상하지만, 이렇게 감정을 해소할 수 있어서 한편으론 다행인 것 같다. 이전에는 잘 울지도 못했는데, 지금도 늘 소리 내어 펑펑 울지는 못하지만, 다른 여러 감정들도 많이 느끼지만 딱 드는 생각은 이러한 것 같다. 땔 수 없는 존재 같은 거.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마냥 감정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때가 있었다. 감정이 0이었다가, 100이었다가 한다. 이런 감정을 붙잡고 달래느라 혼이 났다. 그냥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했다.



2026: 걱정-우울-좌절-무기력 이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를 힘들게 했다. 앞서 말했듯 끊이지 않는 이슈들에 나는 내 몸을 던져놓고 그 속에서 내 정신과 마음 몸도 다 잃어버리고 더럽혀진 것 같았다. 많은 순간을 경험하며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감정이 많았다. 초 중반에 나는 회피하고 그 순간을 지나쳤지만, 지금에 나는 회피하지 않고 그 순간을 바로 마주 보며 그 감정을 느끼고 상황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회피하지 않고 감정을 마주 보기까지 정말 오래 걸렸다.




4. 상처받으면 어떻게 하는 편이야?


2021: 이전에 나는 상처를 쉽게 받았었다. 그런 상황들에 쉽게 노출되는 삶을 살아와서 그때마다 여러 번 무너지고, 울고 아팠는데 딱히 뭘 어떻게 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에게도 큰 기대도 바라는 것들도 없어서 상처를 받을만한 상황도 잘 생기지 않고, 혹여나 어떠한 상황으로 상처를 받게 되는 때가 있어도 그저 그렇구나 하고 만다. 상처받으면 받는 거고, 아닌 건 아닌 거라고 그냥 그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다행이라면 주위에 내게 상처를 줄만한 사람들도 상황도 요즘은 없다. 그냥 신경을 잘 쓰지 않으려고 한다.



2026: 상처를 받을지 말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늘 상처받는 선택을 했다.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감상적일 때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했고 감정을 앞세워 유익하지 못한 사람과 대화에 내 몸을 구겨 넣으며 소속감을 느끼길 원했다. 지나고 나서야 그런 관계들은 인스턴트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관계들을 하나 둘 끊고 나서야 내 상처들은 조금씩 희미해졌다.


사실 어떠한 말에도 크게 대미지를 입는 편은 아니다. 너무 많은 일을 경험하다 보니 무뎌진 것인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 할 때가 많다. 많지만, 사람들은 내게 “너는 정이 많아서 사람이 착해서…” 상처를 받는 거라고들 했다. 좋은 말인데, 정이 많고 착한 사람이 왜 상처를 받지? 그 순간만큼 나는 진심이었기에 상처를 받았나 보다. 그렇다고 내가 정이 많고 착하다는 건 아니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라고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다. 그저 무던하게 흘려보낼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있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고 마음이 없으면 느낄 수 없고 애정이 없으면 사랑이 없다. 그렇지만 괜찮다. 그렇게 누군가를 찾고 기대하고 마음을 열고 애정을 쏟을 힘이 내게 남아있지 않기에. 나는 그런 삶을 살기로 택했기에 이제 더는 상처받지 않는 선택을 하기 위해 보다 더 이성적이게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한다. 그 누구도 나에게 상처를 줄 권리는 없다.



5. 가장 좋아하는 날씨는?


2021: 여름과 겨울을 좋아한다고 했으나, 이번 여름은 싫다. 겨울이 좋은 것 같다. 여전히 나는 피부에 닿는 찬 공기가 좋다. 그 차가운 공기들이 좋다. 아직은 그렇다.


2026: 여전히 나는 겨울이 좋다. 겨울이 찾아오면 슬픈 날들이 많았지만, 겨울만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와 차가운 공기들이 피부에 닿을 때 나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서늘하게 부는 바람이 먹구름이 낀 하늘이 아무래도 난 따뜻하고 뜨겁고 미지근한 날씨 보다 차갑고 춥고 서늘한 날씨가 좋다.




6. 살아있다고 느끼는 때는?


2021: 내가 느끼는 감정을 글로 쓸 때, 날씨가 좋은 어느 날에 길을 걷거나, 산책하면서 느끼는 따사로운 햇살이 나를 비출 때, 슬프다고 울 때, 엄마가 안아줬을 때. 내가 나에게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답할때 나는 생각하지 않을때 죽어있는 것 같다. 어느날은 살기 위해서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해야만 했다.



2026: 호흡을 할 때, 이른 아침 커튼을 걷고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열어둔 틈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느낄 때. 감정에 솔직할 때. 생각을 하고 느끼며 음악을 듣고 글을 적을 때. 살아있는 사람은 호흡을 하고 온기가 있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말하고 적는다. 그래서 나는 아직 살아있는 것 같다. 글을 언제까지 적을지 모르겠지만, 살아있는 한 느낀 것들을 적을 것이다. 그래서 브런치가 주는 의미가 특별하기도 했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시작한 브런치가 요즘 내게 큰 위로와 공감을 느끼게 해준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쓰지 않는다. 그저 나는 보고 느낀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이고 싶다.




7. 어떤 사람을 좋아해?


2021: 솔직한 사람, 억지로 꾸며내서 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솔직함을 보여주는 사람, 공감할 줄 아는 사람, 내가 느끼고 경험한 것들이 아니어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그 말에 끄덕일 줄 아는 사람, 타인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낄 줄 아는 사람. 언어의 온도가 따뜻한 사람, 말 한마디에 다정함이 묻어 나오는 사람, 어떤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거 아니야라고 말해주기 보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한번 찾아볼까? 같이 해볼까?라고 배려해 주는 사람이 좋다. 쓰다 보니 왜 이렇게 많나 싶지만, 일단 내가 먼저 이런 사람이 되어야겠지! 되어야겠다짐



2026: 섬세하고 다정한 사람, 감정에 솔직하고, 언어의 온도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사람, 감성과 이성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 좋다.



8. 좋아하는 것들이 있어?


2021: 노래 듣는 거, 블랙커피, 떡볶이, 빵, 좋아하는 사람들이 써준 편지, 사진, 나무, 꽃, 바다, 파도치는 소리, 흙냄새, 글쓰기, 메모하기, 할머니가 준 우산, 더 있는데, 기억이 안 난다.


2026: 아침 커튼을 걷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 열어둔 창문의 틈으로 불어오는 바람, 스피커를 켜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좋아하는 음악을 부를 때, 바다와 나무 자연을 눈에 담을 때,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을 눈으로 담고 사진으로 담을 때, 헤어에 변화를 줄 때, 앞머리를 자르고 생기를 주기 위해 블러셔를 할 때, 좋아하는 향기를 몸에 입힐 때, 그 향을 맡으며 밖으로 나갈 때, 내가 느낀 것들을 글로 적을 수 있을 때 더 많겠지만 그만 적어야겠다.



9. 자주 듣는 음악은?


2021: 김윤아, 윤지영, 나이트오프, 이이언, 이소라 노래를 많이 듣는 것 같다.



2026: 심규선-소로, 짙은-I'll Be Fine With You, 테종-마음, 그리고 연주곡들을 자주 듣는다. 대표로 Nakamura Yuriko 연주곡을 자주 듣는다.




10.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2021: 사랑하고 사랑해, 남에겐 자주 하는 말인데, 나에겐 못 했던 말, 아프지 말고, 건강 또 건강했으면 좋겠다. 어느 날, 아는 동생이 내게 언니로부터 정말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었다고 고맙다고 했다. 나는 음? 내가?라고 했지만, 정말 말처럼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좋은 영향을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2026: 나의 색을 잃지 말고, 나를 잘 살피자.


내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데 타인을 도울 수 없다. 내가 잘 지내고 잘 살아야 타인을 도울 힘이 생긴다.


내 마음 건강을 잘 챙기며 놓치고 있는 것들은 없는지 생각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늘 우선순위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사랑하는 이들에 고마움을 잊지 말고 고마움과 마음을 표현해 보자.


시련이 늘 있었지만, 그 시련은 늘 나를 죽이지 못했다. 그저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것 나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나라는 것.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려 노력하는 것, 도움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 조금 더 신중한 사람이 되는 것.


무엇보다 나를 믿어주고 나를 의심하지 않고 나를 사랑해 주자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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