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가 아니라 창작하는 욕구

사실 채워지지 않은 건

by 모리댄

요새 계속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점점 씀씀이가 커지는 이유가 사실 소비욕이 아니라 창작욕 때문인 것 같다는 점이다.

무언가 만들고 표현하고 싶은데 아직 어떻게 실현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해서 그나마 옷이나 액세서리 등 몸을 치장하는 소품들에 관심을 쏟는 느낌이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음식 사진을 정성 들여 찍는 사람들도 창작욕 때문이 아닐까. 핸드폰 카메라의 성능이 너무도 좋아지면서 사진 찍기는 꽤 쉬운 창작 활동이 되었다. ​

나는 음식 사진은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서 찍지는 않지만 가끔 책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할 때는 꽤 집중해서 사진을 찍는다. 내가 가끔 꺼내보기 위해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어딘가에 내보이고 공유하고 싶은

욕구 때문일 터다.

창작욕에 대한 갈망이 갑자기 퍼뜩 생겨난 건 아니고 롱블랙에서 그런 내용이 담긴 인터뷰를 본 다음부터 골똘해졌다. 사람들이 문화를 즐기는 건 당연한 일인데 어느샌가부터 문화가 소비하는 것으로만 발현된다는 게 내가 꽂힌 인터뷰 단락의 요지였다. 다 구매다. 영화를 보고 책을 사고 전시회를 가고 칵테일 바나 예쁜 카페를 가는 것도. 모두 좋은 문화생활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수동적이다.


학교 다닐 때 미술 시간을 정말 좋아했다. 내게 좋아한다는 기준은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껴지는지인데 미술 시간은 언제나 순식간에 끝이 났다. 가끔 집중해서 글을 써야 될 때가 있는데 그때도 시간이 빨리 간다. 그렇다. 창작의 기쁨은 사실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그게 돈이 안된다고 생각하니까 자꾸만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려고 외면했다. 생각해 보면 그러면서 더 돈을 쓰고 있었으면서 말이다. 인풋을 채운다는 목적 안에서 나는 과연 얼마나 채워졌을까.

빨리 근사해져야 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지금보다 더 가볍게 창작해야겠다.

책상 정리를 하고 오랜만에 아이패드를 충전했다. 예전처럼 캐릭터를 그려볼까 싶어 개구리를 한 시간 정도 그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 책상 오른쪽에 개구리 오르골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 그러고 나서 아 아직 그림은 어렵다고 생각하다 내가 제일 편하게 하는 걸로 돌아왔다.


쓰기.

공허할수록 더 두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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