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나는 가수다

by 이작가야

# 1. 무명 발라드 가수의 정체성.


나는 가수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그런 가수는 아니지만,

정식 음반을 가지고 있고,

각종 음악 관련 사이트에 내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는...


처음 1집 앨범을 발매하고 유튜브에서 내 노래가 검색될 때

정말 신기했다.

자동차를 운전하며 '빅스비, 00의 000 틀어줘.'라고 말하면

내 목소리가 들려오는 상황이 얼마나 감동스러우면서도

소름이 돋았는지 모른다.

혼자 들으면서도 부끄럽고 어색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고령의 친정어머니께서는 테레비에도 안 나오고 돈도 안 나오는 거

그만두라고 하신다.

임영웅이나 송가인처럼 사람들이 아는 것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트롯도 아닌 노래를,

누가 좋아한다고 부르냐고도 하신다.


어머니의 말씀이 틀린 건 아니다.

실제로 지인들도 내가 노래하는 사람인 걸 알고는 지역 행사나

동문체육대회, 송년회에 초대하고 싶다고 종종 부탁을 한다.

그런데 내가 어쿠스틱 발라드 가수인 걸 알게 되면

아쉬워한다. 지역 행사 같은 경우 신나는 노래가 아니면 흥을 돋울 수 없기 때문이다.

나도 그걸 알기에 행사 초대가수 이야기가 나오면

어쿠스틱 발라드 가수임을 먼저 밝힌다.




한국 음악 시장에서 발라드의 위치를 생각해 본다.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발라드가 차트를 완전히 장악했었다.

이문세, 변진섭, 신승훈으로 이어지던 한국 발라드의 황금기.

그런데 흥미로운 건, 우리가 '발라드'라고 부르는 이 장르가 사실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한 음악이라는 점이다.



'발라드(Ballad)'라는 단어 자체는

중세 유럽의 서사시 노래에서 왔지만,

한국 발라드는 서양 발라드와는 전혀 다른 정서를 가지고 있다.

서양이 주로 R&B 창법이나 락 발라드 스타일이라면,

한국 발라드는 훨씬 더 애절하고

절제된 감정선을 그린다.

그래서 어떤 음악 평론가들은 "한국 발라드는

사실상 한국 고유 장르"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금은 아이돌과 힙합이 주류가 되면서

발라드가 상대적으로 밀린 것처럼 보이지만, 발라드만의 견고한 영역은 여전히 존재한다.

30~50대 중장년층은 여전히

발라드를 선호하고,

나처럼 멜로망스나 10cm, 폴킴 같은 어쿠스틱 발라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많다.





발라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히려 여러 장르의 틈새에서 더 진하게 남을 음악,

사람들이 지칠 때 찾는 안식처 같은 음악으로 자리 잡을 거라고 확신한다.


얼마 전, 어느 가수분의 유튜브 방송을

시청한 적이 있다.

잘 들었다고 댓글을 달게 되었고,

다른 분들의 댓글을 훑다가

어떤 분이 나에 대해 언급한 댓글을 발견했다.

그러자 그 가수분이 말했다.

"대단하시네요. 저 같은 가수도 음반 하나 내기가 쉬운 일은 아닌데 가수보다 음반을 더 많이 내고,

가사도 직접 쓰신다니 부럽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분명 가수인데, 그분도 내가 노래 부르는 걸 아시는데 왜 그랬을까.

유명한 가수가 아니면 가수가 아닌 걸까.

돈을 받고 노래 불러야 가수인 걸까.

나는 그분이 보기에 가수가 아닌 걸로 인식되셨을까.

그 순간, 내가 생각했던 '가수

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가수들이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가수도 있고,

저 사람이 가수였구나 싶을 만큼

공중파에서 보이지 않았던 낯선 가수도 많다.

자신의 노래는 없지만 음악이 좋아서 이곳저곳 다니며 수많은 노래를 부르는 아마추어 가수도 있고, 나처럼 정식 음반을 가지고 있지만,

대중매체에 소개되어 본 적 없고

활동이 적은 가수도 많이 있다.


나는 가수

노래를 불러서 수입이 생기지는 않지만,

세상에 내 이름을 남겼다.

행사 무대에 서지 않고,
분위기 잡고 부르는 발라드를 부르지만

그래도 나는 가수다.

나는 무료 공연이나 성악이나 색소폰등 발라드와 전혀 다른 장르의 음악가들과도 함께

무료공연, 자선공연 등을 해왔었다.

공연료는 없었지만 행복하다.


나는 내 노래가 좋고, 음악이 좋다.

그리고 유명하건, 무명하건, 신나는 노래를 부르건,

조용한 노래를 부르건 그건 중요치 않다.

세상의 모든 가수들이 음악을 사랑하기 때문에 멈출 수 없음을 알기에

그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나 자신을 포함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