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려원 Mar 13. 2023

사는 건 다 그런 거라고 했다

그해 봄에

텃밭을 가꾸던 그해 봄

남편이 텃밭에 상추를 심었다. 우리 부부는 가끔 아들을 데리고 텃밭에 가서 물을 주고 흙을 가꾸며 채소들을 키웠다. 상추 하나로는 부족한 듯 남편은 여러 종류의 씨를 사서 뿌렸다. 자신의 복잡한 마음과도 똑 닮은 채소들이 질서 없이 여기저기 섞여 나왔다. 속도 없이 봄날은 자꾸 뜨거워져만 갔다.


병상 아버님께 가져다 드릴 상추들을 땄다. 아버님을 대할 때만큼은 남편의 마음이 가지런했다.  아버님이 암선고를 받고 남편은 꽤 깊은 마음의 병을 얻었다. 간절했지만 차마 더 어쩌지 못하는 마음이 흙을 만지게 하며 채소를 기르게 했다.


남편은 아픔을 다독이며 마음밭에 이별을 심기 시작했다. 이별은 누구에게나 슬픈 거라고 했다. 그러나 언젠가는 또다시 만날 날이 있기에 그날을 기다리며 살아간다고 했다. 눈물로 뿌리던 씨앗이 아픔을 견디며 열매를 맺듯, 우리도 그렇게 삶을 포장하며 계절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했다. 사는 건 다 그런 거라고 했다.


그해 봄에.

매거진의 이전글 그해 그리고 오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