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업계의 녹색 변화, 그 흐름 속에서 우리가 찾은 길

by GLEC글렉

어느 날 아침, 사무실에서 받은 한 통의 메일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유럽 거래처에서 보내온 메일의 제목은 단순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물류업계에 종사하는 우리에게 새로운 숙제를 던져주었다. "2024년부터 탄소 배출량 데이터 제출 필수"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을 때, 나는 문득 십 년 전 이 일을 시작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때만 해도 물류는 단순했다. 물건을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옮기는 것. 더 빠르게, 더 저렴하게, 더 안전하게.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던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더 친환경적으로.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 실감한 건 2023년 가을이었다. 유럽연합이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을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우리 회사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단순히 환경을 생각하는 차원이 아니라, 사업의 존속과 직결되는 문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물류업계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 우리가 움직이는 모든 트럭, 선박, 항공기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이 지구 전체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이를 어쩔 수 없는 산업의 특성으로 받아들여왔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측정하고, 관리하고, 줄여야 한다.


처음 탄소 배출량 측정을 시작했을 때의 당황스러움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각 운송수단별로, 운송거리별로, 화물의 종류별로 얼마나 많은 변수가 있는지 알게 되었을 때의 복잡함이란. 단순히 연료 사용량만 계산하면 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정교하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했다.


국제해사기구가 2023년 7월 해운업계의 탄소 중립 목표를 2050년으로 설정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 업계의 한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이제 정말 바뀌는구나." 그의 목소리에는 두려움과 동시에 어떤 기대감이 섞여 있었다. 암모니아, 수소, 메탄올 등 새로운 연료들이 화제가 되고, 기존의 운송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서 있음을 느꼈다.


한국에서도 변화의 바람은 거세게 불고 있다. K-택소노미와 녹색분류체계가 도입되면서 물류 기업들의 투자 방향이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단순히 물류비 절감과 효율성 개선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모든 투자 결정에 환경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대형 물류기업들부터 시작된 탄소 공시 의무화는 점차 중소기업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정확한 현황 파악이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처음 우리 회사에서 배출량 측정을 시작했을 때, 그 복잡함에 놀랐지만, 동시에 우리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는지도 깨달았다.


두 번째는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노력이다. 물류는 본질적으로 연결의 산업이다. 화주와 물류업체, 운송업체와 창고업체가 모두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다. 한 곳에서만 노력한다고 해서 전체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모든 참여자가 함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과 표준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기술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운송 경로 최적화는 이미 많은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교통 상황을 분석하고,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찾아내는 시스템은 연료 소비를 줄이고 동시에 탄소 배출량도 감소시킨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의 도입도 가속화되고 있다. 물론 초기 투자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적이면서도 환경적인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때로는 직접적인 감축이 어려운 상황도 있다. 이럴 때는 탄소 상쇄 프로그램을 고려할 수 있다. 검증된 탄소 크레딧을 통해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배출량 감축 노력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변화는 우리의 운영 방식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된다.


변화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경영진의 의지만으로는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 모든 직원이 환경 의식을 가지고 업무에 임할 때 비로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운전자의 에코 드라이빙, 창고 관리자의 에너지 효율 개선, 기획자의 친환경 운송 경로 설계. 모든 분야에서 작은 노력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


직원 교육을 시작했을 때의 일이 생각난다. 처음에는 "또 다른 업무 부담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직원들도 변화의 필요성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특히 젊은 직원들의 반응이 좋았다. 그들에게는 환경 보호가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가치관이었다.


물류업계의 이런 변화를 지켜보면서, 나는 종종 이것이 단순한 규제 대응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친환경 물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탄소 효율성이 높은 기업들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ESG 경영이 강조되면서 대기업들이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 환경 성과를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한 대기업 바이어와 만났을 때 들은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이제는 단순히 가격과 서비스 품질만 보는 게 아니라, 탄소 배출량 데이터까지 함께 검토합니다." 그의 말에서 시대가 정말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다. 탄소 배출량 측정과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물류업체들이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변화가 쉽지만은 않다. 초기 투자 비용, 시스템 구축의 복잡성, 직원들의 적응 과정 등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앞서 나가는 기업들이 결국 미래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탄소 배출량 측정을 위한 전문적인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도 중요한 선택이다. 복잡한 계산과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전문기업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우리 회사에서도 전문 솔루션을 도입한 후 훨씬 정확하고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졌다.


지금 우리는 물류업계 역사상 가장 큰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글로벌 탄소 규제 강화는 분명 큰 도전이지만, 동시에 혁신의 기회이기도 하다. 조기에 준비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들이 향후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메일을 받은 지 일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것을 바꿨다. 탄소 배출량 측정 시스템을 구축했고, 직원 교육을 실시했으며, 친환경 운송 방안을 도입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물류업계의 녹색 변화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되었다. 이 흐름 속에서 우리가 찾은 길은 정확한 측정과 체계적인 관리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 접근이다. 이것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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