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산업이 바꿔가는 세상, 혁명의 목격자가 되다

by GLEC글렉

2025년 1월의 어느 맑은 오후, 나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한 대의 전기 트럭을 지켜보고 있었다. 엔진 소리 대신 조용한 모터음만을 내며 지나가는 그 모습은 어쩐지 미래에서 온 방문객 같았다. 물류업계에서 십여 년을 일하며 수많은 변화를 목격해왔지만, 지금처럼 극적인 전환점을 맞이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탄소중립.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이 단어가 이제는 우리 업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되었다. 기후변화 대응과 ESG 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금, 물류기업들은 마치 오래된 옷을 벗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듯 혁신적인 솔루션들을 하나둘 도입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그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아마존, DB셴커, 마스크 같은 글로벌 물류 거인들이 203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산업 전체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실감한다.


숫자가 말해주는 현실의 무게

전 세계 물류산업이 연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약 28억 톤. 이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8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치다. 수치로만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이 숫자 뒤에는 수많은 트럭들이 도로를 달리고, 화물선들이 바다를 가로지르며, 물류센터들이 밤낮없이 돌아가는 현실이 있다.


특히 도로 운송이 전체 물류 탄소배출량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나에게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만나는 수많은 화물차들, 그들이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물건들을 실어 나르면서도 동시에 환경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복잡한 현실 말이다.


하지만 변화는 결코 쉽지 않다.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만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마치 거대한 퍼즐의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가는 것처럼, 각각의 운송 단계, 각각의 물류센터, 각각의 운송수단이 배출하는 탄소량을 파악하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과정이다.


또한 친환경 기술 도입에 따른 초기 투자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전기 트럭 한 대의 가격이 기존 디젤 트럭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는 현실 앞에서, 많은 물류기업들이 고민에 빠지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전기차 충전소나 수소 충전소 같은 인프라가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언제 완전한 전환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그렇지만 가장 큰 도전은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탄소중립은 단일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공급망 전체가 함께 움직여야 하고, 고객들의 이해와 협력도 필요하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조화롭게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변화의 바람, 그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가능성들

2025년 물류 업계의 풍경을 바꾸고 있는 몇 가지 변화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마치 봄날의 새싹들이 돋아나는 것을 지켜보는 듯한 설렘을 느낀다.


전기 상용차의 도입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테슬라 세미, 볼보 FE 일렉트릭, 메르세데스 eActros까지, 한때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전기 트럭들이 이제는 실제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단거리 배송에서는 전기차의 경제성이 입증되면서 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조용하고 깨끗한 운송, 그것이 더 이상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수소 연료전지 기술의 발전도 흥미롭다. 장거리 운송에서 배터리 전기차가 갖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수소 트럭들이 주목받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이나 니콜라 모터스의 수소 트럭들이 실제 상용 서비스에 투입되는 것을 보면서, 물류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게 된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최적 경로 설정, 적재 효율성 향상, 공차 운행 최소화 등은 당장 실행 가능하면서도 효과적인 탄소 감축 방안이다. 마치 숙련된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이끌듯, 스마트한 시스템이 물류 전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술의 힘을 새삼 실감한다.


바이오 연료와 재생 가능 에너지의 활용도 늘어나고 있다. 바이오디젤이나 바이오가스 같은 친환경 연료들이 조금씩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있고, 물류센터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들이 깨끗한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작은 변화들이지만, 그 변화들이 모여 큰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글로벌 리더들의 용기 있는 선택

세계적인 물류기업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나는 그들의 결단력에 감탄하게 된다.


DHL이 2030년까지 모든 배송 업무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며 70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그 규모의 투자 결정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했을지 생각해보았다. 특히 라스트마일 배송에서 전기차와 자전거를 활용한 친환경 배송 모델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변화는 거창한 선언보다는 구체적인 실행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페덱스의 2040년 탄소중립 목표와 20억 달러 투자 계획, 그리고 Yale 대학과의 협력을 통한 탄소 포집 기술 개발 소식도 인상적이다. 단순히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넘어서 이미 배출된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까지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보면서,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된다.


UPS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설정과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 사용 확대도 의미 깊다. 항공 운송 분야는 탄소 감축이 가장 어려운 영역 중 하나인데, 그 분야에서도 혁신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의지가 있으면 가능하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국내에서도 CJ대한통운이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차 도입, 친환경 물류센터 구축, 디지털 기술 활용 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노력이 느껴져 자랑스럽다.


작은 실천들이 만드는 큰 변화

물류기업들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보면, 의외로 간단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운송 효율성 개선은 추가 투자 없이도 즉시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적재율을 높이고, 공차 운행을 최소화하며, 최적 경로를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연료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마치 집안 살림을 꼼꼼히 하는 것처럼, 작은 절약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


친환경 차량 도입도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꿀 필요는 없다. 단계적인 전환 계획을 세우고,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마치 옷장을 정리하듯, 하나씩 차근차근 바꿔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물류센터의 에너지 효율성 향상도 효과적이다. LED 조명으로 교체하고, 단열재를 개선하며, 스마트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들이 모두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집을 더 따뜻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IoT 센서를 활용한 차량 운행 데이터 수집이나 인공지능 기반 운송 최적화, 클라우드 기반 통합 관리 시스템 같은 디지털 기술들은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 마치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준 것처럼, 이런 기술들이 물류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다

물류업계에서 오래 일하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도 정확한 탄소배출량 측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탄소배출량 측정은 직접 배출, 간접 배출, 기타 간접 배출로 구분된다. 물류산업에서는 차량 운행으로 인한 직접 배출과 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하는 기타 간접 배출의 측정이 특히 중요하다. 마치 가계부를 쓰듯, 어디서 얼마만큼의 탄소가 배출되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개선 방안을 찾을 수 있다.


GLEC의 프레임워크 같은 표준화된 방법론이 있다는 것도 다행이다. 글로벌 기준에 맞춰 측정할 수 있다면 다른 기업들과의 비교도 가능하고, 개선 효과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의 측정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 마치 건강 관리를 위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처럼, 탄소배출량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미래를 향한 준비

2025년을 맞이하면서, 물류산업의 탄소중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앞으로 정부의 정책과 규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고, 탄소 국경세나 친환경 운송수단 의무화, 탄소배출량 공개 의무화 같은 변화들이 예상된다.


고객들의 요구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친환경 배송 옵션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조금 더 비싸더라도 환경에 좋은 배송 방법을 택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도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배터리 기술이 발전하고, 수소 연료전지의 경제성이 향상되며,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물류의 미래가 점점 더 친환경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물류기업들이 지금부터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탄소중립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탄소배출량 측정부터 시작해서 단계적인 개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탄소중립은 하루아침에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인 노력과 투자가 필요한 긴 여정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투자이자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한다.


물류산업이 바꿔가는 세상, 그 조용한 혁명의 목격자로서 나는 오늘도 이 변화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더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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