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by GLEC글렉

새해 첫 아침,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니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일상을 둘러싼 많은 것들이 조용히 변화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특히 물류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2025년은 그 어느 해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우리가 목격한 기후 변화의 징후들을 돌이켜보면, 이제 더 이상 환경 문제를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매일 뉴스를 통해 접하는 이상기후 현상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무언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류업계에서 일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우리가 다루는 모든 것들이 결국 지구 환경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 상자의 물건이 공장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우리 업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처음 이 제도에 대해 들었을 때는 단순히 또 하나의 규제 정도로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이 우리가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직접적으로 다가옵니다.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같은 기초 소재 산업의 수출기업들이 탄소배출량 데이터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물류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까지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며칠 전 한 해운회사 임원과의 대화가 기억납니다. 그는 "예전에는 배가 빨리, 많이 운송하면 그만이었는데, 이제는 얼마나 깨끗하게 운송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국제해사기구에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채택한 이후, 해운업계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경쟁하게 되었습니다.


선박연료유 황 함유량 규제가 강화되고, 2026년부터는 선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에 대한 경제적 조치까지 도입될 예정입니다. 이런 변화를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주요 해운회사들이 메탄올, 암모니아 등 대체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을 잇따라 발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놀라웠습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항로를 찾는 시스템도 점점 정교해지고 있어, 효율성과 환경 친화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육상 물류 분야의 변화도 만만치 않습니다. 유럽연합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결정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상용차 분야에서도 204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90퍼센트 감축한다는 목표를 보며, 이것이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실제 실행되어야 할 계획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 정부도 2030년까지 전기화물차를 30만대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습니다. 높은 구매 비용, 부족한 충전 인프라, 제한적인 주행거리 등은 여전히 물류기업들이 전기차 도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들입니다.


얼마 전 한 물류회사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변화는 필요하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그의 고민을 들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변화에 적응해야 하지만, 동시에 경영의 연속성도 유지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항공물류 분야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가 2027년부터 지속가능한 항공연료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항공화물 운송비용의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예감했습니다. 특히 긴급배송이나 고부가가치 제품의 항공운송에 의존하는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모든 변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탄소배출량의 정확한 측정과 관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탄소배출량 감축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 자사의 물류 과정에서 얼마만큼의 탄소가 배출되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탄소배출량 측정이 단순히 연료 사용량에 배출계수를 곱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습니다. 운송 수단별, 경로별, 화물 종류별로 세분화된 데이터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측정 시스템과 방법론이 필수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전체 물류 과정의 탄소발자국을 추적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한 제품이 원료 조달부터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여정을 따라가며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정확히 계산하는 것은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춰가는 것과 같습니다.


물류기업들이 탄소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습니다. 먼저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자사의 물류 프로세스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배출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모든 전략의 출발점이 됩니다.


다음으로는 현실적인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파악된 현황을 바탕으로 단계별 감축 목표를 수립하되,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면서도 규제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기술 도입과 운영 개선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친환경 차량 도입, 운송 경로 최적화, 공동 배송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줄여나가야 합니다. 특히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물류 시스템은 효율성 향상과 동시에 탄소감축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화주기업, 운송업체, 물류센터 등 공급망 전반의 참여자들과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생태계 전체가 함께 변화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탄소감축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니터링과 보고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탄소배출량 감축 성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규제 기관이나 고객사에 투명하게 보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컴플라이언스 준수를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이 모든 변화를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가 지금 역사적인 전환점에 서 있다는 것입니다. 물류업계의 탄소규제 대응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규제를 단순히 부담으로 여기기보다는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들이 미래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탄소배출량 측정과 관리 역량이 앞으로 물류기업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이제 물류는 단순히 물건을 빨리, 저렴하게 배송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얼마나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배송하느냐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춰 지속가능한 물류 생태계를 구축해나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어려운 길이지만, 함께 걸어간다면 분명히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2025년 물류업계의 탄소규제 대응,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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