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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유유독파

조회수보다 관계, 자존심보다 실험

《글쓰기로 독립하는 법》에서 말하는 작가로 사는 비결

by 김콤마

작가에게 SNS는 필수

누가 나를 작가님이라고 부를 때마다 부끄럽다. 기껏해야 5년 전에 책 한 권을 낸 게 전부고 당장 집필 중인 책도 없는데 작가 소리를 들으면 과분하게 느껴진다. 그것은 내가 작가를 꾸준히 책을 쓰는 사람으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글쓰기로 독립하는 법》(정지우, 유유, 2025)에서 저자가 정의하는 작가의 개념은 조금 다르다. 그는 작가란 "글을 쓰고, 자기 글을 읽어주는 사람을 존재"라고 말한다. 그리고 작가는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환장한" 사람이라는 속성을 덧붙인다.


그런 면에서 우리 시대는 작가에게 어느 때보다 편리한 시기다. 자기표현이 곧 존재 이유인 SNS라는 매체가 대세로 자리 잡았으니 말이다. 저자는 작가에게 SNS가 필수라고 말한다. SNS를 통해 독자와 유의미한 관계를 맺을 때 글쓰기로 먹고살 여지가 생긴다. 독자가 보는 것은 "글 너머에 있는 사람"이다. SNS는 작가가 '사람'을 보여주기에 좋은 수단이다. 그렇게 사람을 보고 저자에게 관심을 가진 누군가가 의뢰나 청탁, 소개와 같은 형태로 연결될 때 작가에게 수입원이 생긴다. 물론 그냥 책을 사주기만 해도 작가에게는 돈이 된다.


그래서 저자는 그런 관계에 중점을 둬야지, 조회수나 팔로워 수에 연연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무의미한 팔로워 1만 명보다 진지한 관심을 가진 1인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조회수가 저조해도 그 안에 그런 사람이 있지 말한 법도 없다. 이 대목이 내게는 가장 큰 위로와 자극이 됐다. 최근 나는 인스타그램에 만화를 그리고 있는데 조회수가 점점 떨어지는 게 신경 쓰이던 차였다. 더군다나 오랫동안 운영한 브런치도 전반적으로 노출과 관심이 줄어들어 의욕이 저하되어 있었다. 장기적으로 보고 당장의 수치에 연연하지 말자고 스스로 다독여봐도 그저 공허한 자기 위안 같았다. 그래서 유의미한 관계를 맺은 사람이 단 몇 명이라도 있다면 작가에게 활로가 된다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비록 조회수는 떨어지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내 만화와 글을 꾸준히 소비하는 독자는 존재한다. 댓글은 달지 않아도 잘 보고 있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고유한 관종이 될 것

그렇다면 그런 관심을 얻기 위해서는 SNS에 무엇을 올려야 할까? 물론 내 이야기다. 내가 무엇을 했는지(결과물)만 아니라 무엇을 하고 있는지(과정)도 올려야 한다. "관종" 소리를 들어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 뻔뻔스럽게. 이렇게 무수한 "알림"을 통해 관심이 생기고 그것이 관계로 이어진다.


이런 관심과 관계를 수입으로 발전시키려면 "고유한 위치"가 중요하다. 다른 말로 차별성이다. 그것은 어디서 나오는가? 이종간 결합이다. 이 분야의 전문성과 저 분야의 전문성을 결합하는 것이다. 저자는 그 예로 미술과 영어의 조합을 든다. 미술학원만으로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 영어만으로 경쟁하기에는 고수가 너무 많다. 그러나 영어로 수업하는 미술학원이라면? 경쟁 상대가 많지 않다!


이렇게 시장성 있는 조합을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끊임없는 실험이다. 이것저것 시도해봐야 한다. 하지만 시도가 항상 쉽진 않다. 우리의 마음 때문이다. 실패와 거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괜한 자존심을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내가 실패하거나 거절당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마음을. 그럴 때 삶은 "자존심을 지키거나 잃는 싸움터가 아니라 그냥 재밌는 과학 실험장"이 된다.


그렇게 분야와 분야의 연결, 그리고 나와 너의 연결을 시도함으로써 우리는 작가로서 독립된 삶을 살 길이 열린다. 책에서 저자는 독립을 조직에서 나와 홀로 선다는 의미로 쓴다. 하지만 조직에 속한 바 없는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번역)의 의존도를 낮추고 내 글을 써서(그리고 내 그림을 그려서) 버는 수입의 비중을 늘리는 것을 독립으로 받아들였다.


나는 이미 SNS를 하고 있다. 브런치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오랫동안 운영했고 최근에는 스레드를 시작했다. 그러면 내 고유성은 어디서 나올까? 현재 번역을 주제로 인스타그램에 만화(인스타툰)를 올리고 있다. 번역은 17년쯤 했으니 확실히 내 전문 분야고, 만화는 잘 그린다고는 할 수 없으나 2년 넘게 꾸준히 그려서 그럭저럭 봐줄 만한 수준은 된다. 다행히 번역가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없으므로 이게 내 고유한 위치라고 할 수 있겠고, 앞으로 번역을 넘어 프리랜서 생활이나 창작으로 주제를 넓힐 생각이다. 아직 이것으로 수익이 나지는 않지만 지금은 내 위치를 다져가는 시기라 생각한다.


저자가 자존심을 지적하는 부분에서 뜨끔했다. 나는 인스타툰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자꾸 망설여 버릇한다. 예를 들면 인스타그램에서 릴스가 대세다 보니 인스타툰을 릴스로 만들 생각을 하다가도 '반응이 저조하면 창피해서 어쩌지? 저렇게 별짓 다해도 안 된다고 비웃음을 사면 어쩌지?'라고 걱정하며 차일피일 미뤘다. 오랜 주저 끝에 연휴를 맞아 급히 만들어 올린 인스타툰 릴스는 과연 반응이 저조했다. 창피했다.


반응을 끌어올릴 방안으로 릴스에 음성으로 대사를 넣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으나 역시 비웃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망설이고 있다. 괜한 생각이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비웃을 사람은 별로 없다. 내 인스타툰을 보는 사람들은, 적어도 꾸준히 보는 사람들은 내게 관심이 있고 나와 유의미한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나를 응원하지 비웃지 않는다. 그 외에 나를 비웃는 사람이 있다면? 어차피 내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므로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관건은 찐

최근 읽은 《찐팬이 키운 브랜드 주말랭이》(황엄지, 리드앤두, 2024)에도 비슷한 대목이 나온다. "나는 몸에 너무 힘을 준 채 실패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직 배트를 휘두르지도 않았으면서 타율과 기록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헛스윙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내 타율을 높이기 위한 수많은 연습과 체력 보강이었다. 잃을 게 적은 지금에만 할 수 있는, 지금 해야 하는 일들이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수많은 스윙이다.


그러고 보면 《글쓰기로 독립하는 법》의 키워드는 '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만의 고유한 위치를 만들어 내가 임을 알리고 그 과정에서 관심을 일으켜 관계, 더 나아가 팬을 만드는 것. 그것이 글쓰기로 독립적인 삶을 살기 위한 기초다.


이 책은 내게 2025년 최고의 자기계발서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론에 깊이 공감했을 뿐만 아니라 20대부터 책을 써서 벌써 저서가 10권이고 그 사이에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가 되고 각종 조직에서 중요한 자리를 역임하는 한편으로 글쓰기 모임과 강연을 활발히 진행하는 와중에 육아까지 병행한 저자의 삶이 일과 육아로 심신이 지쳤다며 자꾸 늘어지는 나에게 적당히 아픈 채찍이 됐다. 그간 글쓰기에 소홀하고 만화에 치중했던(그나마도 부지런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가 모처럼 이렇게 긴 글을 쓴 것도 바로 그 자극 덕분이다.


내친김에 '유유독파'라는 이름으로 매주 유유의 책을 1권씩 읽는 나만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글쓰기로 독립하는 법》도 그렇고 유유의 책은 대부분 150쪽 내외로 금세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만만하다. 그래서 매주 1권이라는 목표가 부담스럽지 않다. 매주 주제를 바꿔가며 긍정적 자극을 받을 수 있다면 근래에 무기력해진 내게 적잖은 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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