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노트를 대체하는 비우즈 AI페이퍼 미니 환불 엔딩

by 김콤마

종이 노트의 문제는 보관과 활용이다. 노트는 계속 쌓여서 공간을 차지한다. 그리고 어디에 무엇을 적었는지 신속하게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는 종이 노트를 쓰지 않는다. 대신 필기용 태블릿을 시도해봤다. 해당 제품군에 관해서는 지난번 슈퍼노트 노마드 리뷰 글에서 설명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아이패드 같은 일반 태블릿보다 눈이 편하고 필기감이 더 종이에 가까운 태블릿이다. 하지만 성능이 빈약하기 때문에 필기와 독서 외의 기능으로 쓰기는 어렵다.


슈퍼노트 노마드에 이어 구입한 제품은 비우즈(Viwoods)의 AI페이퍼 미니다. 화면 크기는 8.2인치로 7.8인치인 슈퍼노트보다 조금 더 크다. 가격은 펜과 케이스까지 합해서 약 65만 원이고 나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로 약 55만 원에 구입했다.


Viwoods AiPaper Mini Package.png 출처: viwoods.com


AI페이퍼 미니의 소감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역체감. AI페이퍼 미니에 글씨를 쓰는 순간, 슈퍼노트(Supernote)의 팬덤을 이해하게 됐다. 슈퍼노트와 AI페이퍼는 가격과 성능이 비슷한 경쟁 제품이지만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을 둘러보면 그 위상이 크게 다르다. 슈퍼노트는 최고라고 극찬하는 사용자를 쉽게 볼 수 있지만 AI페이퍼는 그런 열성 팬이 별로 없다. 처음에는 단순히 후발 주자라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슈퍼노트 노마드에 이어 AI페이퍼 미니를 써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필기감이란 측면에서 슈퍼노트가 AI페이퍼를 압도한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그렇다. 슈퍼노트는 이전 글에서도 설명했지만 말랑말랑한 표면에 부드러운 볼펜으로 글씨를 쓰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일단 적응하면 펜이 화면에 쫀득하게 달라붙는 느낌이 중독성 있다. 반면에 AI페이퍼 미니는 유리판 위에 잉크가 마른 사인펜으로 쓰는 기분이 든다. 화면은 미끄럽고 펜촉은 뻑뻑하다. 슈퍼노트가 펜 끝의 볼이 또르르 굴러가는 느낌이라면(실제 볼이 존재하진 않지만) AI페이퍼는 안 움직이려는 펜을 억지로 움직이는 것 같은 마찰감이 느껴진다. 아무리 써도 적응이 안 된다. 오히려 쓸수록 슈퍼노트와 비교된다.


그리고 AI페이퍼는 슈퍼노트보다 펜이 닿는 면과 실제로 글씨가 써지는 면 사이의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슈퍼노트는 펜촉이 닿은 지점에 바로 글씨가 나타나지만 AI페이퍼는 펜촉의 접촉점과 획이 그려지는 지점이 미세하게 차이가 난다. 펜이 닿는 면과 글씨가 표시되는 면 사이에 투명한 막이 하나 더 있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종이에 쓸 때처럼 글씨가 펜촉을 따라 자연스럽게 써지는 게 아니라 인위적으로 화면에 렌더링되는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슈퍼노트를 쓰면 역체감되는 부분도 존재한다. 프런트라이트의 부재다. 슈퍼노트는 화면에 불이 안 들어오기 때문에 AI페이퍼에 비해 훨씬 어둡다. AI페이퍼의 화면 색깔이 미색이라고 한다면 슈퍼노트는 갱지에 가깝다. 그래서 슈퍼노트는 글씨와 화면의 대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리고 어두운 환경에서 사용하려면 별도의 조명이 필요하다.


슈퍼노트의 또 다른 단점은 지난 리뷰에서 지적했듯이 화면이 손에 은근하게 달라붙는 것이다. 아무래도 필기감을 살리기 위해 화면을 특수하게 처리하면서 약간의 점성이 생긴 것 같다. 적응하고 잘 쓰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끝내 편해지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AI페이퍼의 화면은 보송보송해서 손이 매끄럽게 움직인다.


프런트라이트와 매끄러운 화면 외에 슈퍼노트 대비 AI페이퍼의 강점은? 내 기준에서는 없다. 본체가 메탈 재질이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슈퍼노트에 비해 고급스러울 줄 알았지만, 막상 받아보니 화면 베젤이 회색 플라스틱이고 여닫이형 케이스의 굴절부에서 본체의 왼쪽 면과 연결되는 약 5밀리미터 너비의 세로 막대 역시 회색 플라스틱이라 저렴한 인상을 준다. 펜도 마찬가지인데 슈퍼노트의 기본 펜도 외관이 2,000원짜리 볼펜 같지만 AI페이퍼의 펜은 종이로 만든 장난감처럼 보인다. 만져보면 종이가 아니지만 보기에는 영락없는 종이다.


구글 플레이가 탑재돼 자유롭게 앱을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 AI페이퍼의 장점이긴 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필기 목적으로 구입했고 이미 앱을 설치해서 쓸 수 있는 전자잉크 기기는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내 기준에서는 강점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그래서 두 기기의 운명은? 일단 슈퍼노트는 중고로 처분했다. 프런트라이트가 없는 것과 특유의 점성이 내게는 치명적 단점으로 작용했다. 그러면 AI페이퍼는? 50만 원이 넘는 가격을 생각하면 필기감이 너무 아쉬웠다. 글씨를 쓰는 맛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 환불을 신청했다. AI페이퍼는 공식 사이트에서 구매한 경우에 한해 100일 안에 환불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필기용 전자잉크 태블릿을 장만하는 여정은 여기서 끝났을까? 아니다. 그 사이에 아마존 계열 쇼핑몰 우트(WOOT)에서 풀린 킨들 스크라이브(Scribe) 구형의 리퍼 제품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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