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 오늘
시린 날이라 그런지 시린 기억이 떠오른다.
답답한 마음에 냉장고 안에 있는 맥주를 꺼내 들고 마신다.
탄산과 함께 조금이나마 마음이 뚫릴까 싶은 기대였다.
그래도 먹먹해지는 마음에 냉장고를 뒤져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는 것들을 뜯어
아무 생각 없이 입에 집어넣어 채운다.
배를 채우려고 먹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른 곳에 허기가 졌다.
아무 생각도 감정도 담기지 않고 입만 겨우 움직여 채워 넣어보려 한다.
채워지지 않는다.
좋아하는 노래를 튼다. 평소에 우울한 노래들을 듣는 내가 싫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원망스럽다.
감정의 소용돌이를 불러온다.
결국 눈물 몇 방울을 훔쳐낸다. 그래도 씩씩하게 일어서기 위해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꺼내 든다.
책 사이에 꽂힌 책갈피를 슬며시 빼고 읽어 내려간다. 책을 몇 번을 덮고 운다. 꺼이꺼이 소리 내어 울면 차라리
괜찮을까 싶어서 펑펑 쏟아낸다.
그동안 눈물 흘릴 날이 많았고 , 그런 감정을 안타깝게 여기지 않기로 했다. 차라리 울어버리자라고 생각했고 , 그렇게 살아왔다. 덕분에 감정을 추스르는 속도는 빨라졌다.
오늘도 꺼이꺼이 울다가 몇 번 숨을 고르고 진정한다. 그동안의 날들 덕분이다.
그러다 왜 이렇게 슬픔을 머금은 작가들만 좋아했는지 스스로가 또 원망스럽다.
원망스럽다가도 이내 감사하다.
내 감정을 툭툭 건드리며 몇 번을 울게 해줘서 고마웠다.
몇 번 반복하고 나면 지쳐서 , 지쳐서 잠들 수 있을 거라고 믿자고 되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