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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비련씨 Dec 06. 2023

시간여행자

아련한 애련씨 15. 결국 12월 23.12.6

기어코 12월이 와버렸다. 올해는 해놓은 것 하나 없이 세월만 꿀꺽꿀꺽 먹었나 보다. 

제안서만 쓰고 있는 요즘.. 제안서에 넣을 사진을 구글포토에서 찾고 있자니 지나간 사진들이 우수수 쏟아진다. 2018년 나는 프로젝트 때문에 베를린을 오가고 있었다. 'Being Faust'도 계속 되고 있었고, 어김없이 기록물에는 설치하며 고생하는 모습과 진행 장면 그리고 마무리 파티와 잠깐의 관광이 추억으로 남아있다. 참 좋은 시간이었는데,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또다시 돌아간다면... 이란 생각을 해보게 됐다.

내가 지난 시간 어디쯤 설정해서 갈 수 있다면 나는 어디로 갈까? 'Being Faust' 공연장에 가서 현장을 느끼고 아주 사소함을 다시 즐겨보고 싶다. 예를 들자면 2015년 리투아니아로 가서 이국적인 음식이 즐비한 식당도 다니고, 많이 추울 테니 따뜻한 코트와 옷을 준비해 든든하게 입고 반드시 특산품 호박을 가장 예쁜 것으로 하나 구입해야지... 

리투아니아는 너무 추웠던 기억과 세상 처음 경험하는 수도원을 개조한 호텔의 칡흙 같은 밤이 가장 특별한 기억이다. 지나치게 고요했고, 불빛이 바늘구멍만큼도 들어오지 않아서 며칠 동안 불을 켜고 자기도 했었다. 오래된 건물이라 그랬는지 난방이 시원치 않았다. 라디에이터 하나로 추위와 싸웠던 날들이 고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나고 보니 다시 가고 싶은 나날들이다.

요즘 왜 지쳤을까? 사소하게 앓는 일상과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가 원인일테지만....

벌써 많이 추운 한국을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에서 별의별 생각을 다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시간들도 지나고 보면 왜 그렇게 고민을 싸들고 했을까 싶겠지만... 그리고, 지금의 생각처럼 여유로운 시간여행자가 되어 글을 쓰는 카페와 초겨울의 코안까지 시큼한 계절을 그리워할 텐데 말이다.

오늘은 열심히 쓰고 또 써야 하는 날이다.

먼 훗날 아름다운 그 하루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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