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3.9
드디어 법원에서 연락이 왔다. 2월 14일에 등기를 보냈으나 반송이 됐다며 낙찰받은 경매건 잔금을 납부하라고 전화로 알려왔다. 2월 초 호치민에 일처리 할 것이 있어 간 사이에 등기가 왔었나 보다. 납부명령서를 받아 잔금을 납부하는 일자는 2월 28일 딱 2주 남은 시점에 연락을 받은 것이다.
처음 경매를 하고 낙찰받은 것이라 모든 것이 새롭고 어색하기만 한 낙찰자인 나는 통화한 다음날 법원으로 갔다. 담당자의 싸늘한 응대... 정확한 명칭을 모르고 어리버리한 나를 냉정하게 쏘아보며 창구 입구를 커다란 모니터 2대로 꼭 막아둔 그녀는 되묻기만 반복한다. 처음이라 그렇다며 꼬리 내린 강아지마냥 송구한 몸짓과 자세로 거듭 문의를 했다. 납부명령서는 돈을 내는 날 받을 수 있는 거라 지금은 줄 수 없다고 했다.
내가 낙찰자임을 확인하는 매각허가결정문을 받는데도, 여기 줄 서고 저기 줄 서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고 물어 우체국에서 인지를 사서 한참을 줄 서서 서류 처리하고 다시 담당자에게 가서 받았다. 법이라는 것은 언제나 사람을 한참 기죽게 하는 것 같다. 내가 낙찰자임에도 말이다.
그다음 날 채무자인 집주인에게 전화가 왔다. 만나달라고 했다. 명도를 위해서 내가 만나달라고 해야 할 사람이 먼저 연락을 해오다니 이것은 내 시나리오에 없던 장면이었다. 주말에 만나기로 했는데 이 분은 다시 전화를 해서 금요일이라도 만나 달라고 했다. 내가 집으로 가겠다고 하니 절대로 집은 안된다고 했고, 장소를 알려주면 본인이 오겠다고 하여 커피숍에서 만났다. 만나자고 한 이유는 낙찰대금 납부전에 본인이 돈을 마련해서 나에게 주고 낙찰 전 합의 후 취소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래저래 옥신각신하고 우리는 그 집을 그분에게 넘기기로 하고 2/27일 오후 3시까지 비용을 주면 취소합의 신청을 해주겠다고 했고, 법원에도 절차를 알아보고 확인을 했다. 27일 오후 3시 그리고 4시 최종 6시까지 연락이 없었다.
28일 아침 일찍 법무사는 잔금을 납부하고 모든 처리를 완료하고 문서와 영수증들을 수시로 문자로 보내주었다. 법무사가 일 처리를 함에도 하루 종일이 걸렸다. 잔금 납부가 완료된 시점에 다급한 목소리고 남편에게 채무자는 또 전화를 해서 집이 최종 넘어갔다는 연락을 법원으로부터 받았다고 했다. 이것을 취소할 수 없냐고? 이것은 무슨 말인가??? 나는 법원에 전화해서 취소 가능한지 문의했고, 잔금 납부 시점에서는 돌이킬 수 없다고 했다. 채무자인 집 소유자에게 다시 전화해서 알려주었더니 이번엔 그 집을 되사겠다고 했다. 매매를 위해 만나자고 했다. 집에 대해 그렇게 진심이라면 만나주고 합의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또다시 약속을 잡고 만나기로 했다.
멀끔하게 하고 나오신 노신사인 채무자는 대뜸 우리가 내는 이자비용을 본인이 내고 집을 살 돈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어떻겠냐고 한다. 지금은 돈이 한 푼도 없다고 했다. 지금 글을 쓰면서 다시 생각해 보니 이 노인은 우리를 이용하고 심지어 완벽한 연기를 하고 있었다. 너무나 기가 막혔지만 남편은 그럼 돈을 마련할 때까지 기다려주자고 했다. 하......
이건으로 남편과 대판 싸우고, 알아듣는 귀가 없는 남편은 그 사람의 진심과 애절한 눈빛만 보고 있었다. 이제 본인 소유가 아닌 집을 비워주지 않고, 그 집을 다시 사겠다는 방법이 본인이 소유한 건물이 팔리면 돈을 주겠다고 한다. 계약서 쓸 돈도 없으니 부동산 중계비와 법무사비도 나보고 내라고 한다.
우선 우리는 그 사람을 기다려주기로 했다. 4월 30일까지 기일을 줬고, 1억을 계약금으로 할 테니 돈이 마련되면 연락을 달라고 했고, 잔금 납부일에 인도명령신청서를 냈으므로 법원에서 오는 등기는 반드시 수령하는 조건으로 했다.
경매는 이런 감정 비용을 포함한다. 첫 경매라 싼 금액에 받은 것도 아니고,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장에게까지 이래저래 휘둘림 당하고 있다. 하지만 끝까지 내가 해보리라. 아자!! #당땡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