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대화법이라.....
요새 아이 교육도 하브루타식 교육이 유명하던데.
유대인들은 천재인 건가?
부부 대화까지 완벽하다고?'
유대인 대화법이 부부 대화법 중 가장 이상적이라는
상담센터 원장님 얘기에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줄줄이 기차 칙칙폭폭)
"그래서 유대인들은 어떻게 대화를 하나요??"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내가 물었다.
원장님은 또 한 번 방긋 웃으시며 되물으셨다.
"유대인들이 어떤 대화를 할 것 같으세요?"
(뭐다냐... 반격이다냐....)
잠시 생각에 잠긴 나.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이상적인 부부 대화법의 데이터를 쥐어짜냈다.
"음.... 중요한 일에 대해서 합의? 결론?을...
다투지 않고 도출해 내는... 뭐... 그런 대화??"
(얼렁뚱땅)
원장님이 다시 씩 웃으셨다.
(불길함 한 스푼...)
(오답 직감)
"아마 대부분이 그런 생각을 하실 겁니다."
"말씀하신 대로 '중요한 대화',
어쩌면 그 중요함의 무게감이
우리 부부 대화를 막고 있지는 않을까요?'
(뭔 소리래...)
(이해 불가 납득 불가)
"유대인들은 '사소하고 중요하지 않은 일'을 이야기합니다."
(???!!!!)
이게 무슨 개똥 같은 소리인지 알 길이 없다는 내 표정.
한결 같이 선보이는 이해 불가 표정을
원장님이 알아채고 부연 설명을 이어갔다.
"예를 들면...
간단해요.
어제 고장 난 자동차 수리를 잘했는지.
점심에 밥은 뭘 먹었는지.
요즘 서로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우리 생각에 정말 소소하다고 생각되는 주제들을
끊임없이 이야기하죠."
"대화는 주로 식사 시간에 이뤄집니다.
부부뿐만이 아니고,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생각을 나누죠.
이때 그 누구도 비난하거나 질타를 하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토론을 할 뿐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생각에 잠겼다.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렸을 때 나와 자주 싸우던 내 호적메이트.
우리는 시간이 흘러 각자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나 네일 받을 건데 이 디자인이 나아?
아니면 저 디자인???"
대문자 T인 내가 보기에는
그냥 대충 정해도 다 비슷해 보이는
네일아트 디자인을 두고
내 호적메이트 부부는 열띤 토론을 한다.
'쓸데없는 걸 뭐 하러 저렇게 얘기할까?'
(현장에서 그들의 대화를 보고 있다 보면
매 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면 뭔지 모를 부러움이 밀려왔다.
'둘은 코드가 잘 맞아서 좋겠다....'
호적메이트 부부를 보고 올 때마다 반복되는 생각이었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이미 졌음 ^^;;)
상담센터에 앉아 중요하지 않은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유대인 대화법을 듣다 보니
내가 그동안 부러워했던 내 호적메이트 부부의 대화 또한
이상적인 부부 대화법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그러다 문득 우리 부부의 대화법을 돌이켜봤다.
내 남편은 TV를 보며 '다른 사람 이야기' 하는 걸 즐겼고,
나는 '내 얘기 또는 우리 얘기'를 하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대화 시간이 부족하니
늘 중요하고 결정을 해야 할 대화를 우선순위에 넣었고,
우리 부부의 대화는
대법원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 속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땅땅땅!!!)
(엄숙)
어쩌면 그 긴장감 때문에
가장 평화로워야 할 대화시간이 부담스러워졌고,
주제를 꺼내는 나도, 그걸 듣는 남편도
숨 막히는 대화 시간이었다.
(크헙)
"자, 그동안 어떠셨나요?"
"이제 오늘 부로 상담을 마무리지으려 합니다."
"아직 남아있는 생각과 감정들은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연습하며 해결해 보세요.
지금껏 과제를 성실하게 열심히 해 오시는 두 분을 보며
두 분은 앞으로 좋아질 수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상담의 마지막이니 두 분 서로 마주 보시고
1분 동안 눈빛을 교환하신 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그렇게 남편과 뭔지 모르게 울컥하는
눈빛 교환의 시간을 마치고
상담센터 복도를 두 손 꼭 잡고 저벅저벅 걸어 나왔다.
지금껏 우리 부부는 변화를 위해 달려왔지만,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도 끝이 났고,
이젠 정말 우리 부부가 새 출발을 해야 할 시간이 왔다.
상담 후의 우리 부부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했을까?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