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ㅁㅁㅁ도 없다던데요?
몽클레어 모자를 내 눈앞까지 들이밀며
어린이집 명품 바른 엄마가 말을 했다.
"금요일 약속 있어요?"
본능적으로 그녀의 부름에 도주를 시도해 본다.
"아.... 그날 선약이 있어요."
(없는 약속도 만들어낸다.)
"아이들 하원 후에 태양반
다 같이 키즈카페 가려고 하는데..."
순간 흔들렸다.
반 친구들 모두가 키즈카페에 놀러 간다니.
우리 아이만 소외되는 게 아닌가 싶어
간다고 할까 2초간 고민을 했다.
"아.... 중요한 선약이라서요..."
(다 거짓말이다.)
(나와의 선약일 뿐)
"아 그럼 10월 마지막주 토요일에는
핼러윈 파티 하려고 하는데,
그날은 꼭 오세요."
눈으로 웃는 시늉만 하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주변 엄마들을 스캔해 보았다.
다들 나와 비슷한 마음인지
명품 바른 엄마의 시선을 다들 피하고 있었다.
폭풍의 시간이 지나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빌라 사는 엄마와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우리는 무슨 일이 생기면 서로 연락 하자며
짧은 인사를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그 후로도 명품 바른 엄마를
어린이집 하원길에 여러 차례 마주쳤고,
그때마다 그 엄마는 모임을 제안해 왔다.
하지만 한결같은 나의 대답은 "No"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명품 바른 엄마와 함께 하는 모임이
유쾌하지 않을 것을 예측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의도치 않게 세상 바쁜 엄마가 된 나.
(프로 약속 거절러)
여러 차례 약속을 거절하고나니
평화의 시간이 찾아왔다.
(약속 제안이 안 들어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평화로움을 즐기던 어느 날,
빌라 사는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모임 안 나오시길 정말 잘하셨어요."
"모임에서 또 어디 아파트 사는지,
남편 직업은 뭔지,
영어유치원을 보낼 건지.
불편한 질문들만 한가득이었어요."
그렇다.
내 예상 적중이었다.
특별한 소식은 아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는데,
빌라 사는 엄마가 한마디 더 거들었다.
"제가 빌라 사는지 뻔히 알면서
본인은 빌라촌 아이들과 섞이는 게 싫다고
사립초등학교 보낼 거라고 했었던 거 기억나요?
근데 이번 모임에서는 사립초 보내는 이유가
저능아가 없어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
"....."
(상황 파악 중)
"근데 더 충격적인 건, 그 옆에 있는 다른 엄마가
사립초에는 ADHD도 없다고
한마디 거들더라고요."
아이의 행복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ADHD나 저능아를 피하기 위함이
사립초를 보내는 이유라니.
내 아이의 성향과 기질에 따라
육아 방식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육아 전쟁에서 중요한 걸 또 하나 깨달았다.
주변에 못된 사고방식을 가진 엄마와
가까이하지 않는 것.
설령 다른 아이들과의 단체 만남에서
우리 아이만 소외될 염려가 된다 해도
아이들 앞에서 못된 생각과 말을 내뱉는 환경에
노출시키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깨달음.
그렇게 아이를 양육하며 사람을 만나는 기준도
조금씩 달라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