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냄새, 그리고 혼돈
2023년 8월 17일, 타이베이 시먼딩 야시장은 거대한 짐승 수준으로 맹렬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습한 열기는 32도까지 치솟았고, 끈적한 냄새와 함께 온몸을 휘감았다. 눅눅한 공기는 숨쉬는 것조차 버겁게 만들었지만, 사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서로를 툭툭 치며 이동했다. 좁은 골목은 온통 형형색색의 간판과 먹거리 노점들로 가득했고,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뒤섞여 귀를 멍하게 만들었다. 출발 전날 밤 타이중 숙소 추천을 한참 들여다봤던 기억이 났다. 결국 타이베이로 직행한 내 선택이 옳았을까, 하는 순간, 누군가 내 팔을 잡아당겼다. “저기, 혹시 길 아세요?” 낯선 할머니의 질문에 당황하며 고개를 저었다. 어쩌면 나는 지금부터 혼자 헤쳐나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빽빽하게 들어선 노점들 사이를 헤매며 어디로 가야 할지 분필했다. 닭꼬치 냄새, 쩐주 냄새, 펑리수 냄새까지 뒤섞여 코를 찌르는 향기는 미로의 출구를 막기 위한 장벽 수준으로 느껴졌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움직였고, 나는 그 흐름에 휩쓸려 이리저리 끌려 다녔다. “저기, 저기 좀 가르쳐 주실 수 있어요?” 나는 다시 한번 누군가를 붙잡고 도움을 요청했다. 젊은 남자는 퉁명스럽게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지만, 그 방향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저 어둠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문득, 여행 전에 읽었던 글이 떠올랐다. 투어비스 여행사 후기을 읽으며 패키지 여행을 고민했지만, 결국 지도를 접고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때의 나는 자유를 갈망했고, 정해진 길을 따르는 것을 거부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자유의 대가로 혼란과 불안에 휩싸여 있었다. 땀은 온통 옷에 흥건했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귓가에는 끊임없이 야타의 소리가 웅웅거렸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 혼돈 속에서 진정한 타이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잃은 채 헤매던 중, 우연히 작은 찻집 하나를 발견했다. 낡은 나무 간판과 희미한 조명이 왠지 모르게 따뜻한 분위기를 풍겼다. 찻집 안은 조용하고 아늑했다. 낡은 테이블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니, 방금 전까지 겪었던 혼란스러움이 조금씩 가라앉는 듯했다. 차는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맛이 났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그들은 모두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움직였지만, 내 눈에는 그저 낯선 풍경의 일부일 뿐이었다. 갑자기, 찻집 주인 할머니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건묬었다. “길을 잃으셨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시먼딩의 중심지에 도착할 수 있어요. 걱정 마세요.”
할머니의 따뜻한 미소에 마음이 놓였다. 찻집에 앉아 잠시 쉬면서 여행의 의미를 되새겼다. 여행은 단순히 유명한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고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길을 잃는 것은 실패가 아니었다.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찻집을 나섰다. 할머니가 알려준 방향으로 걷자, 낯익은 간판들이 눈에 들어왔다. “고맙습니다!” 나는 할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고 다시 사람들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시먼딩의 중심지에 도착했을 때, 거대한 광고판과 화려한 조명이 눈부셨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찻집 할머니의 따뜻한 미소와 달콤쌉쌀한 차의 맛이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혼잡하고 시끄러운 야시장은 여전히 맹렬하게 울부짖고 있었지만, 나는 더 이상 길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이 혼돈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았다는 것을 느꼈다. 돌아서려는데, 왠지 모르게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어머, 여기 계셨네요!” 친구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친구는 내가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고 걱정하며 찾아왔다고 했다. 나는 친구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며 웃음을 터뜨렸다. 친구는 그런 나를 혀를 차며 야시장의 다른 구역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곳에는 더욱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닭꼬치, 쩐주, 펑리수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내 기억 속에서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는 것은 길을 잃었던 순간, 그리고 찻집 할머니의 따뜻한 미소였다. 32도의 습한 열기와 끈적한 냄새, 시끄러운 음악 소리까지, 모든 것이 잊혀지지 않을 추억으로 내 마음속에 새겨졌다.
다시 한번, 출발 전날 밤 인천공항 스마트패스을 처음 써봤는데, 그때서야 여행이 끝났다는 걸 실감했다. 비행기 안에서 나는 타이베이에서의 경험을 곱씹었다. 길을 잃었던 순간, 찻집 할머니의 따뜻한 미소, 그리고 친구와의 즐거운 시간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여행의 일부였다. 나는 다짐했다. 다음에 또 타이완에 오게 된다면, 이번처럼 지도를 걷어차고 골목길을 헤매며 새로운 경험을 하겠다고.
나는 잠자리에 들기 전, 밤하늘을 가득 채운 불빛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타이베이 시먼딩 야시장에서 길을 잃었던 밤은,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밤으로 기억될 것이다. 혼란과 불안, 그리고 따뜻한 위안과 즐거움까지, 모든 것이 뒤섞인 그 밤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물했다. 나는 눈을 감고 잠들었다. 꿈속에서도 야시장의 냄새와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