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로이어 쿄입니다.
오늘은 제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법률 실무에 AI를 도입하면서 경험한 것들과 변호사로서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처음에는 저도 AI를 어떻게 실무에 활용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실제로 적용해 보니 법률 전문가, 법무 담당자의 역할과 서비스의 형태가 어떻게 진화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로펌 입사 초기, 수많은 판례와 법령을 검토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의뢰인의 요청사항을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기업법무의 특성상, 더 효율적인 업무 방식이 필요했죠.
그러던 와중에, AI를 처음 접했을 때가 생생히 기억나네요. 사실 처음에는 저도 회의적이었어요. '과연 AI가 법률 업무에 도움이 될까?' 하는 의구심이 컸죠. 하지만 꾸준히 AI를 업무에 실제로 활용해 보면서 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왜 AI에 주목하게 됐는지, 그리고 실제로 어떤 변화를 경험했는지 솔직히 나눠보려고 합니다.
신입 변호사 시절, 매일 밤을 새워가며 일하면서도 시간이 부족했어요. 특히 기업 자문업무는 생각보다 "바쁘시겠지만,, 내일까지 답변이 필요합니다"는 요청이 많아요. 의뢰인들은 빠른 검토를 원하시는데, 꼼꼼히 봐야 할 문서는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실제로 제 경우를 말씀드리면, 계약서 검토를 할 때가 특히 힘들었어요. 계약서 검토 시 의뢰인이 단순히 법적 리스크를 검토해 달라고만 요청하면, 그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지는데요.
결국 과거 유사 계약서들이나 쟁점이 되는 주제들, 그와 관련된 법령을 일일이 찾아보고 계약서 내용과 비교하는 데만 하루가 넘게 걸리곤 했습니다. 갑자기 금요일에 연락이 와서 '다음 주 월요일에 계약을 체결하려고 하니, 급하게 검토 요청 드린다'라고 하는 경우도 있어... 주말까지 반납하면서 일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나 AI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기초 작업이 1-2시간으로 단축되었고, 덕분에 정작 중요한 법률 검토와 전략 수립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AI를 써보기 시작했는데요.
변화가 정말 놀라웠습니다. 물론 저도 처음에는 제대로 된 설명이나 복잡한 내용을 건너뛰고 곧바로 원하는 답변을 AI에게 요구했고, 실망스런 답변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결국 AI의 답변을 제가 다시 검토하는 상황이 발생해서 시간이 배로 더 걸렸죠.
하지만, 그 이후로도 꾸준히 사용하면서 AI가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 그 범위와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사용하니, 예전에 하루 걸리던 계약서 비교 검토가 1시간도 안 돼서 끝나는 거예요. AI가 문제되는 사안과 관련된 법령과 쟁점을 제시해 주며, 여러 개의 계약서를 동시에 분석해서, 비슷한 조항들을 모아서 보여주고, 특이한 부분은 따로 하이라이트 해주니까요.
시간이 절약된 것보다 더 큰 변화는 '업무의 질'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시간에 쫓겨서 표면적인 검토에 그칠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정말 중요한 법률 검토와 전략 수립에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예를 들어, 최근에 진행했던 투자 계약 검토에서는 AI가 기본적인 조항 비교를 해준 덕분에, 저는 투자자 보호 조항의 실효성이나 창업자의 경영권 방어 전략 같은 핵심적인 부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변화는 '선제적 법률 서비스'가 가능해졌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주로 의뢰인이 문제를 겪은 후에야 법률 지원이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시간 절약 차원에서 시작했던 AI 활용이,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법률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어요.
예를 들어, AI로 수십 건의 판례를 분석해서 특정 쟁점에 대한 법원의 판단 경향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승소 전략을 수립하기도 했어요. 또 계약서 드래프팅할 때도 AI가 제시하는 다양한 옵션들을 보면서, 의뢰인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조항을 선택할 수 있게 됐고요.
최근 제가 자문하는 IT 스타트업의 경우, AI를 활용해 해당 산업의 주요 법적 분쟁 패턴을 분석하고 리스크 맵을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서비스 출시 전에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이슈들을 미리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었죠. 특히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전자상거래법 관련 컴플라이언스 이슈를 사전에 점검하면서, 의뢰인의 비즈니스 리스크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습니다.
계약서 검토 업무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신입 때는 선배 변호사들의 검토 의견을 참고하느라 수많은 과거 문건을 뒤적여야 했는데, 이제는 AI가 수백 건의 계약서를 빠르게 분석해서 주요 체크포인트를 제시해 줍니다. 물론 이것이 법률가의 전문적 검토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지만, 초기 스크리닝 과정의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것은 분명합니다.
이제는 의뢰인이 물어보는 질의사항은 기본이고, 그에 더해 무엇을 더 제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일이 되었네요.
AI 활용시, 실제 업무에서의 느끼는 유용성
제가 AI를 활용하여 실무를 하면서 경험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몇 가지 공유해 보겠습니다.
첫째, '분쟁 해결 전략 수립'에서 AI의 도움이 컸습니다.
최근 담당했던 직장내괴롭힘 및 부당해고 사건에서, AI를 통해 최근 5년간의 유사 판례들을 분석했더니, 특정 정황에서의 승소 근거와 배상금 범위를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덕분에 의뢰인께 더 현실적인 자문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둘째, '법률 리스크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집니다.
이제는 혼자서도 의뢰인 회사와 관련된 법령 개정안과 최신 판례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중요한 변화가 있을 때마다 AI로 맞춤형 법률 업데이트 보고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분야의 특성상 규제가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 분야 등에서 이 시스템이 매우 유용하겠습니다.
셋째, '법률 문서 작성의 효율성'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특히, 국제계약 검토할 때도 AI가 큰 힘이 됩니다. 국문과 영문 계약서를 동시에 비교 검토할 때, AI의 번역 및 비교 분석 기능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계약서의 불일치 조항을 빠르게 발견하고, 표준화된 문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더군요.
법률시장의 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우리 법률가나 법무 담당자들에게도 새로운 역량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법무 실무자들에게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핵심 준비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AI 리터러시가 중요하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아, 코딩을 배워야 하나?" 걱정하시는데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AI 도구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AI 리터러시는 크게 세 가지 측면입니다.
첫째, AI 도구들의 특성을 이해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ChatGPT는 판례 검색에 강하지만 최신 법령은 업데이트가 안 되어있고, Claude는 긴 계약서 분석에 더 적합하고, 또 국내 특화 법률 AI들은 판례 인용이 정확하다는 식의 특성들을 알고 있어야 해요.
둘째, AI에게 질문하는 방법을 아는 거예요. "계약서 검토해줘"가 아니라 "이 라이선스 계약에서 지식재산권 관련 조항의 리스크를 중점적으로 검토해줘" 처럼 구체적으로 지시할 수 있어야 하죠.
셋째, AI의 한계를 아는 거예요. AI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부분은 반드시 사람이 검증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해요.
저도 이 부분을 계속 연구하고 있는데요, AI 관련 강의도 듣고, 퇴근 후에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실전 감각을 키우고 있습니다.
AI가 기초적인 법률 검토를 지원해 주면서, AI가 법령과 판례 검토를 도와주면서, 오히려 더 중요해진 게 있어요. 바로 '법률 서비스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입니다.
AI가 법령과 판례 검토를 도와주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AI를 활용해서 의뢰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분석하는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즉, 의뢰인의 비즈니스나 니즈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정확한 전략적 조언을 제공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제가 최근에 플랫폼 기업 자문을 하면서 느낀 건데, 단순히 전자상거래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만 아는 걸로는 부족하고,
의뢰인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수익 구조는 어떤지, 경쟁사들은 어떤 전략을 쓰는지 등을 이해해야 제대로 된 법률 자문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의뢰인의 업종의 산업 분석 보고서도 꾸준히 읽고, 관련 컨퍼런스도 찾아다니면서 제가 주로 자문하는 산업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법률가에게 '데이터 분석'이라고 하면 좀 낯설게 느끼실 수도 있는데요, 이제는 정말 중요해졌어요. AI가 제공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해석하고, 이를 법률 자문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볼게요. 분쟁 해결 전략을 세울 때, 예전에는 주로 경험과 직관에 의존했잖아요. 하지만 이제는 AI가 제공하는 판례 통계, 승소 근거 분석, 배상금 범위 등의 데이터를 보고 더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됐어요.
또 계약 협상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AI로 수백 건의 유사 계약들을 분석해 보면, 어떤 조항이 업계 표준인지, 어떤 부분이 특이한지 바로 알 수 있거든요.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협상 전략을 세우면 훨씬 더 설득력 있게 의뢰인에게 자문을 제공할 수 있어요.
요즘 저는 엑셀로 간단한 표 등 데이터 시각화하는 법도 배우고 있는데요. 의뢰인께 보고서나 검토의견을 전달할 때 정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새로운 역량들을 개발하는 게 쉽지는 않죠. 바쁜 업무 중에 새로운 공부를 한다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요. 하지만 우리가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급변하는 법률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당장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는 게 중요할 것 같네요.
마치며
AI가 발전하는 것이 결코 법률 전문가나 법무 담당자의 역할이 축소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AI의 등장을 업무 역량을 확장할 수 있는 큰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주변을 보면 아직도 AI를 사용하는 것을 꺼려하거나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많고, 심지어는 법무 종사자들의 역할을 AI가 대체할 것을 경계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하지만 법률 시장이 빠르게 변하면서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 이미 AI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AI를 쓰는 사람들은 AI가 단순 반복적인 업무나 문제해결 과정을 도와주니, 그로 인해서 아낀 시간을 활용하여 이전보다 질적으로 향상된 더 가치 있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어요.
앞으로 AI를 사용하는 자와 아닌 자의 격차는 더욱 커지겠죠. 이제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법률가로서의 전문성과 윤리의식을 잃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AI와 법률 서비스의 발전에 대한 저의 경험과 생각들을 계속 공유하고자 합니다. 더 나은 법률 서비스를 위한 여정에 함께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