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뭐 하나라도] 예민함

2023.9.5.(화)

by 김지훈

시작은 사소함에서


찻잔에 떨어진 물방울이 만들어낸 파동처럼


서서히 퍼져나간다


작은 잔에 담긴 줄 알았던 물은


여름철 해수욕장의 파도처럼


점점 크게 요동치며 어느 순간 나를 덮친다.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는 걸 알아차릴 즈음


나는 감정의 소용돌이 안에 갇혀 허우적 거린다.


허우적거리다 일순간 주변이 잔잔해져


이곳에서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에 손을 휘젓는데,


내 휘적거림으로 인해 생겨난 또 다른 파도가


옆사람을 덮친다.


그렇다.


나는 빠져나간 게 아니라 감정에 동요되어


어느덧 예민함이라는 파도가 담긴 바다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 바다는 사람을 헤치기에


나는 넓디넓은 바다에서


구조되기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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