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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Sep 14. 2023

진해바다에 비 내리는 날, 정현종 시인.

나는 그가 이 글을 꼭 읽어주면 좋겠다


https://brunch.co.kr/@go-yo/78




그가 쓴 문장을 보고 주저앉았던 적이 있다

낯선 서울, 겨울의 혜화동 서점이었다


책방에서 만난 그를 호텔방으로 불렀다


품어질 곳을 찾아 헤매는 남자였다

여자가 있고 육체가 있고 어둠과 죽음과 슬픔이 있었다

그리고 배회하는 사랑,

사랑이 있었다


하고는 싶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누구의 사랑도 받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苦痛의 축제를 즐기는 사내였다


하나의 방향으로만 뿜어내는

비릿한 바다향이 나는 사내였다



고개를 넘고 바닷길을 달려

그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를 마주하고

울음이 나버렸다




분명히 거칠었는데

주체할 수 없는 狂氣

다듬어지지 않은 洗鍊이

참지 못하는 忍耐를 입고 있었는데


空氣의 무거움을 정복한

위버멘쉬로,

눈앞에 앉아있었다


결핍과 불안이 恐怖를 이겨내면

어떠한 모습이 되는지를 보았다



해 저문 바닷가를 걸어가던 불꽃이

無限이 되어 수평선으로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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