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해여자 Feb 19. 2020

홍상수와 김민희

그의 그것에는

자신이 살아온 날들에 대한 향수가 있었고

열심으로 살아낸 지난 젊음에 대한 자위가 있었고

이기지 못하는 욕망 아닌

얼마든지 조절 가능한, 통제 아래 있는 몸이 있었다


그는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능숙한 연주가

나는 그가 수십 년 다루어온 악기가 된 것 같았다

그것도 아주 잘 만들어져서 좋은 소리를 내는 악기가 된 것 같았다


초로의 한 신사를 만났다

그는 내게 몇 가지의 질문을 던졌고

나는 성의껏 대답하였다

오고 가는 대화 즐거웠으며

그 역시도 오랜만에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를 만난 듯했다

그는 경청하였고 모든 것을 품어주었다

자신의 전생애로 눈앞의 한 생을 보듬주었


잠을 자다 서는

지난밤의 꿈을 복기하며

아직도 일렁이는 마음으로

기록을 남긴다


사랑의 자격 같은 것이 있다면

열심히 생을 살아온 50대의 남자에게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유명인 홍상수와 김민희의 만남에 박수는 칠 수 없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


매거진의 이전글 원주씨,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