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여 오셔요
나와 그가 마주하는 오전의 어느 시간.
오늘은 그에게서 이제껏 보지 못한 반가운 단어가 도착했다.
이 얼마나 설레는 단어인가.
물론 바탕화면도 핑크여서 더더욱 마음이 동하였는지도 모른다.
늘 찬바람에 어깨를 움츠린 채로 점심을 먹으러 가는 시간이 나에겐 유일한 광합성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이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며칠 전부터 느껴지기 시작했다.
겨울 다음에 온다는 그 따뜻한 봄을.
옷깃에, 손끝에, 그리고 얼굴에 닿는 바람의 온도가 달라졌다 싶었는데 이렇게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니 봄이 오는가 싶다.
따뜻해지는 만큼 미세먼지가 극성이지만 사람들의 반듯한 등에서, 얇아진 코트에서 봄을 보았다.
어여 봄이 와서 겨울 내내 찌뿌둥하기만 했던 몸을 풀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사실 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 이들 때문에 어여 왔으면 한다.
겨울 내내 보일러 온도로 나와 씨름하던 그도
추운 온도에 버티지 못하고 말라버린 미호(프렌치 라벤더),
지 몸 지켜내겠다고 잎사귀 뚝뚝 떨구는 산이(구아바).
이들의 혹독한 겨울나기를 지켜본 나로서는 하루빨리 봄이 다가와서 다시 예전과 같은 싱싱한 모습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봄이 오고
따뜻한 햇살에
살랑살랑 바람까지 불면
나도
그도
그리고 우리도
새싹처럼 피어나리라.
봄아.
어여 오소.
#겨울아안녕 #수고많았어 #기다리는봄 #웰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