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에서> 연극을 보고 난 뒤
뚜뚜... 뚜뚜... 뚜루뚜루..
어디선가 전파가 잡히기 시작했다.
어라? 어디서 오는 전파인지.
끊길 듯 안 끊기며 들려오는 그들의 소식.
내가 그들의 소식을 처음 들은 것은 제천으로 출장 가던 중 라디오였다. 그렇게 보면 난 그때 지금처럼 전파를 통해 그들의 방송을 들었다. 2시간 정도 제천을 넘어가는 고속도로에서 들려오던 전원 구출이라는 소식에 ‘역시 대한민국이야. 큰 사고를 몇 번 경험하더니 학습능력이 엄청 향상되었네.’ 제천에 도착해서 맞이한 점심시간에 직원 식당에서 접한 티지에서는 오보라는 소식과 함께 기울고 있는 그 모습이 보였다. 밥 먹으면서도 ‘어째 어째 저걸 어째’ 이랬는데 그 이후 5년이 지났다.
연극의 시작은 수학여행을 떠나기 하루 전 그 고등학교 방송반의 점심방송으로 시작된다. 수학여행 떠나기 전이라 그 흥분과 설렘이 가득했던 그 방송이 끝나고 배에 오르는 그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오르지 마’를 속으로 외쳤다.
그 안에서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울컥울컥 마음이 파도를 쳤다. 그러면서 그때 활동했던 잠수부의 담담한 독백에 다이빙을 하는 나였기에 마음이 더 울적했다. 손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안 좋은 시야에서 하루에 5번의 다이빙과 물속에서 마주한 현실에 술을 먹지 않을 수 없다는 그들의 말에 그 당시 암담했던 그 시간 속에 나도 떠다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껏 나왔던 다큐나 영화는 남은 사람들을 중점으로 혹은 그때 그곳에서 참여했던 사람들의 시선으로 표현되었지만, 이 연극은 살아남았던 사람과 그 배속에 남아있던 사람들이 담담히 얘기하는 시간이다.
아직까지 정리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이기에 더더욱 씁쓸한 공연이었다. 어쩌면 그들의 소리가 너무나도 담백하게 표현되어서 오히려 그들의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었다. 배우들이 더 많이 열정적이었다면 아마도 난 불편한 마음이 생겨났을 것이다. 어찌 보면 피하고 싶고, 더 이상은 알고 싶지 않은 상처라고나 할까. 사실 그 날 이후 그렇게 좋아했던 노란색은 이제 더 이상 밝고 경쾌한 이미지를 잃었다.
이 연극에서의 그들이 배 안에서 바다를 헤매다 결국은 명왕성으로 좀 더 기나긴 수학여행을 떠난다. 어찌 보면 그 명왕성으로 떠날 수밖에 없던 이유가 더 이상 우리 은하에 속하는 가족이 아니어서이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기억을 하고 있지만, 잊지 않으려 하고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미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명왕성에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표현한 공연이었다.
이 공연을 하기 전 작가나 연출가분 모두 학부모들도 만나시고 관련자들도 만나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그리고 배우 또한 점점 더 휘몰아치는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어느 공연보다 힘든 과정을 보냈다고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쳤기에 오히려 관객들은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잊지 말아 달라는 가족들의 말처럼, 이미 먼 곳으로 떠난 그들이지만 이 공연을 통해 다시 한번 그들을 떠올리며 그들이 맘 편히 여행할 수 있도록 5월 26일까지 짧은 공연이지만 꼭 보길 추천한다.
tip]
유료 티켓 구매자라면 sns 이벤트를 통해 그들의 가족들이 남긴 이야기를 적은 책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베리어프리 공연을 표방하고 있어서 시청각 장애인이나 휠체어 등을 이용하는 이들도 함께 공연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