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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녕 Apr 30. 2018

인생의 밑바닥에서 만난 고양이, 알고보니 복덩이?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으로 보는 기회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흔히들 인생에 있어 3번의 기회가 온다고 한다. 이 말이 옳다면 도대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찾아올까. 하지만 다가오는 길목을 눈에 불을 켜고 지켜봐도 알 길이 없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자신 앞에 놓인 일, 즉 현재를 충실히 살다보면 기회는 찾아오기 마련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래야만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왜 자꾸 기회 이야기만 하냐면 지금부터 소개할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의 제임스가 커다란 행운을 만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다만 그에게 찾아온 기회의 모습은 연갈색의 사랑스러운 고양이다.

출처 - (주)누리픽쳐스

제임스(루크 트레더웨이)는 마약중독자다. 그 중에서도 중독성과 금단증상이 심하다는 헤로인에 빠져있다. 뮤지션으로서 길거리 공연을 하며 전전하는 그는 돈도, 집도 없다. 끼니를 때울 돈도 없어서 한 남성이 준 먹다 남은 샌드위치로 허기를 달랜다. 그것도 비를 홀딱 맞으며. 또한 우연히 만난 아버지는 그를 거북해 한다. 새 아내가 싫어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봤을 때 어떤가. 그의 인생에 희망이란 찾아보기 힘들지 않은가. 과연 세상이 이런 그를 도와줄까. 받아들여주기나 할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도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실존인물인 제임스 보웬 이야기다. 영화의 엔딩 부를 보면 그는 이제 자가 소유의 집이 생겼을 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와 동물을 돕는다고 한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영화라서 다소 각색은 있겠지만, 영화내용만 가지고 살펴보면 고양이, 밥의 존재가 다른 누구보다 크다. 초반에 밥은 그의 집(마약중독 치료센터의 도움으로 공공주택을 얻었다)에 갑작스레 찾아와 시리얼을 얻어먹고, 그의 전 재산을 쏟은 도움으로 상처를 치료받는다. 그렇게 밥은 그에게 민폐만 끼치나 싶었지만, 아니었다. 이후부터 시작된 밥과 함께한 길거리 공연들은 전에 비해 대성공이다. 연일 사람들의 사진촬영 부탁이 쇄도하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그의 공연은 이제 사람들에게 둥그렇게 둘러싸여있다. 감미롭게 노래하는 가수의 기타 위에 귀여운 고양이가 앉아있다고 생각해보자.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광경이다.

출처 - (주)누리픽쳐스

길거리 공연의 성공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후 그는 밥 덕분에 옆집에 사는 베티(루타 게드민타스)와 썸을 타며 꽤나 깊은 정신적 교류를 나누고, 공연이 금지되어 잡지 판매원을 할 때도 다른 직원이 질투할 정도로 좋은 실적을 거둔다. 나중에는 유명인사가 되어 출판까지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 있어 베티, 마약중독 치료센터 직원인 벨(조앤 프로겟)이 그를 돕는다. 같이 마약하던 친구인 바즈(대런 에반스)의 죽음도 그가 마약을 끊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밥이라는 정신적 버팀목이 없었다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됐으리라 싶다. 그가 극한의 금단증상을 견딜 용기를 준 것도, 그로인해 괴로워할 적에 지켜봐준 이도 밥이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나 밥은 그에게 도움이 되는 구체적 행동을 하진 않았지만 도움이 되도록 했다. 존재 자체가 커다란 힘이 됐다는 말이다. 우리는 고민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으면 친구 등에게 털어놓는다. 왜 그럴까. 그들의 말은 대부분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거나(대략적으로라도) 속 시원하게 고민이 해결되는 정답은 아닌 경우가 많다. 우리는 누군가가 고민을 들어준다는 자체가, 누군가 앞에 있어준다는 자체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힘든 일을 이겨내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밥의 경우도 비슷하다. 비록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동물이지만, 항상 그의 옆에 있어줌으로써 그가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만들었다.

출처 - (주)누리픽쳐스

사실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은 식상한 구조를 띤다. 밑바닥에서 고생하던 한 인물이 역경을 극복하며 나름의 성공을 맞본다는 스토리는 많이 봐오지 않았나. 하지만 밥이 영화의 단점마저 상쇄시켰다. 동물에게 하기에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말이지만, 밥의 호연이 돋보인다. 적재적소에 알맞은 행동과 표정연기를 선보임은 물론,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이다. 대부분 장면을 본묘가 직접 소화한 밥은 영화의 주인공 제임스와 실제 주인공인 제임스 뿐 아니라 영화마저 살려낸 것이다.

 

하지만 로저 스포티스우드 감독의 연출도 눈여겨볼만 하다. 그는 여타 감독들의 작품들처럼 다소 과한 갈등을 통해 단순한 흥미를 추구하지 않는다. 보는 이가 위압감을 크게 느끼지 않을 정도로만 갈등상황을 진행한다. 그로인해 조마조마하거나 안타까워하며 피로도가 쌓이는 일 없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힐링 영화라는 말에 정확히 어울리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제임스 역을 맡은 루크 트레더웨이의 캐스팅도 좋았다. 피폐한 삶으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진 캐릭터와 알맞은 이미지를 가졌고,그 외에 여러 상황에 있어 감정연기도 훌륭했다. 개인적인 단상이지만, 그가 금단증상으로 괴로워하는 장면에서 헤로인 남용과 정신적 문제로 안타깝게 자살하고만 너바나의 보컬, 커트 코베인의 모습이 언뜻 보였다.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감정이입이 보다 쉬우리라 싶다.

 

출처 - (주)누리픽쳐스

그렇다면 이제 생각해볼 점은 과연 우리의 인생에도 기회가 찾아오느냐다. 3번이 아니라 1번이라도 오기나 하는지 궁금하다. 여기서 기회란 보통 커다란 부, 명예 등을 일컫는다. 하지만 만약 그 기준을 제임스에게 찾아온 밥처럼 옆을 지켜주는 존재로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 덕에 희망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탱할 힘을 얻는다면? 어쩌면 우리가 다른 곳을 보고 있었을뿐 기회는 이미 곁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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