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아이의 겨울(2023.12-2024.02)
일주일에 한 번, 방과 후 수업을 듣고 있다.
1학기 때에는 수업 2개를 들었는데 학부모 공개수업 중 아이가 수업에 집중하지 않아 한 개를 정리했다. 나머지 수업은 선생님이 주의를 주기도 했고 그럭저럭 수업에 참여하는 것 같아 지속하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 전, 2학기 방과 후 공개수업을 했다. 사실 내가 가지 않고 남편이 갔다. 마침 휴가이기도 했고, 나는 이전에 참여해 대충 분위기를 알고 있었으니까. 주말부부로 지금까지 한 번도 학교에 가 본 적 없는 남편이게 이 기회에 학교에 가서 교실 구경이나 하고 오라고 했다. 아빠를 보면 아이가 좋아할 거라고.
그런데, 공개수업 도중 남편의 문자를 받았다. 아이가 전혀 집중을 하지 못한다고, 너무 산만하다고. 수업은 과학 이론에 대해 선생님이 설명하고, 이후 과학 키트 활동으로 구성되었는데, 아이는 선생님이 보라고 해도 보지 않고, 전체 질문에 대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모두 다 답을 말하는데, 유일하게 답을 말하지 않는 아이가 바로 내 아이였다고. 그동안 아이는 자기 눈꺼풀을 만지며 장난치거나, 유인물을 만지작거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과학 키트 활동 시간에는 딴짓을 하고 있다가, 다른 아이들이 만들기 시작하면 그제야 눈치를 보며 만들기를 시작한단다.
아이가 시끄럽게 떠들거나, 누군가와 장난치며 수업을 방해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 행동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 아이들은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면 다시 수업에 집중했다. 반면 아이는 멍하니 앉아 선생님 지적도 받지 않은 채 딴짓을 했다.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산만함. 남편을 통해 들은 방과 후 수업 속 아이는 그랬다. 나는 또 생각이 복잡해졌다. 1학기때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지금은 왜 그런 걸까? 선생님도 같고 수업 방식도 비슷하고 아이도 하고 싶다고 한 수업인데...
자폐 스펙트럼의 경우 ADHD를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알고 있다. 자기 관심사에만 몰두하고 그 외의 것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은 ADHD 아동과 닮았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부분도 비슷하다. 일부 ADHD 아동은 자폐 스펙트럼 아동과 동일하게 감각 문제를 갖고 있기도 하다. 나는 방과 후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를 보고 ADHD의 잔향을 느꼈다. 이게 처음은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생각했던 부분이다.
ADHD 관련 검사는 받지 않을 것이다. 이미 병원 진료에서 산만함은 이 아이들의 특성이기도 하다는 전문의 말을 들었으니까. 그리고 아이의 산만함이 검사를 따로 할 만큼 심각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검사를 하더라도 그 결과가 자폐와 비슷할 거란 생각도 들었다. 약물 치료를 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 그 선택일 뿐.
이제 끝인 줄 알았는데
불안은 끝이 없구나.
이 역시 익숙해지려나?
ps. 수업이 끝나고 아이에게 물었다. 왜 선생님 말씀에 귀 기울이지 않았냐고. 아이는 다 들었다고 했다. 남편은 수업 유인물을 보며 아이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아이는 대부분 정답을 말했다. 네가, 다 알고 있어서 그랬구나. 그래도 선생님이 말할 땐 선생님을 쳐다보고 선생님이 질문하면 대답도 하라고 했다. 그 질문이 네가 아닌 전체 아이를 향한 것이라 해도. 그게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