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류승연
최근 개봉한 ‘그녀에게’의 원작.
작가의 아들 동환이는 출산 시 뇌손상으로 네 살 때 지적장애 진단을 받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동환이는 기분 좋을 때 “이가갸갸갸”, 싫을 때는 “이잉” 정도로 표현하는 아이. 장애의 정도를 경증과 중증으로 구분하자면 아마도 중증에 가까울 것이다.
모든 장애 아이가 있는 가정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가정은 나름의 사정을 잘 이겨내고 각자의 현실 속에서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하루하루를 살아나가고 있다. 백 명의 장애 아이가 있으면 백 가지 다른 장애의 특성이 나타난다. 부모는 아이가 보여주는 특성을 오랜 시간 관찰하고 파악해 적응해 나간다. 이렇게도 해봤다가 저렇게도 해본다. 오랜 시행착오를 거친 뒤 결국은 찾아낸다. 장애 아이와 장애가 없는 부모가 어울려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P202
발달장애 진단을 받더라도 특성에 따라 자폐 스펙트럼, 지적 장애, 언어 장애로 이름도 다르고 그에 따라 나타나는 특징도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지만 상대적으로 경증에 해당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책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위로 혹은 응원의 말조차 조심스러웠던 나는 그저 묵묵히 책을 읽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장애 아들을 키우며 작가가 겪어야 했던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앞으로 만들고 싶은 세상에 대한 바람도 공들여 전한다. 작가는 학년이 아닌 발달 정도에 따라 반배정이 필요한 특수학교의 현실을 지적하고, 활동보조인 제도에 대한 개선책을 제안하며, 발달장애인의 취업에 대해 고민한다. 낙천주의자라는 단어가 알맞은 작가의 태도는, ‘힘든 상황을 어떤 식으로든 버티며 살려다 보니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했고 그로 인해 부모들 성격이 변하게 된 것 같다’는 문장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힘든 것과 불행한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작가의 말처럼 어떤 상황이든 당당하게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작가의 뒷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져서 좋았다.
장애 아이인 자식의 인생이 고달프고 그 아이로 인해 나머지 가족의 인생도 힘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불행한 건 아니다. 힘든 것과 불행한 것은 엄연히 다르다. P34
씩씩한 작가를 닮으려는 듯 의지를 불태우며 책을 읽다가 책의 마지막 장, “아이의 장애를 알게 된 그녀에게”를 읽으며 눈물이 터져버렸다. 오래전 내 생각이 나서.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제목을 왜 “그녀에게”라고 정했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엄마뿐만 아니라, 이제 막 발달장애의 세계에 들어선 엄마에게, 그리고 장애와 상관없이 이들을 지켜볼 이름 모를 엄마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그건 아마도 “우리는 서로서로 연결됨으로써 고민을 덜고, 앞선 지혜를 나누고,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받을 수 있다”는 문장으로 완성될 것이다.
연결되다는 말을 좋아한다. 위로가 된다고 해야 할까? 아이의 진단을 주변의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연결되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그래서 오늘도 쓴다.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닿기 위해서. 연결되기 위해서.
눈물 흘리는 밤이 많아질 것이고, 죽음에 대한 생각도 시시때때로 찾아올 것이다. 때론 정신이 폭발할 것 같은 답답함에 마구 소리를 지르며 미쳐가는 듯한 느낌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말이다. 이 모든 고통과 슬픔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녀는 장애가 있는 아이 덕분에 더 많이 웃게 될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더 나은 인간이 되어 더 행복한 일상을 살게 될 것이다. (중략) 그래서 나는 말한다. 괜찮다고. 아이에게 장애가 있어도 괜찮다고. 인생 끝난 것 아니라고. P306
출판일이 2018년, 작가의 아들 동환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니
이제는 중학생이 되었을 것이다.
지난 6년간 류승연 작가는 또 어떻게 성장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