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입사 첫날
드디어 첫 출근. 8시 30분에 도착해서 인사팀 앞에 섰다. 인사 담당자가 미소를 지으며 A4 용지 한 뭉치를 건넨다.
"출근하신 걸 환영합니다! 오늘 작성하실 서류들이에요. 천천히 읽어보시고 질문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서류 뭉치를 받아든다. 근로계약서, 4대보험 가입 신청서, 비상연락망, 복리후생 안내... 생각보다 많다.
'이거 다 읽어야 하나? 시간 얼마나 걸려? 그냥 빨리 서명하고 넘어가면 안 되나?'
불안이 올라온다. 첫날부터 서류에 파묻혀 있고 싶지 않다. 하지만 대충 넘어갔다가 나중에 문제 생기면 어떡하지?
걱정하지 말자. 이 서류들은 중요하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여기서는 인사팀에서 받게 될 주요 서류들과, 각 서류를 어떻게 검토하고 작성해야 하는지 실전 팁을 정리했다.
근로계약서는 당신과 회사 간의 약속을 명문화한 문서다. 급여, 근무 시간, 연차, 퇴직금 등 모든 근로 조건이 담겨 있다. 절대 대충 넘기면 안 되는 서류다. 꼭 확인해야 할 항목들을 알아보자
월 기본급이 면접 때 제시받은 금액과 일치하는가?
상여금, 인센티브 지급 조건은 어떻게 되는가?
급여 지급일은 언제인가? (보통 매월 말일 또는 다음 달 초)
실수 방지 팁: 연봉을 12로 나눈 금액이 아니라, 실제 월급 지급액을 확인하자. 예를 들어 연봉 3,600만 원이라고 해서 매월 300만 원을 받는 게 아니다. 상여금이 포함되어 있는지, 세전인지 세후인지도 체크하자.
소정근로시간: 주 40시간 (하루 8시간)
출퇴근 시간: 예를 들어 9시 출근, 6시 퇴근
점심시간: 보통 1시간 (12시~1시)
코어타임이 있는지 (예: 10시~4시 필수 근무)
실전 팁: 유연근무제나 재택근무 가능 여부도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하자. 없다면 인사팀에 구두로 물어봐도 된다.
입사 첫해 월차 개수 (입사 1개월 후 1개씩, 보통 11개)
2년 차부터는 연 15개
여름휴가, 경조사 휴가 일수
주의사항: 일부 회사는 입사 첫해에 연차를 15개 주는 곳도 있고, 비례해서 주는 곳도 있다.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자.
1년 이상 근무 시 퇴직금 지급
계산 방식 (평균 임금 × 근속 연수)
퇴직연금(DC/DB) 가입 여부
정규직인가, 계약직인가?
계약직이라면 계약 기간은? (보통 1년 단위)
정규직 전환 조건은?
직무가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가?
"기타 회사가 지시하는 업무"라는 포괄적 조항이 있는지 확인
실전 팁: 너무 포괄적인 업무 범위가 기재되어 있다면, 실제로는 어떤 업무를 하게 되는지 인사팀이나 팀장에게 구두로 확인하자.
천천히 읽기 "빨리 서명하세요"라고 재촉하는 분위기여도, 최소 10~15분은 투자해서 읽자. 이건 향후 1년 이상 당신의 권리를 결정하는 문서다.
이해 안 되는 부분은 즉시 질문 "이 조항이 무슨 뜻인가요?" 이 질문,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꼼꼼한 사람으로 보인다. 인사팀은 이런 질문에 익숙하다.
면접 때 말한 조건과 다르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
즉시 확인하기 "죄송한데, 면접 때는 연봉 3,600만 원이라고 들었는데 계약서에는 3,400만 원으로 되어 있네요?" 이렇게 바로 말하자. 수정 요청하기 계약서는 쌍방 합의 하에 작성되는 문서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수정을 요청할 수 있다.
노동청 상담 고려하기 만약 명백하게 불법적인 조항이 있다면(최저임금 미달, 주 52시간 초과 등), 노동청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전화 1350번
4대보험은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을 말한다. 정규직으로 입사하면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가입해줘야 한다. 작성 항목은 이렇다.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집 주소는 정확하게 기재 (건강보험 고지서 수령지)
배우자, 자녀, 부모님 등 부양가족이 있으면 기재
신입은 대부분 해당 없음
나중에 연금 받을 통장 정보 보통은 급여 통장과 같아도 된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안물어보는 경우가 더 많다.
4대보험 가입 확인 방법 입사 1~2주 후, 4대보험 포털(4insure.or.kr)에서 본인의 가입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제대로 가입되었는지 꼭 확인하자.
보험료는 얼마나 나갈까? 대략 월급의 9~10% 정도가 4대보험료로 공제된다. 연봉 3,600만 원이면 월 약 27만 원 정도. 회사와 직원이 반반 부담하므로, 급여 명세서에는 본인 부담분만 표시된다.
부양가족이 없으면 그냥 비워두자 신입은 대부분 부양가족이 없으니, 해당 칸은 비워두면 된다. 나중에 결혼하거나 부모님을 부양하게 되면 그때 추가하면 된다.
급한 일이 생겼을 때 회사에서 연락할 비상연락처를 작성하는 양식이다. 작성 항목은 아래와 같다.
본인 연락처
휴대폰 번호 (가장 중요)
개인 이메일 (회사 메일 외 연락 가능한 이메일)
보호자 연락처
부모님, 배우자, 형제자매 중 1~2명
이름, 관계, 연락처
누구를 비상연락처로 해야 할까? 보통 부모님이나 가장 가까운 가족을 적는다. 혼자 사는 경우 가장 친한 친구나 룸메이트를 적어도 된다. 중요한 건 "급한 상황에 연락 가능한 사람"이다.
미리 알려주기 비상연락처로 등록한 사람에게 "회사 비상연락처로 등록했어. 혹시 회사에서 연락 오면 받아줘"라고 미리 말해두자.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 오면 안 받을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 비상연락망은 인사팀에서만 보관하고, 일반적으로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꺼림칙하다면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하고 싶은데 가능한가요?"라고 물어봐도 된다.
회사가 제공하는 각종 복리후생 제도를 안내하는 문서다. 급여 외에 받을 수 있는 혜택들이니 꼼꼼히 읽어두자.
식대 지원
구내식당 제공 또는 식대 지급 (월 10~20만 원)
중식 제공 여부, 석식 제공 여부
교통비 지원
교통비 정액 지급 또는 실비 지급
주차비 지원 여부
경조사비
결혼, 출산, 사망 시 지원금
경조휴가 일수
건강검진
연 1회 무료 건강검진
종합건강검진 비용 지원 (일부 회사)
교육비 지원
직무 관련 교육, 세미나 참가비 지원
도서 구매비 지원
자격증 취득 지원
자기계발비
헬스장, 영어 학원 등 월 일정 금액 지원
명절 상여금
설날, 추석 상여금 지급 여부
사내 동호회
축구, 등산, 게임 등 동호회 활동비 지원
당장 쓸 수 있는 혜택 체크하기 모든 복리후생을 다 외울 필요는 없다.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것부터 확인하자.
식대는 어떻게 받나? (식권? 현금?)
교통비는 언제 신청하나?
도서 구매는 어떻게 하나?
복리후생 문서는 보관하기 복리후생 안내 문서는 PDF로 저장해두거나 출력해서 보관하자. 나중에 "이거 신청하려는데 어떻게 하더라?" 할 때 다시 찾아볼 수 있다.
잘 모르는 건 나중에 물어보기 첫날 모든 걸 다 이해할 필요는 없다. 일단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실제로 필요할 때 인사팀이나 선배에게 물어보면 된다.
인사팀에서 서류를 받으면, 서명하기 전에 다음을 체크하자.
근로계약서
급여 금액 확인 (면접 때 제시받은 금액과 일치하는지)
근무 시간 확인 (출퇴근 시간, 코어타임)
연차 개수 확인 (입사 첫해 월차 개수)
계약 기간 확인 (정규직 vs 계약직)
이해 안 되는 조항은 질문하기
서명 전 사본 요청하기
4대보험 가입 신청서
주민등록번호 정확히 기재
주소 정확히 기재 (우편물 수령지)
부양가족 있으면 기재 (없으면 비워두기)
비상연락망
본인 연락처 정확히 기재
비상연락처 1~2명 기재
비상연락처로 등록한 사람에게 미리 알리기
복리후생 안내
주요 복리후생 항목 확인
당장 쓸 수 있는 혜택 체크
PDF 저장 또는 출력해서 보관
평균적으로 30분~1시간 정도 소요된다. 서두를 필요 없다.
빠르게 하려고 하지 말기 첫날은 보통 오리엔테이션과 서류 작성으로 오전이 다 간다. 인사팀도 그걸 알고 있다. "빨리 끝내야 하나?"라고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꼼꼼하게 읽고 작성하자.
질문하는 데 시간 쓰기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질문하자. "이거 무슨 뜻이에요?", "이 금액이 세전인가요, 세후인가요?" 이런 질문들,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꼼꼼한 사람으로 보인다.
계약서 내용이 복잡하거나, 혼자 찬찬히 읽고 싶을 수 있다면. 물어보자 "오늘 바로 서명해야 하나요? 집에 가져가서 읽어보고 내일 제출해도 될까요?" 대부분의 회사는 1~2일 여유를 준다.
하지만 서류를 들고 집에 가서 자세히 읽어본다고 하면 까다로운 신입사원이라는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눈치를 봐서 가능할때만 요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회사 규모가 어느정도 있고 연혁이 오래된 회사라면 믿고 사인하는 유도리도 발휘하자.
서류를 다 작성했다. 마지막 페이지에 서명란이 보인다. 펜을 든다. 이름을 쓴다.
'이게... 내 첫 근로계약서구나.'
묘한 기분이 든다. 학교 과제 제출할 때와는 다르다. 동아리 가입 신청서를 쓸 때와도 다르다. 이건 진짜다. 법적 효력이 있는 문서다. 내 이름 석 자가 적힌 이 종이 한 장이 나를 "사회인"으로 만든다.
서류를 인사 담당자에게 건넨다. "수고하셨어요. 확인 후에 사본 드릴게요."
담당자가 웃으며 서류를 받는다. 그 순간, 실감이 난다. '나... 이제 진짜 취직했구나.'
합격 통보를 받은 지 2주. 서류를 준비하느라 정신없었던 며칠. 그리고 오늘, 드디어 계약서에 서명했다.
축하한다! 신입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