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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물이 많은 사람이다.

by Goemgoem

나는 눈물이 참 많은 사람이다.

작은 것 하나에도 눈물을 흘렸다.

오죽했으면 넌 정말 극한의 F라는 이야기를

주야장천들을 정도로 눈물이 많았으며

남들에게 감정을 이입했다.


그렇다 보니 드라마나 다큐

혹 예능을 본다 하더라도

나는 조금이라도 슬프면 눈물을 흘렸다.


워낙 울보인지라 남편이 처음엔 놀랐었다.

이제는 적응을 해 눈물을 흘리면 자연스레 티슈를

나에게 가져다 줄 정도로 적응을 했다.


그리고 나는 잘 참는 스타일이었다.

일을 하건 누군가 나에게 나쁜 말을 하건

속으로 꾹꾹 눌러 담아 두었다가

한 번에 눈물을 쏟아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분기마다 눈물데이라고

정해놓고 우는 날이 있었다.

그날은 나에게 쌓아둔 모든 스트레스와

마음의 아픔을 꺼이꺼이 눈물 흘리며

집에서 마음을 모두 풀어냈었다.

그러면 다음 분기까지 또 꾹 담아둘 수 있었다.


물론 직접 눈으로 보는 건

특히 동물에 관련된 부분은 더더욱 눈물 포인트라

조금이라도 나를 톡 하고 건드리면

휴지를 적실 정도로 많이 울었다.

나의 첫 상담 역시도 눈물 한바다였다.


이런 나의 눈물은 주체할 수가 없어

노래를 듣다 갑자기 감정 이입이 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는데

최근 유행한다 하는 '폭삭 속았수다'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분명 감정을 건드리는 대사와

엄청난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

거기에 둘째의 설움을 보여주기에

나의 마음을 건드리기엔 충분했다.

(나는 둘째 콤플렉스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어떤 일인지 나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몇 번이나 정주행을 했지만

어떤 장면을 모더라도

은명이의 한 서린 장면 외에는

어떤 장면에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내 최고 눈물버튼 드라마는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로

이병헌 배우와 김혜자 선생님의 이야기에

거의 오열을 할 정도로 감정이입을 하는데

몇 번을 봐도 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제 다시 보아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나는 눈물이 메마른 것 같았다.

아니면 감정이 아닌 이성적인 사람이 되어

저건 드라마니까 라는 생각을 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너무나 눈물이 많았던 내가

하루아침에 이렇게 변해버리니

분기마다 흘리는 눈물마저 사라져 버지니

뭔가 텅 비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왜인지 내가 사람이 아닌 감정을 공감 못하는

그런 로봇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선생님과 나누다 보니

약물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며 다독여주셨다.

모든 걸 판단하는 데 있어선

감정이 먼저가 아니라 이야기해 주셨다.


어쩌면 그 감정들을 풀어내지 못하고

내 맘속에 쌓아두고 현실적으로 다가가지 못해

마음에 쌓이고 또 쌓이고

그렇게 평생을 살아 나를 곪아 멍들게 해

오랜 기간 상담을 하게 만든 거라 했다.


감정에 공감을 하고 공유를 한다는 것이

물론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너무 깊게 이입을 하는 것에 나에게는

오히려 더 독이 된다는 말이었다.


아무나에게나 감정을 이입을 하고

그 사람의 걱정이 나의 걱정이 되어버리고

내 걱정도 산더미처럼 많은데

남의 것도 내 것으로 만들어버리니

지금은 이걸 조절할 필요가 있다 하셨다.


그러기 위해 감정을 조절하는 부분 중

잡생각 및 감정과 관련하여

조절할 수 있는 약제를 사용했으니

내가 이상해진 게 아니라는 말을 했다.


내가 나를 컨트롤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마음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되면

다시 약제를 조절할 거라 말씀하시면서

지금은 그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치료에 방해가 될 수 있다 하셨다.


보다 현실적으로 내 마음을 바라보며

내가 어떻게 해야지만 이 험난한 사회를

삶을 살아나가고 헤나 갈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저 참고 눈물을 흘리는 게

누군가의 감정에 이입이 되어 펑펑 우는 게

속은 시원하다 느낄지 몰라도

깊은 곳까지 해결해 주는 게 아니었다.

일시적인 감정의 해소인 것이었다.


지금은 눈물이 없어진 나이지만

조금 더 강해지는 중이라 생각한다.

물론 나를 콕 찌르는 노래를 듣거나

너무나 속상한 이야기를 들으면

눈물이 또로록 흐르기는 한다.


하지만 예전의 나와 달라졌다는 이유 하나로

내가 이상해진 게 아닌가라는 걱정을

선생님에게 하지 않게 되었다.

더욱 믿고 따라가게 되었다.


감정은 너무나 중요하다.

하지만 잘 표현하는 게 더 중요하다.

나는 그 방법을 찾아가는 중인 것 같다.

눈물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는 방법을 찾아

깔끔하게 해소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꾸준히 상담을 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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