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때 되면 안하겠나

결혼

by 고은유

소위 '결혼적령기'의 사람으로서 자격을 갖추었으니 당당히 결혼시기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내 주변을 살펴보면 지방에 살고 있는 지인들은 일찌감치 20대에 결혼을 했고, 아이도 하나 둘 있다.


서울에 있는 지인들도 대부분 결혼을 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 나보다 어린 사람 할 것 없이 대부분이 결혼을 했다. 요새 결혼시기가 30대 중후반으로 늦어졌다는데 내 주변은 크게 해당사항이 없어보여 한동안 이상하다 여기다 내가 찾은 답은 이러하다.


내 주변 사람들은 나와 직장이 비슷하고, 직장 선택에도 드러나지만 안정을 추구하는 이들이라 가정을 꾸리는 안정 또한 비교적 일찍 세팅(?)을 끝마친 이들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요즘 다른 계통의 사람들을 만나보니 나와 비슷한 이들이 꽤 있었다. 30대 중반인데 아직 미혼이고, 결혼할 생각이 있긴 하지만 별로 급하지 않은 이들.


30대 초반까지는 내가 시기를 놓쳐서 결혼을 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고민을 했었다.


이 사람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던 사람과 헤어지고, 이사람인 것 같다 생각했던 사람과도 헤어졌다.




도 타고 연애도 하고 헤어져야 하나 마나 고민도 하고, 헤어지고 나서는 연애하고 싶다 생각을 하며 질풍노도의 시간을 보내다 어느날 친한 선배를 만났다.



“선배. 저 이제 30 초반인데 어떡해요? 시기 놓쳐서 결혼 못할까 봐 불안해요. 소개팅을 더 열심히 해야 하나…”


“은유님. 내 짝은 있을 수도 있지만 없을 수도 있는 거예요. 없는 팔자일 수도 있는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차, 내가 왜 당연히 내 짝이 있을 거라 생각했을까, 내 짝이 없을 수도 있는데' 싶었다.


나는 사실, 결혼을 못할까 봐 두려운 것보다 (늘 그렇듯) 내가 뭔가를 하지 않아서 짝을 놓칠 기회를 날릴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내가 더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음을 후회할까 봐 그게 두려웠던 거였다.


당시 나는 내 짝을 놓칠세라 들어오는 소개팅을 열심히 하던 시기였는데 선배의 한마디에 ‘아, 이렇게 애쓰지 않아도 되겠다. 내 짝이 있다면 자연스레 그 연이 닿을 거고, 내 짝이 없다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맺어지지 않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불안감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내가 마흔이 되기 전에 결혼을 하게 된다면, 싱글의 시간이 몇 년 남지 않았다. 상상만 해도, 그때가 되면 지금이 많이 그리워질 것 같다. 우리 인간은 원래 가질 수 없는 것에 애달파하고 애틋해지지 않는가.


잠깐 떠올리기만 해도 돌아갈 수 없어 애가 탄다.


내가 좋아하는, 혼자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지겠지. 물론 그걸 포기할 정도로 다른 좋은 것들을 얻을 수 있겠지만.



아니, 과연, 얻을 수 있을까?


사람이 어떤 선택을 염두에 둘 때에는, 특히나 그 선택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시점에서는 핑크빛 상상만 하게 된다. 그걸 갖게 되었을 때의 기쁨, 즐거움, 넉넉함. 얻었다는 기쁨 이후의 시간들은 관심자체가 없다. (적어도 나는 그래왔던 것 같다.)


결혼을 하면 어떤 점이 별로일까?


나 아닌 누군가와 계속해서 함께 하는 것, 물론 가장 좋은 점으로 꼽을 수도 있다. 그런데 상대방의 행동과 습관이 마음에 안 들어 잔소리하고 싶을 수도 있고, 반대로 내가 잔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배우자의 가족 또한 나의 가족으로 맞이하여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나는 우리 가족들과도 살갑게 지내는 편이 아닌데, 배우자의 가족이 가까운 관계를 원하여 나에게 그걸 바란다면?


또한, 배우자 혹은 나에게 큰 어려움이 닥쳐도 굴하지 않고 함께 이겨나가는 뚝심과 의리가 필요하다.


이런 점들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간다는 건 내가 그만큼 성장해 있을 때 가능한 일 같다. 아직은 썩 자신이 없다.



나는 고양이와 둘이 사는 것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러면 큰 집도, 아이 양육도 필요 없으니 경제적인 어려움도 크게 없을 것 같고 내 몸하나 편히 누이고 먹이고 입히고 경험하는 데는 지금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하겠다 싶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사람과 함께하는 가치를 알아가는 요즘이다.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다. 이런 마음이 있는 상태에서 나에게 결혼은 몇 년 내 답을 내려야 할 인생의 중요한 숙제이고, 나 혼자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므로 기약없이 기다리는 측면이 있다. 내게 모든 결정권이 없다는 것은 사람을 더 안달복달하게 만든다. 그렇게 카운트다운을 해가며 뭔가를 기다릴 땐 놓치는 게 있다. 그 ‘숙제’가 해결되었을 때, 나는 행복할까?


마치 초,중,고교 교육이 수능에 포커스되어 그것만 바라보고 한없이 달려오다 수능을 치고 났을 때의 허탈감, 그런 종류의 감정이 오지는 않을까? 그래서 이루면 끝날 그런 목표보다 더 큰 가치 설정이 필요하다.


나는 너무 좋아서 미치겠어, 하는 사람보다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고, 함께 좋아하는 게 한두가지 있어 함께 즐길 수 있고, 대화하는 게 즐거운 그런 인연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함께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기에 경제관념도 어느정도 비슷해야겠다.


내가 정해놓은 연수가 조금씩 줄어들면서 나는 내가 결혼했을 때를 이따금씩 떠올려본다. 그러면서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지금 이 시기에 집중하여 순간을 소중히 여겨보려 한다.


주변의, 결혼한 선배들이 자주 하는 말들이 있다.


“심심하다고? 나도 좀 심심하고 싶다. 몇시간만 자유시간이 있었으면. 혼자 좀 있고 싶다."


"여행 많이 가. 나중엔 못 간다."


"부모님께 좋은 것도 지금 많이 해드리고. 나중엔 못한다."


"은유 하고 싶은 것 많이 해. 나중엔 잘 못한다."


"예쁜 옷도 많이 사 입고. 나중엔 못 산다."


"연애도 많이 해. 좋~을 때다."



숙제를 미리 끝내 부러우면서도, 육아에 지쳐있는(그렇지만 아이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느껴지는) 선배들과의 대화를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요즘이다.


지금 내가 할 건, ⌜내게 주어진 시간의 소중함을 충분히 인지하고 잘 보내기, 그리고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하며 배우고 성숙해지기⌟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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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님.

2025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100분이나 되는 소중한 분들이 제 글을 구독해주고 계세요. 꿈만 같네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올 한해도 글 잘 써보겠습니다.

순간을 잘 즐기시길 바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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