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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Jun 28. 2024

#1) 하와이 한 달 어디서 살아? 주차는 별도라고?

무모함이 안겨준 교훈.

현재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는 처음 예약부터 꼬여버려 어쩔 수 없이 한 달 평균 숙박비용보다 120만 원 정도의 돈을 더 지불했다. 좋은 숙소라서가 아니라, 어처구니없고, 황당하고, 나와 우리 남편 같은 사람이 대한민국에 정말 존재할까 라는 의문을 가질 만큼,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이 두 부부는 정말 몰랐을까 라는 의문을 가질 만큼 무모했다. 친구는 100만 원 정도 더 저렴하면서 넓은 숙소에 와이키키 해변 근처에서 머물고 있다. 물론 주차포함!!




<사건의 전말>

항공권은 마일리지로 확정.

학교는 친구가 알려준 정보로 거실에 쭈그리고 앉아서 얼떨결에 클릭 클릭 하다 과목 선정에 결제까지 마무리. 그것도 하와이와 한국 시차가 19시간이라서 겨우 하루를 벌어 마지막날 급박하게 서류 제출. 과목은 거의 마감되어 대충 남는 것 신청. 대치동 학비 보다 저렴. 아이가 배우는 학습량은 비교할 수 없지만 뭐 2달 넘는 긴 여름 방학중 한 달 정도는 여유롭게 보내도 된다는 나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아이를 하와이로 강제 소환. (맘속으로 중3 이후부터는 넌 이제 죽었어. 그러니 지금 놀아둬라는 무서운 엄마의 마음 가짐)


숙소가 남았다.

나와 아이가 머물 숙소.


친구가 알려준 숙소를 검색해도 빈방이 보이지 않았다. 친구왈 자기는 보이는데 왜 난 안 보이냐는 의문을 가진채 주말 저녁 아이 운동으로 바쁜 하루를 마감 중이었다. 더 이상 물어보기도 그랬고 성격상 상대편이 불편할 것 같은 행동은 잘하지 않는 편이라, 남편과 함께 이곳저곳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쉽게 찾을 수 있을지 알았다. 여행하듯 말이다~ 큰 오산이었다.


사건전말 1>

자, 그럼 여기서 친구는 숙소 검색도 잘되고 빈집도 잘 보이는데, 난 왜 안 보이는 걸까????


친구는 와이키키 주변으로 검색해서 자기 숙소와 가까운 곳을 찾으라 당부했지만 그곳 가격은 근접 불가였다. 말도 안 되는 숙소비용에 남편과 난,

'그냥 가지 말까?'라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아니야,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어'.

'아이도 많이 컸고 이번 경험이 알게 모르게 저 아이 인생에 보템이 될 수도 있어'라는 식상한 이유를 같다 붙이고 있었다. 어쩌면 '자유'라는 명목하에 내가 너무 가고 싶어 아이 핑계를 대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는 것 같다.


사건전말 2>

난시가 다시 심해졌고 노화로 핸드폰 글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노트북처럼 큰 화면으로 정보를 찾고 글을 보는 걸 좋아한다. 이날도 마찬 가지였다. 하루 24시간 중 아침 9시경부터 새벽 2시까지 하와이 한 달 살기 모든 과정을 끝내 버렸다. 이것이 큰 실수였다.


노트북으로 예약할 때와 앱을 깔고 예약할 때 상황도 보이는 화면도 다르다는 사실을 나와 남편은 몰랐다. 깔끔한 성격의 남편은 핸드폰에 쓸데없는 앱을 잘 깔지 않는다. 핸드폰으로 웹 페이지를 열어서 검색을 한다.


하와이 현지 부동산 업체에도 연락을 취해 보았다. 가격이 턱없이 높았다. 게다 학교는 가깝지만 해변가와 멀었다. 다시 남편과 난 열심히 찾고 또 찾고 또 찾았다.


난 노트북으로, 남편은 핸드폰으로.


https://www.vrbo.com/


에어앤비도 있지만 vrbo는 미국인들이 즐겨 찾는 형태의 숙소제공 사이트다. 믿을만한 사이트였고 많은 미국인들이 사용 중이다. 에어앤비 보단 조금 저렴하기도 했지만 에어 앤비에 정식 등록된 숙소의 가격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숙소는 에어앤비에 좀 더 많은 것 같다.


https://www.airbnb.co.kr/


신경이 곤두선 남편은 숙소를 찾다 기절한 상태였고, 난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이미 하와이에서 몇 달은 살다 온 기분이었다. 숙소를 찾고 들여다 보고, 주변 치안 환경을 확인하고, 골목인지, 큰 도로를 끼었는지, 수십 가지를 고려하다 보니 시간이 한없이 걸렸다. 지도를 들여다 보고 구글로 학교 거리까지 도로 상황 파악해 보고, 막히는 시간대가 언제인지, 운전은 할 만한 도로인지, 몇 킬로 정도 인지 등등 세부적이고 치밀하게 알아봤다. (우리 부부 기준에서 치밀, 나의 기주에서 치밀, 그의 기준에서 치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바로 주차였다.


<주차>

하와이 숙소는 주차 공간 비용을 포함한 숙박비와, 주차 공간은 있지만 가격을 따로 지불해야 하는 숙박 비용이 있다. 고급 호텔의 경우는 발레주차와 셀프 주차로 나누어져 있다. 발레 주차는 하루에 40에서 60불까지, 셀프 주차 역시 20에서 30불 이상 주차비를 매일 지불해야 한다. 호텔에서 1주 혹은 열흘 정도 머무는 사람들은 주변 공용 주자창에 주차를 하고 호텔까지 5분, 또는 10분, 15분 정도 걷는 생활을 선택한다.


우린 한국처럼 콘도를 렌트하면 당연히 무료 주차 공간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숙소를 검색하면 할수록 이상한 점을 발견했고, 'Free Parking'이란 문구를 내세운 곳의 집주인은 큰 글씨로 강조하기도 했다. 또 'Parking available' 란 뜻은 따로 주차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호텔의 경우도 마찬 가지였다. 숙소 검색 중 세부사항에 따로 명시를 해두었다. 고로 잘 읽어봐야 한다.


이 사실을 발견한 우리 두 부부는 매우 뿌듯했다. 그리하여 검색 조건에 'Free parking'을 넣기 시작했고 숙소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애초에 'Free parking'은 하와이에 존재하지 않았다. 어떡해서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우리는 검색에 또 검색을 하고 토요일 반나절을 숙소 검색에 시간을 들이부었다.


대문짝 만한 'Parking' 의 중요성!!


하와이는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 교통법규 역시 철저했다. 숙소 검색을 하다 주자공간, 교통법규, 차량도난, 유리창 파손 후 귀중품 도난등 무슨 사건 사고가 그리 많은지. 더욱더 숙소를 결정하기 힘들었고 가격은 또 왜 이렇게 들쑥 날쑥인지.


사건 전말 3>

드디어 남편이 뻗었다.

고도의 집중과, 모든 신경 세포를 숙소 검색에 쏟아부은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10시간 만에 삐죽삐죽 삐져나온 희끗 희끗한 수염과 기름기 좔좔 흐르는 머리를 소파에 뉘이며 하는 말


"어쩔 수 없어, 이거 보니 한 달에 몇백만 원은 줘야 겨우 살만하겠네, 주차비를 어차피 다 따로 받으니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네~"라는 말을 던졌다.


모든 걸 포기한 듯한 남편의 표정과 말투.. 찾을 만큼 찾았고, 알아볼 만큼 알아봤으니 어쩔 수 없다는 그의 확언, 그리고 단언. 아내와 아들 단둘이 생활할 곳을 안전하지 못한 곳보단 돈을 더 주더라도 대로변 쪽, 침대 두 개, 그리고 학교와 해변 두 곳 다 적당한 거리에 있는 곳이 최선이라 선택한 그의 최종 결정.  


난 절규하며 "말도 안 돼!!!"라는 비명을 토요일 아니 일요일 새벽 2시에 질렀다.  


남편 없이 아이와 둘이서 생활한다고 생각하니 무서웠다. 홀로 겁 없이 이리저리 이나라 저 나라를 들락날락거리던 나의 결혼 이전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젊음과 패기가 있었던 난 어디로 간 걸까? 결혼 후 남편에게 모든 것을 맡겨 버리고 많이 걸으면 힘들다 투덜 되고, 차를 오래 타면 머리 아프고 멀미 난다 날 리를 치고, 그저 남편이 계획 짜고 하자는 대로 했던 나의 안일함.


어느새 남편 없이는 장거리 여행, 보름정도의 여행은 꿈도 꾸지 않고 모든 걸 남편에게 의존해서 맡겨 버린 나의 최후. 나의 현 모습. 절망적이었다.


어쩌다 이리 의존적인 내가 되었지?

어쩌다 저 원수 같은 남편 없이 아무것도 못하는 내가 되었지?

어쩌다 내가 이지경이 된 거지?


남편이 짊어지고 있는 어깨의 무거움을 난 느끼지 못한 채, 오롯이 그를 바라보고, 그에게 의존하고, 그가 없으면 나의 존재 가 희미한 상태였다. 회색빛처럼 이도 저도 아닌 존재감.


난 홀로 온전한 내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어떡해서든 이번에 아이와 한 달 살기를 강행했다. 조금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나에게 주고 싶었다. 나를 보고 싶었다.


내가 온전한 원이 될 때, 남편의 온전한 원과 합쳐지면 꽉 찬 원이 된다. 반쪽과 반쪽이 만나 부부 인연을 맺는 것보단 온전한 원과 원이 만났을 때가 더욱 안정적인 부부 생활과 가정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쪽이 만났을 때, 그 반쪽이 찌그러지면 하나의 원은 완성되지 않는다. 쉽게 무너질 수있다. 하지만 두 원이 겹쳐지면, 하나의 원이 찌그러지거나 금이 가도 다른 온전한 원이 있기에 여전히 원의 형태를 이룰 수 있다. 온전한 원이 다른 원을 보담아 품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품어 줄 수 있는 원이 되고 싶었다.


사건전말 4>

결국 의존형 와이프가 되어버린 난, 남편이 내뱉은 '어쩔 수 없어, 그냥 그 숙소 예약해'라는 말 하나만 찰떡처럼 믿고 그 새벽 야밤에 에어 앤비에 제출할 신원 조회용 셀프 사진을 찍고 결제를 했다. 사진 속 나의 모습은 어디 난민촌 여자 같은 몰골을 하고 있었지만, 어서 빨리 숙소를 해결하고픈 마음에 그냥 제출해 버렸다. 한편으로는 다음날 아침 친구에게 다시 전화를 해서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어째서 난 동일한 숙소 검색이 안되는지. 하지만 급한 마음, 빨리 해치워 버리고 싶은 마음, 귀찮은 마음이 더 컸던 탓에 결제창을 클릭해 버렸다.


그러고 보니 난 남편 말을 참 잘 듣는 아내 같다.

그런데 남편은 항상 자기가 아내 말을 잘 듣는 남편이라 한다.


그리하여

우린 딱히 똑똑하지도, 치밀하지도, 야물지도 못한 서로서로의 말을 너무 잘 듣다가,

폭망 했다.~


룰루 랄라~ ^^


#2편에서 알려 드릴게요~ ㅎㅎㅎㅎ



by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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