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i Jul 08. 2024

하와이 첫주, 코스트코 장본뒤 뭐먹고 살았어?

무계획성 아줌마가 하와이에서 장보는 법.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인간이 필요한 시간은 과연 얼마큼일까? 아니 나에게 필요한 시간은 얼마큼일까?


하늘은 푸르고, 자주 띄어올라오는 무지개, 비가 온다고 할 수 없는 물방물 개수, 쨍쨍 내리쬐는 햇빛 아래에 매서운 바람. 습도는 거의 없는 듯 한 날씨. 더운 건지 시원한 건지 뜨거운 건지 알 수 없는 애매한 날씨와 기후를 가진 하와이. 나에게 비친 하와이는 매력덩어리였다.


와이키키 해변 선셋 보는 장소래요~~


한 4일 정도는 코스트 코에서 장본 고기와 과일 야채 샐러드 등등으로 푸짐하게 아침 점심 저녁을 차려 먹었다. 첫날 도착하자마자 코스트코를 달려간 나의 맹목적인 믿음 덕분에 같은 음식을 몇일 계속 먹어야 했다. 음식의 지루함과 요령껏 장보지 못한 무지함 때문에 속상했던 하루 이틀도 있어다. 샐러드도 무슨 양이 그리 많은지? 소스와 여러 양념이 들어 있어 맛은 좋았지만 곧 첫날 장보기에 실수한 것을 알아차렸다.


며칠동안 동일한 식사. 바실페소도 무슨 대용량~~ 첫날 이걸 다 구매했어요.





우선 난 하와이 거주자가 아니다!! 고작 한 달 거주하고 싶어 무작정 비행기 타고 날아간 대한민국 아줌마!! 그것을 간과하고 거주자처럼 장을 보고, 이 정도 양이면 한 달 정도 충분할 거라는 오판 속에 많은 음식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첫날 지친 몸을 이끌고 코스트코를 난 가지 말았어야 했다. 대용량 올리브, 대용량 마늘, 두병이 한팩인 소금, 베이글 두 봉지, 3박스 버터, 3줄 참치, 주스 한 박스, 사과, 블루베리, 복숭아, 바나나까지... 그 외에도 여러 음식들(당연 고기포함). 아무 생각 없이 이 정도는 한 달 안에 충분히 먹지 않을까 생각했다. 학교 간식도 준비해야 하니 과일도 넉넉해야 한다 생각했고 참치와 소금이 남으면 한국에 가져가면 되겠지 라는 가벼운 생각을 했다. 그러다 결국 캔참치와 핑크소금 그리고 버터까지 한국에 들고 왔다.


소금 들고 왔네요~ ㅎㅎ



거기다 물놀이 용품, 스노클링 (우선 아이 것), 비치타월, 선크림, 슬리퍼 등등을 또 주섬 주섬 담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400불 정도까지 나올지 몰랐다. 몰랐다긴 보단 달러 개념도 없었고, 환율 개념도 없었고, 텍스 개념도 역시 없었다. 10시간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첫날, 난 아이와 함께 이곳 적응 기간 동안 먹을 것이 있어야 한다는 나름 현명한 판단하에, 또 집안 살림 방식과,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우선 코스트코는 내가 아는 곳이라는 안정감속에서, 그곳에서 급한 대로 모든 걸 해결하려 했던 것 같다. 악!!!!


<내가 믿고 있었던 나의 판단>

'우선 코스트 코니까!! 믿는다. 품질이 좋으니 고민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가격은 용량과 질에 비에 저렴하다고 알고 있으니, 그리고 하와이 지리도, 지역도, 마트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 아이는 바로 학교를 가야 하고, 이곳저곳 정보를 찾고 마트를 찾아 헤매는 시간과 노력보단 첫날 이곳에서 다 장만할 수 있으니, 그냥 구입하자.'


그리고 4일 뒤 땅을 치며 후회 했다.


4일 정도 지난 후 월마트 위치를 파악하고 다녀왔다. 곧 나의 큰 판단 미스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스로 큰 반성을 했다. 밖에서 맛난 걸 사 먹는 날도 있고, 라면 먹는 날도 있다.  난 여행객. 장기 여행객. 그것을 계산에 넣지 못하고 살림하듯이 장을 보려 했다. 거기다 물놀이 용품까지..


코스트코에서 망설이며 들었다 놨다 했던 대용량 마늘이 월마트에서 소량의 봉투에 들어 있는 것을 보는 순간, 또 가격을 보는 순간, 단전에서부터 깊고 깊은 후회의 한숨이 훅! 훅! 하고 올라왔다. 심지어 저 올리브 오일 어떡하지???


코스트 코에서 대용량 양파와 쌀, 각 티슈등 집어 오지 못한 것들을 월마트에서 소량으로 하나 하나 카트에 담았다. 나와 아이 단둘이 먹고 생활하기 위해서는 코스트코를 갈 필요가 없었다. 또 사 먹는 날도 있다 보니, 샐러드와 야채는 거의 반 이상 물러서 버렸다. 식구가 많거나, 대식가라면 모르겠지만, 나의 입장에서 굳이 하와이에까지 와서 코스트코에 가서 장 볼 필요성은 월마트와 타깃 방문 후 더욱 없어졌다.


그 뒤로 월마트는 코스트코 처럼 동일한 안정감과 친숙함을 안겨 줬고, 마치 참새가 방앗간을 드나들듯 어떤 날은 아이학교 드롭 후 아침 7시 30 정도에 아이스크림 와 우유, 계란을 사러 간 적도 있다.


월마트에서 파는 스노클링 장비의 품질은 잘 모르겠다. 아이는 코스트코 스노클링 세트를 잘 사용 중이었고 나름 괜찮다고 했다.


비치파라솔과 관광객들이 등에 배낭처럼 매고 다니는 비치 의자 역시 코스트코보다 월마트가 저렴하지만 보기에도 코스트코 물건이 더 단단해 보였다. 하지만, 여행객 입장에서, 잠깐 사용하다 그곳에 두고 와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조금 쿼얼러티가 낮다하더라도 월마트에서 구입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도착 후 친구도 나도 정착하고 숙소 주변을 탐색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간단하고 짧게 카톡으로만 연락을 주고받았다. 오전 오후 학교 드롭과 픽업은 우리 생활에 제한적인 시간을 규정 지어 줬다. 그 틀 안에서 움직여야만 했다. 그리고 며칠 정도 지난 뒤 연락이 왔다. 난 이러저러한 코스트코에서 장본 어처구니없는 나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어마나, 뭐 하러 첫날부터 코스트코를 갔어?? 못살아..."

"자기야, 월마트, 돈키호테, 그리고 타깃 다녀와봐. 알았지? 난 우선 엄마를 모시고 와서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주말에 만나자~ 오키?"

"아참, 숙소는 어때? 아우 우린 그냥 그래... 다 사진빨인가 봐~ 하하하"

"아.. 숙소..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하자."


그렇게 걸려온 한통의 친구전화는 나의 마음을 따끈따끈하게 품어 주었다. 나름 외진 곳에서 그래도 아는 사람이 한 명쯤 있다는 게 이토록 위로가 되는지 그날 처음 알았다.


혼자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혼자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혼자라도 끄떡없이 아이와 둘이 괜찮을 줄 알았다.


다음날 차를 끌고 'Target'으로 향했다.

오마나!!!

여긴 또 뭣이야??



by choi.







매거진의 이전글 하와이 코스트 코보다 차라리 월마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