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빈산
그동안 텐트 두동, 한동만 들어가는 전망대로 다니다가 이번엔 하룻저녁에 10동은 들어간다던 예빈산에 다녀왔습니다.
딱 세분 있으셨고, 그래서 그런지 발걸음 소리도 조용하게 서로 조심하면서 하룻저녁 잘 쉬다 왔습니다.
신당동성당소화묘원 가장 꼭데기에서 차를 두고 들머리에 진입했고, 아주 평화로운 산행을 하다보니 어느새 도착해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차로 올라가기 보다는 내려가는게 더 무섭더군요. 2톤짜리라서요....
망설임 없이, 두물머리 쪽을 향해 텐트의 문을 열었습니다.
서울을 등진 것은, 어쩌면 제 안의 오래된 피로를 등진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도시의 숨 막히는 기척 대신, 풀잎을 흔드는 바람소리와 먼 산의 그림자를 들이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흥미롭게도, 다른 분들의 텐트는 모두 서울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불빛을 향해, 소음을 향해, 어딘가로 달려가야 한다는 의무처럼. 한쪽은 서울, 다른 한쪽은 강원도 방향. 어쩌면 이곳은, 두 세계의 경계선 같은 곳 처럼 느껴졌습니다.
텐트 뒤에 있는 노송이 멋스럽습니다. 북한강을 바라보며 양조장에서 포장해온 막걸리로 목을 축입니다.
서울 야경을 이렇게 보는건 처음인거 같습니다. 제가 아는 많은 분들이 저곳 어딘가에서 따뜻한 주말을 보내고 계시겠죠?
오늘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거세게 불던 바람도 저녁이 되니 잠잠해졌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그리고 일주일이 가고 있군요.
모두 조용히 약속이나 했듯 기도하듯 일출을 바라봅니다.
저 태양이 떠오르는 반대편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일몰을 기다리고 있겠지요. 같은 하늘 아래, 우리는 서로 다른 풍경을 바라보며 같은 시간을 건너고 있습니다. 그 생각을 하니, 일주일 동안 내 마음을 짓눌렀던 작은 걱정들과 서운함들이 한순간 바람에 흩어졌습니다. 이는 어쩌면 한 방향에서만 세상을 바라봤기에 생긴 작은 파문들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자리를 정리 후 커피한잔 하고 천천히 내려올까 했습니다만, 근처 면포도궁이 6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걸 확인하고 아이들을 위해 아침거리를 포장하고 다시 집으로 향했습니다.
바람이 많아서 걱정했던 일정이었는데, 잘 쉬다 왔습니다.
예빈산 데크 백패킹 세줄요약
- 1시간 정도 적당한 산행
- 경기도 내에서 찾기 어려운 멋진 한강, 북한강, 남한강 전망
- 신상 데크
ps. 이 글은 제가 백패킹 카페에 올리던 후기를 그대로 브런치에 옮긴 것입니다. 원글은 https://cafe.naver.com/camback/18644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