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순간, 남겨 두고 싶은 기록

by 달빛소나타

햇살이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오후가 오면, 나는 종종 멈춰 서서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본다.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문득 이런 순간이 찾아오면 삶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다.

아무도 모르게 스쳐 가는 감정들이 그제야 얼굴을 드러내고,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 고요 속에서 제자리를 찾는다.


나는 늘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조금은 서툴렀다.

붙잡고 싶은 장면은 너무 빨리 지나가고, 전하고 싶은 마음은 제때 꺼내지 못한 채 가라앉아 버렸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 안에 쌓인 것들이 많아졌음에도 정작 나 자신은 점점 옅어지는 기분이 들곤 했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거창한 문장이 아니라, 나에게 남겨두고 싶은 기록으로.

쓰는 동안만큼은 잃어버린 나를 다시 불러내고, 잊힌 마음을 천천히 되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때로는 사소한 한 줄이, 언젠가 나를 지탱해 줄 힘이 되리라는 믿음도 있었다.


나는 특별하지 않다.

다만 일상의 빈틈에서 종종 마음을 흔드는 작은 울림을 만난다.

그 울림을 흘려보내지 않고 붙잡아 두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이 글이 단 한 사람에게라도 닿아 조용한 위로가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오늘의 이 글은, 시작에 불과하다.

서툴고 느리더라도, 나는 이제 천천히 내 안의 이야기를 꺼내어 놓으려 한다.

조용한 물결이 강을 이루듯, 작은 기록들이 모여 나라는 흐름을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언젠가 먼 훗날 이 글들을 다시 펼쳐 보았을 때, “그때의 내가 여기에 있었구나” 하고 스스로를 확인할 수 있다면, 그 또한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이것은 아주 작은 첫 기록.

그러나 나에게는 오래 기다려온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