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안녕하십니까. 고은세입니다. 스페인 요리를 7년 동안 해왔고 재작년 여름 군에 입대하여 작년 12월 만기 전역을 했습니다.
11년 전 사회적 경제와 경영을 공부하고자 향했던 산세바스티안 빠르떼 비에하에서 만난 핀초 바들, 마르틴 베라사테기의 바스크의 식자재를 주제로 한 열정적인 요리들은 제 삶을 바꿔놓았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당시 합정에 있던 스페인 레스토랑 스페인야시장에서 알레한드로 베르무데스 셰프님께 스페인 요리를 배웠고 2017년 부산 초읍동에서 프린체라는 작은 식당을 열어 2021년까지 운영했습니다.
그 후 2년간은 고향인 제주도 애월 해안동 시골 마을에서 작은 식당을 열고 요리를 하며 우리나라의 밭에서, 산에서 또 바다에서 나는 식자재들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주도에서 우영팟을 일구고 장을 담그는 장인들과 그를 통해 사라져 가는 향토음식을 식탁 위에 올리고 그 맥을 이어가는 요리사들을 만났습니다. 파삭거리던 생표고의 식감과 입 안을 메우는 녹진한 풀과 나무껍질 향, 패마농의 알싸함과 구좌 당근의 달고 진한 흙 향과 뿌리 향은 11년 전 열정적인 스페인 사람들의 요리가 그랬던 것처럼 제 삶을 한 번 더 바꿔놓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식자재에 대해서 가장 깊이 있게 연구하고 그 아름다움을 발현시킬 수 있는 요리를 앞으로 삶 내내 하고 싶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스페인 요리든 한식이든 좋은 요리를 하고 싶습니다.
기회를 주신다면 권숙수의 주방에서 직책과 역할을 가리지 않고 권숙수의 식자재를 대하는 철학과 방식을 배우고 함께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은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