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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도 Nov 17. 2019

프롤로그

시작하며. 


내 인생은 외국에 살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해볼 수 없던 삶이었다. 으레 치이는 게 많은 삶이란 생각의 틀을 다른 나라, 새로운 세상으로 옮길 여유라는 게 주어지지 않는다. 


수원에서 태어나고 자라 스무살에 서울로 오기까지도 쉽지 않았다. 그러부터 6년 후, 서울에서 내 몸 뉘일 1평 짜리 방 하나 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월급보다 배는 더 받는 스트레스 쌓이는 서울에 있는 직장 구하기도 고되었다. 매일 퇴사를 꿈꿀만큼 ‘떠나고 싶다 확’ 소리가 절로 나오는 삶이었지만 그저 주말에 잠깐, 1년에 한 번 여행하는 걸로 360일 서울살이를 견딜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내가 뉴욕행 비행기를 탄거다. 그것도 편도로. 


무려 1년간 뉴욕에 살게 되었다. 신이시여. 꿈도 꾸지 않은 외국 살이라니. 7년 간 지지고 볶고 난리도 아니었던 애증의 남자와 여전히 사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 유일한(?) 순간이었다. 이 남자가 뉴욕이라는 낯선 땅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일하게 되었다. 


‘남편 덕 본다’, ‘남편이 벌어주는 돈으로 호사를 누린다’이 말들을 좋아하지 않지만 보기좋게 그렇게 되었다. 실제적으로 뉴욕에서 벌어지는 삶이란 호사와는 거리가 멀고 살인적인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느라 눈물겨운 가난과의 사투이긴 하지만. 뉴욕의 멋진 장소를 소개하는 것도 좋고, 미슐랭 맛집을 기록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러기엔 내가 너무 돈이 없다. 


앞으로 읽게 될 이야기들은 뉴욕이 배경이긴 하지만, 어디서든 나는 나일 뿐이라는 단순하지만 돌이켜보면 중요한 깨달음이 담겨있다. 그곳이 뉴욕이든 서울이든 내가 어느 곳에 있든 그저 나는 내 삶을 계속 살아가게 될 뿐이었다. 떠나보니 알겠는 건 의외로 별 게 없긴 했다.


서울에서처럼 뉴욕에서도 나는 나였다. 외국 살이 전에 흔히 기대하게 되는 것이 '달라진 나', '더 나은 버전의 나'지만 실상 떠나보면 안다. 어떤 장소가 나를 드라마틱한 변화로 이끌진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비행 한 번으로 괜찮은 내가 된다면 누구라도 떠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다행히도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나는 이 낯선 땅에서 미처 몰랐던 나와 마주한다. 전혀 새로운 상황에 놓인 내가 취하는 반응 또한 낯설다. 그런 것들이 내 안에 축적되며 나는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더 넓고 더 나은 쪽으로. 


어디서 살더라도 내 몸과 마음을 잘 돌보고 보듬어 줄 것. 찌질하더라도 당당하고 자유로워질 것

이곳에서 내가 되새기고 있는 말이다. ‘뉴욕에 살아요’ 라는 말 속에 숨겨진 무수히 많은 진실은 때때로 ‘서울이 좋구나’생각하게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주어진 시간 동안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를 샅샅히 알아가야 하고 사랑해야하고 써내려가야 한다. 누군가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대부분은 나를 위해서일테지만 말이다.



작가소개


1988년에 태어나 1989년에 이틀간 일본 땅을 밟긴 했으나 기억이 나지 않으며 시간이 흘러 2014년에야 빌린 돈 70만원을 들고 싱가포르에 갔다.

 

그 후 더는 "어디에 있는지보다 누구와 있는지가 중요해. 단칸방일지라도 말이지"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으며 ‘원수와 가도 여행이 최고’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6년의 직장생활을 ‘퇴사’로 시원하게 마무리하고 남편과 거대강아지 온도와 함께 뉴욕으로 이사왔다.


철학과 졸업.B형여자.용띠.양자리.허프포스트코리아 에디터.SBS 동물농장 모바일팀 기획에디터.비정규직 막내작가 등. 짧은 팩트만으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 알면 알수록 더 모르겠는 사람이고 싶다.


- 이하 쓸데없는 말 모음 - 


영화를 700개 보았고 노아바움백 감독과 배우이자 감독인 그레타거윅을 좋아하는 동시에 질투한다. 우디앨런과 홍상수 감독의 영화 또한 좋아하지만 전처럼 자신있게 '그렇습니다!' 말하기 꺼려진다. 


치킨과 피자, 짜장과 짬뽕을 선택하느니 두 개를 다 시키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가난한 사람. 대화하는 걸 좋아해서 대화하기 불편한 사람을 가린다. 대화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강아지가 주는 말도 못하게 행복한 정도를 자꾸 설명하려드는 사람. 첫 책이 2019.12에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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