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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도 Nov 17. 2019

돈을 벌어야 한다

퇴사하지 말라는 딱 한 가지 이유가 있다면 돈이다. 월급이 들어올 때는 소중함을 모르다가 막상 통장에 한 푼도 플러스가 되지 않는 상황에 닥치면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회사에 다니는 편이 낫겠다 싶을 때가 온다. 그러니 퇴사 후 먹고 살려고 발버둥 치던 사람들이 몇 년 후 다시 회사에 재취업하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나는 특히나 돈이 너무 궁한 사람이다. 너무 돈이 없는 나머지 100만원이 조금 넘는 돈만 벌 수 있다면 비정규직도 상관없이 다음날이라도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들어가기 위한 취업준비를 할 여유가 없었다. 1년 정도 시간을 투자해 취업준비를 한다면 당장 눈 앞에 있는 100만원 보다 더 높은 연봉에 안정된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지는데도 하루하루 급급한 삶을 살았다.


5년 넘게 회사를 다녔어도 안정과는 거리가 멀었고 월급은 통장에 스친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던 사람이기도 했다. 퇴사 후에 퇴직금 자격 요건이 되지 않아 받지 못했고 실업급여 대상도 아니었다.


퇴사 후 내 밥줄은 남편이었다. 그래, 남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 모야? 오바하네. 밥 걱정은 없으면서' 생각이 들 수 있다. 실제로 그가 나를 굶기진 않았다. 하지만 우리 둘 다 흙수저로 태어나 제 앞가림 하기 바쁜 삶이었고 버는 월급의 30%는 가족에게 보내야 했다. 대략 300만원을 벌면 그중 100만원은 효도비용이었다. 그러니 나도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있는 것이다. 굳이 글을 쓸 주제에 대한 엄격한 자격심사를 하자면 말이다. 


퇴사 후에 돈이 없어 부모님을 볼 면목도 없었고 동생에게 가끔 건네던 용돈마저 갚으라고 할 판에 놓이자 얕은 자존감 마저 바닥을 쳤다. 몇 푼 안되는 월급일지라도 그것이 나의 자존감과 자신감의 크기와 비례했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가진 것 없는 무일푼의 나는 살아온 날보다 긴 앞으로의 날들을 상상하며 괴로워했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돈을 벌려면 못 벌겠냐고 다독였지만 다시 회사로 돌아갈 마음은 없었고, 빚을 내서 내 가게를 차린다거나 사업을 시작할 용기도 의지도 없었다. 혼자서는 아무리 노력해봐도 회사에서 일하는 만큼의 시간이나 열의를 쏟기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였다.


'피나는 노력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니까?' 이 말은 내가 신봉하는 말 중 하나였지만 막상 하루종일 노력할 시간이 넘쳐나는 백수가 되어보니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았다. 노력이 성공을 창조해내는 게 아니라, 성공하는 사람들이 노력을 많이하는 거라고 봐야할 지경이었다. 성공을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만 노력 또한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 


퇴사 후 돈을 벌려면 고등학생 이후로 쏟아본 적이 언제인지도 가물가물한 노력을 매일 매일 해야한다는 뜻이더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밥 벌어 먹고 살고 싶어 퇴사한 거라면, 더 그래야한다. 퇴사 후 내 책상에 붙어있는 말은 "하루키는 하루 8시간, 직장인처럼 글을 쓴단다. 니가 그토록 바랐던 시간이 주어졌는데 너는 하루에 몇 시간이나 글을 쓰고 있지?" 이다. 24 시간이 온전히 내것인 지금, 내가 주무르는 대로 시간이 굴러가는 내 시간의 보스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잠에게 지배받으며 게으름의 노예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누구나 시간이 없어서 노력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이 주어졌을 때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 핑계가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그건 그저 핑계였을 뿐이라는 걸. 주말 하루쯤이라도 언제 내가 원하는 대로 노력한 적이 있던가 떠올려보면 답이 나온다. 돈을 벌고 싶다면 노력하는 연습을 해야한다. 그게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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