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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llus Jun 07. 2024

나 홀로 이탈리아 여행기_23

20240426 - 20240508

피우미치노 공항FCO에 도착했지만 체크인 카운터는 아직 열지 않았다. 너무 일찍 도착한 모양이다. 자잘하게 산 면세품들부터 처리하자 싶어 면세 카운터로 향했다. 줄이 길지도 않았고 요즘은 키오스크가 있어서 더 빨리 처리할 수 있었다. 세금을 돌려받을 카드는 내 명의가 아니어도 상관없다고 했다. 내 명의의 신용카드는 트래블월랫밖에 없었는데, 그건 되지 않는다고 직원이 손사래 치는 바람에 엄마 카드를 꽂아드렸다.


체크인 카운터가 열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라운지는 너무 붐빌 것 같았고 체크인 카운터 열기까지의 막간의 시간을 사용하고 싶었던 나는 어제 알아둔 헬로스카이 HelloSky 라운지로 갔다. 1 터미널과 3 터미널 사이를 잇는 곳에 위치한다. 예약 없이 갔더니 무려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샤워값은 25유로. 돈을 더 내면 라운지 사용도 이용가능하댔지만 그건 거절하고 샤워값만 지불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본 바로는 사람이 없는데도 30분이나 기다리게 했다는 후기를 읽었기에, 나는 기다리기 시작한 지 한 시간이 채 안될 때쯤 내 순서가 언제쯤이냐고 다시 체크했다. 직원은 샤워실 상황을 체크하더니 곧 청소를 시키고 다시 안내해 주겠다 했다. 뭔가 일처리가 얼레벌레 돌아가는 느낌이긴 했다. 샤워실은 누군가가 사용했었는지 아니면 청소한 탓인지 바닥이 흠뻑 젖어 있었고 샤워 부스 문은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 샤워키트 안에 포함되어 있는 타월이 얇디얇아 그건 발매트로 썼고, 직원이 미리 챙겨준 두꺼운 타월을 사용했다. 나같이 장거리 비행을 앞둔 사람이 급하면 사용할 만한 정도다. 인천 공항 쪽 아시아나 라운지 샤워실이 퀄리티 면에선 낫다.  



체크인 카운터로 돌아오니 줄이 길게 늘어서있다. 그쪽 입구에서는 무언가 촬영이 진행 중이었다. 사람들이 전부 핸드폰을 꺼내 찍고 있기에 나도 일단 사진부터 찍고 봤다. 키가 훤칠하게 크고 잘생긴 미남이 올 화이트를 입고 있었다. 공항 안으로 뛰어들어오는 것을 몇 번 반복하는 걸 보니 광고를 찍나 싶었다. 남자의 얼굴이 왠지 돌체 앤 가바나 향수 광고 모델 상이다.



체크인 카운터 입구 쪽에서부터 쭉 늘어져있는 줄이지만 정확히는 그 구역으로 들어가는 줄이 아니라 아시아나 체크인 일반 카운터 줄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석 이상의 티켓을 샀거나 멤버십이 골드 이상이라면 입구에 서있는 스태프에게 보여주고 바로 들어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면세점에서 소소하게 쇼핑을 하고, 벵끼 Venchi에서 초콜릿 한 박스와 젤라또를 샀다. 라 로마나 젤라떼리아에서 사 먹은 무맛의 젤라또를 이탈리아 여행의 오점으로 남기기 싫었다. 그러니 이것이 내가 로마에서 사 먹는 마지막 젤라또다. 망고와 딸기, 둘 다 내가 좋아하는 맛들이다.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탑승하고 보니 나는 usb 포트가 있는 비행기라 A씨에게 사진을 찍어 보냈다. 참고로 A씨도 그 전날 자신이 탄 비행기의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는데, 그가 탄 비행기는 또다시 한번 usb 포트가 없고 스크린이 코딱지만 한 기종이었다.


로마로 올 때와는 달리 귀국 비행기에서는 어떻게든 자려고 노력해 보았는데 헛수고였다. 겨우 세 시간 반쯤 잤나, 모르겠다. 제주도민인 나는 인천에서 김포공항으로 또다시 한번 바삐 움직였고, 김포공항 푸드코트에서 사골칼국수를 저녁 식사로 먹고는 제주도로 돌아갔다.


역시 뜨끈한 국물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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