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많이 싸돌아다녔다.
아니 여행을 했다고 해야 할까?
뭐 남들이 말하는 그런 거창한 계획으로 캐리어에 차곡차곡 옷과 필수품을 넣고 여권을 챙기는 그런 여행은 아니다. 그냥 기분이 땡기는 날이면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서 차 안에서 목적지를 정한다. 그곳이 어느 숲일 수도 있고, 어느 바닷가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렇게 마구잡이로 여행을 떠났다.
아직 가 보지 못한 한국 땅,
아직 밟지 못한 오지가 많다는 것을 여행을 해 보면 안다.
돈 들여 멀리 이국 땅으로 여행을 가는 만족감도 좋지만
인정과 인심이 넉넉한 시골길을 걸으며 자연을 만끽하는 것도 좋다.
가끔은 끊어진 길을 만나면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이 길을 처음으로 걸어간 사람들이 되는 거야.
우린 개척자라구!!
오래 걷다 보면 마음 따로 몸 따로 기진맥진,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어진다.
그럴 때 멀리 보이는 시골집 구멍가게가 보인다면 없던 힘이 불끈 솟으며 단숨에 달려간다.
손바닥만 한 가게지만 있을 건 다 있다. 특히 냉장고에 '나 좀 꺼내줘~'라고 보채는 막걸리를 꺼내 들고 시원하게 한잔 쭈욱~~ 들이키고 나면 그야말로 모든 피곤이 싹 풀린다. 주인장은 부엌에서 막 꺼낸 시쿠룸한 열무김치를 내주며 부족하면 더 주겠다고 한다. 이런 정스러운 시골 인심 때문에 우리 부부는 목적지 없는 여행을 즐기고 있다.
무더운 여름에도 시골길은 마냥 시원하다. 우거진 수풀과 졸졸졸 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을 따라 걷다 보면 눈과 귀가 푸르름 속에 빠져들어 절로 힐링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땀이 목으로 흐르고 가슴골로 흘러내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나면 왠지 발걸음이 마냥 가볍다.
살짝 취기가 올라오는 상태에서 시골길을 걷는 내내 노래를 흥얼거리고 즐거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렇다. 혼자 보다 둘이 좋은 이유다.
여행은 계획하는 게 아니다.
맘 내키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몸이 따라가는 거다.
그렇게 열심히 따라가다 보면 인생이라는 거대한 의미와 마주하게 된다.
위 사진 속 글은
2021년 겨울 부산 롯데호텔에 투숙하면서 높은 고층에서 부산 시내를 내려다보며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