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선균의 죽음과 검찰 경찰 그리고 언론에 대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으로 일약 월드 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 이선균 씨,
그는 올해 48세의 젊은 나이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습니다. 얼마 전 영화 '잠'을 통해서도 그의 연기를 감상했고 평소 자연스럽고 친근한 이웃아저씨 같은 연기에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2023년 12월 27일 서울의 한 공원에서 자살을 선택했습니다.
이 안타까운 소식은 언론을 통해 전 세계에 전해졌고 그의 빈소는 유족과 동료들이 참여한 가운데 언론에는 비공개로 했습니다. 그의 유해는 수원시 연화장에서 화장을 한 후 경기 광주 삼성 엘리시움에 봉안한다고 전해졌는데요. 배우 이선균 씨의 자살은 제 개인적으로는 매우 큰 충격을 던져주었고 남겨진 유족들, 특히 아내 전혜진 씨가 받았을 충격과 상실이 얼마나 클지 가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습니다. 왜, 배우 이선균 씨는 죽음을 선택해야만 했을까...
오랫동안 무명 생활을 했던 배우 이선균 씨는 연극 무대에서 만난 전혜진 씨에게 반해 1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구애를 했고 사랑이 결실을 맺어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왔습니다. 평소 평탄하고 건강해 보이는 가정생활이 뒷받침되어 그런지 2007년 드라마 '하얀 거탑', '커피 프린스 1호점', '파스타', '골든 타임' 등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리고 인기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영화에 출연 '화차', '내 아내의 모든 것', '끝까지 간다' 등에 출연해 인기 영화인으로서도 자리매김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2019년에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일약 월드 스타가 되었습니다.
그런 그가... 무엇 때문에.. 자살을 했을까..
국민 모두가 믿었고 사랑했던 배우였던 이선균의 탈선??
가십거리를 찾던 언론에게 먹잇감이 된 것은 아닐까?
지난 10월 배우 이선균 씨에 대한 충격적인 사실이 언론에서 유포되었습니다. 마약 투약을 했다는 것... 그리고 그가 자주 다니던 살롱의 마담과 그렇고 그런 사이였고 그녀에게 거액의 돈을 건네주기도 했다는 것 등등의 이야기가 퍼지면서 배우 이선균은 한순간에 스타 자리에서 마약쟁이 범죄자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말하기 좋아하고 가십거리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 같은 언론사와 기자단뿐만 아니라 각종 SNS와 유튜브에서 배우 이선균의 모든 것을 쪽쪽 빨아 뉴스에 내보내기 시작했는데요. 처음에 누군가의 제보로 이루어진 이선균 씨의 마약 투약의혹이 검찰 조사로 넘어가면서 언론과 검찰 경찰은 마치 '이때다!' 싶은 목마름의 갈증을 해소하는 식으로 이선균 씨에 대한 보도를 거르지 않고 제멋대로 내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유튜브나 찌라시 SNS에서는
평소 이선균 씨와 아내 전혜진 씨와의 관계, 그들이 했던 말들을 내보내면서 짜깁기를 해댔고, 이선균 씨와 알고 지내던 동료 연예인들과 함께 찍었던 사진들이 불법으로 나돌기 시작하며 온갖 추잡스러운 추측이 난무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런 이야기들을 흘깃흘깃 들으면서 '정말 그랬을까?'라는 의구심이 들더라고요.
그러나 그런 의구심을 일축시키기라도 하듯
언론에서는 연일 이선균 씨에 대한 기사를 올렸고 이선균 씨는 인천 경찰청 마약범죄 수사계에 3차례나 출석해 조사를 받는 수모를 겪습니다. 저는 이런 언론 행보와 검찰 경찰의 발표만 얼핏 듣고 정말 배우 이선균 씨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되었는데요. 아마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많은 분들이 그랬을지 모릅니다.
과연 배우 이선균 씨가 마약 투약을 했을까요?
만약 아니라면, 왜? 검찰과 언론은 집요하게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을까요??
우리는 이제 고인이 된 故 이선균 씨의 죽음에 대해 검찰과 언론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저는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선균 씨의 죽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문제의 요지는 다음과 같은데요
처음 이선균 씨가 마약 투약을 했다고 제보한 사람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었는가?
제보자는 이후 말을 계속 바꾸어 이선균 씨가 마약을 투약했는지 아닌지 확실치 않다고까지 말했다고 합니다.
이 정도라면 우선은 제보자의 신변을 먼저 확인하고 제보가 확실한지를 먼저 알아봐야 하고 제보의 정확성이 확인될 때까지는 이선균 씨의 신변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선균 씨에 초점을 맞춘 검찰은 이선균 씨를 마약 투약범으로 몰아갔고 언론 역시 이선균 씨를 마약 범죄자로 오인하도록 기사를 썼다는 것이죠.
마약 투약을 한 사람은 체모 검사를 통해 거의 100% 정황이 드러납니다. 그러나 이선균 씨는 간이 시약 검사는 물론 국과수의 정밀 감정 모두 마약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는 마약을 하지 않았다는 정황이기도 하죠.
또 한편 이선균 씨는 끝까지 '마약인 줄 몰랐다'고 억울함을 호소해 왔고
마지막 19시간에 걸친 인천경찰청 마약범죄 수사계에서 출석 조사를 마친 후 그가 자살을 선택한 것을 통해 그가 얼마나 심적으로 고통을 받았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또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현재 경찰 내부에서는 인사관리 승진 관련해 실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이죠. 특히 이선균 씨는 서울에 거주하는 데 어째서 인천경찰청 마약계까지 가야 했을까요? 이 또한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무언가 가십거리를 통해 조회 수를 늘리고자 하는 SNS, 유튜브에서는 그야말로 성역 없는 짜라시가 판을 쳤습니다. 이선균의 사생활에 대한 온갖 추측들이 퍼지면서 아마도 이선균 씨와 그 가족들은 서서히, 아니 너무도 빠르게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을 것입니다.
저는 고인이 된 배우 이선균 씨가 마약 투약을 했다면 당연히 응당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지만 만약 그 억울함이 뼈에 사무쳐, 도저히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면 '죽음'을 통해서 그 억울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아마 이선균 씨의 죽음은 후자에 해당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SNS가 발달된 시대에서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반면, 내가 좋아하는, 나의 취향대로 편집된 편협된 정보를 보기 쉬울 뿐만 아니라 정확한 정보와 사실이 아닌 거짓 뉴스를 마치 진실인 양 받아들이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특히 '옳고 그름'에서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같다면 옳고 그렇지 않다면 그르다고 여기는 위험한 시대에 있는 만큼 우리는 진실을 잃어버리지 않는 '현명한 판단'을 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참소불행 가위명야이의(譖愬不行 可謂明也已矣)
호소와 하소연이 행해지지 않는다면 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공자가 현명함에 대해 질문하는 자장에게 한 말입니다.
子曰: “浸潤之譖, 膚受之愬, 不行焉. 可謂明也已矣. 浸潤之譖膚受之愬不行焉, 可謂遠也已矣.”
공자가 말하길 “서서히 젖어드는 참소(讒訴)와 살갗을 파고드는 하소연을 실행하지 않으면 밝다고 할 만하다. 서서히 젖어드는 참소와 살갗을 파고드는 하소연을 실행하지 않으면 원대한 포부를 지녔다고 할 만하다.”라고 말씀하셨다.
공자는 이어서 “침윤지참(浸潤之譖)과 부수지소(膚受之愬)가 불행언(不行焉)이면 가위원야이의(可謂遠也已矣)니라”고 했는데요. 물이 차츰 젖어 들어가듯이 하는 헐뜯는 말과 살갗을 파고드는 하소연이 행해지지 않는다면 ‘멀리까지 밝게 본다’고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통찰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만약 누군가 깊은 한숨과 하소연으로 울부짖는다면 그 사실 여부를 떠나 먼저 그 사람에게 공감하고 안타까워하고 함께 분노하고 함께 억울해하고 때로는 맞장구도 치겠죠. 특히 친분이 깊을수록, 사회적 지위나 신뢰가 높을수록 객관적이어야 할 상황에서 멀어져 그것이 무엇이든 100% 진실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지게 되고 객관적인 판단의 눈이 흐려져 지혜롭지 못한 판단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은 우리 사회에 부지기수로 일어나고 있는 단면으로 마약 투약 정황에 대한 누군가의 호소와 하소연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 언론과 검찰, 경찰은 객관적인 사실 확인보다 자신들이 믿고 싶은 대로, 자신들의 편향대로 한 사람을 빠르게 패망의 길로 몰아갔습니다.
모든 정치권, 지도자, 리더들이라면 항상 객관적이고 냉정한 이성적 판단력이 흐려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겠죠.. 어쩌면 너무 억울해서 죽음으로써 밖에 그 진실을 알릴 방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인사 고과에 눈이 먼 누군가의 욕심, 조회 수를 늘리려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찌라시를 뿌려댄 SNS와 유튜브, 실적을 올리려는 검찰, 경찰, 언론 모두에게 책임이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뉴스와 SNS에 동조했던 제 자신도 말입니다.
오늘 공자의 말씀이 제 가슴에 깊이 새겨집니다.
참소불행 가위명야이의(譖愬不行 可謂明也已矣)
호소와 하소연이 행해지지 않는다면 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사랑했던 배우 이선균
부디 그 억울함이 꼭 풀리길 바랍니다.
그리고 고이고이 영면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