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새해 다짐

마음 비우기

by 동그라미

2021년 1월 1일, 아침 8시.

황룡산 너머에서 떠오르는 아침햇살이

반대편 도심을 환하게 밝혀 올린다.


여느 아침과는 다르고 싶어

창문을 빼꼼히 열고 찬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고 있다.

여유 있게 천천히 가자.

조금 느리게.


뭐가 그리 안달이 나 전쟁을 치르듯 매일을 살았니.

발이 붓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을 하고

남편이 부르는 소리에 겨우겨우 식사를 하고

만들지 않아도 될 일들을 고집스럽게 만들어 일에 둘러싸이고.


그래, 너는 일중독에 걸린 환자 같아.

수술 후 다음날도 회복이 안 된 몸으로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있는 일중독 환자.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놓치고 있잖아.

마치 남편과 이별이라도 한 듯

서로의 공간을 나누어 놓고

겨우겨우 한술 뜨는 식사에 하루 일과를 공유하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니?


너의 마음엔 욕심이 너무 많아.

알아. 그 많던 욕심을 하나씩 비워가고 있다는 거.

그런데 말야,

그 빈자리에 또 다른 욕심이 채워지고 있었나 보다.

일 욕심.

이제 그마저도 놓아버리면 안될까?


어느새 중년을 훌쩍 넘은 남편을 보며

함께 할 날들이 살아온 날보다 적다는 것을 직감한다.

아직 삶을 아름답게 정리할 나이는 아니지만

함께 추억을 만들어가기에 충분한 나이니까.


언제나 나와 함께할 준비가 되어있는 당신인데

결국, 모든 문제는 나에게 있었던 거야.

미안해. 고집스러워서.

난,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었나 봐.


100세 인생의 중반이 넘어가는 오늘,

마음을 비워내는 한 해를 시작하기로 했다.

유난히도 커피 향이 부드럽다.

그동안 간과했던 커피의 고마움이 입안에 그윽하다.

창 너머로 밝아오는 도심의 긴 아파트 행렬이

오늘따라 희망찬가를 품어 더욱 평온하다.


구름 한 점 없는, 그러나 뿌연 하늘을 가르며

까치가 어디론가 날아갔다.

뒤이어 그의 짝꿍도 날아갔다.

황룡산 어딘가 그들의 보금자리로 향하는 거겠지.


새해에는 욕심을 비워낸 자리에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채우고

우리들의 추억으로 채워 갈게.

약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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