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
[기자수첩] 檢, 우병우 수사 '끝' 보여주길 (daum.net)
7일 개봉해 연일 박스오피스 1위 가도를 달리는 영화 '판도라'가 화제다. 이 영화에서 관객의 공감을 사며 널리 회자되는 대사 하나가 있다. 원전 사고 앞에서 무능력의 끝을 보여주는 정부의 모습에 주인공 재혁(김남길 분)이 불만을 표하며 던지는 "사고는 즈그들이 쳐놓고 또 국민들 보고 수습하란다"는 말이다.
왜 아니겠는가. 이 짧은 대사만큼 이 나라가 지나온 길과 오늘의 현실을 아프게 보여주는 문장도 드물다.
부정선거와 유신헌법, 각종 공안사건 조작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어진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것도,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부활의 신호탄을 쏜 것도 오롯이 시민의 힘 덕분이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또 한번 '즈그들이' 친 사고를 국민들이 나서 수습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책임 있는 정부기관은 무얼 하고 있나. 국가 최고 수사기관이라는 검찰은 지난 6월 이후 고구마 줄기처럼 불거진 의혹에 선제적이고 철저한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진경준 전 검사장 비리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번지고, 다시 국정농단 파문으로 이어지는 동안 검찰은 "원칙에 따라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는 말만 반복해왔다.
특히 3개월 이상 우병우 관련 비리를 수사해온 특별수사팀은 우 전 수석과 부인 이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한 차례씩 소환하고 이들의 휴대폰을 확보한 게 드러난 성과의 전부다.
그마저도 우 전 수석이 검찰 조사실에서 팔짱을 끼고 탁자에 걸터앉은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되면서 '황제조사' 파문을 일으켰고 이제는 성과 없이 팀을 해체한다는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다. 우 전 수석 장모인 삼남개발 회장 김장자씨와 규정을 어겨가며 의경 꽃보직으로 전출돼 특혜의혹을 받는 아들 우모씨는 아예 한 차례도 소환하지 않았다.
그동안 시민들은 국정조사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당황시키는 제보를 하고, 행방이 묘연한 우 전 수석을 바짝 뒤쫓고 있다. 이들과 관련한 각종 제보가 언론과 온라인에 이어진다.
돌아보면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 모두 검찰이 낳은 인사다. 이제는 즈그들이 친 사고를 스스로 수습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우 전 수석 수사 갈무리 단계에 접어든 특수팀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사결과를 내놓길 기대한다.
2016. 12. 12.
pen@fnnews.com 사회부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