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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호 Jul 08. 2022

예수 그리스도의 감춰진 12년

파이낸셜뉴스 게재, <가든 오브 에덴> 영화평

[김성호의 영화가난다 20] <가든 오브 에덴>

국내 포스터 ⓒ메 두사 프로두지오네


성경에 기록되지 않은 18세부터 30세까지 예수 그리스도는 무얼 하고 살았을까. 여기 역사 위에 드러나지 않은 예수의 청년기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작품이 있다.


영화 속 예수는 똑똑한 청년 조슈아(킴 로지 스튜어트 분)로 처음 스크린 위에 모습을 드러낸다. 랍비이자 목수인 아버지 요셉과 어머니 마리아 슬하에서 자란 그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고향을 떠나 예루살렘으로 향한다.


예루살렘에서 조슈아가 처음 본 것은 폭력이다. 로마병사들이 죄인들에게 채찍질을 하고 십자가를 지우는 무자비한 장면 앞에 조슈아는 커다란 충격을 받는다.


이후 보아스라는 사내를 만난 조슈아는 그를 따라 들어간 술집 지하에서 금속을 녹여 무기를 만드는 한 무리 유대인을 목격한다. 보아스는 조슈아에게 "폭력은 폭력으로 대항해야만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고 조슈아는 그에게 합류하지도 반박하지도 못한 채 예루살렘을 떠난다.


이후 조슈아는 인도, 이슬람 등지를 떠돌며 사람들이 저마다 섬기는 신과 신앙, 삶의 방식을 접한다. 그는 낙타를 모는 상단에 합류해 함께 생활하며 쉽게 겪지 못할 여러가지 경험도 한다.


그러던 중 도적들에게 습격을 당해 상단이 전멸하고 조슈아는 아지즈라는 이와 함께 사막에서 조난을 당하기도 한다. 한 마리 낙타와 약간의 물로 사막에서 버티던 그들 사이에 마찰이 생겨나고 마침내 아지즈는 조슈아가 잠든 사이 물과 낙타를 훔쳐 달아나기에 이른다.


잠에서 깬 조슈아는 아지즈를 뒤쫓는 대신 "다른 사람을 저주하지 않게 해달라"며 소리죽여 기도하고 길을 떠난다.


조슈아는 '쿰란 공동체' 사람들에게 구조돼 한동안 그들과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아집과 독선을 목격한 조슈아는 다시 홀로 길을 떠난다. 우리가 아는 성경은 그로부터 시작된다.


충분한 고증 없이 잘 생긴 백인이 예수를 연기하는 관행은 이 영화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메 두사 프로두지오네


예수의 감춰진 12년


십여년 동안의 여정을 통해 조슈아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깨달았을까. 그것이 이 영화가 천착한 바다.


하나 분명한 건 <가든 오브 에덴>이 예수를 처음부터 신적인 존재로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화는 드러나지 않은 예수의 12년에 주목해 그가 어째서 그토록 비범한 인물이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조슈아는 성경에서처럼 포도주를 물로 바꾸지 못했고 빵과 생선을 불려 배고픈 이들을 먹이지도 못한다. 앉은뱅이와 장님을 낫게 하지도 못했으며, 눈이 혹할 만한 어떤 기적도 이루지 못한다.


조슈아는 신의 아들이라기보다는 예루살렘, 인도, 이슬람문화권, 사막을 여행하고 많은 일을 겪은 한 명의 여행자다. 그는 여행의 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통해 자신이 믿는 신념을 확고히 해나가며 조금씩 진리에 다가서 간다.


다양한 지역에서 숭배되는 온갖 신들을 목격하고 잔혹한 살인과 배신 등을 경험하는 조슈아로부터 성경 속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기적을 행하고 신을 목소리를 듣는 초월적 존재 대신 신념을 실천하고 치열하게 고뇌하는 청년의 모습은 종교의 유무를 떠나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기 충분하다.        


비록 너무나 잘생긴 백인 조슈아의 모습에서 기존 서구의 예수상을 답습하는 인상이 든 점은 아쉽다. 또한 구성이 지나치게 밋밋하여 감동을 온전히 전하는데 실패한 부분도 분명하다.


<가든 오브 에덴>의 차별점은 생략된 예수의 12년으로부터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그 이후의 역사를 설득력있게 재구성한 시도에 있는 게 분명하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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