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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호 Apr 16. 2023

잘 만든 오락영화 '킹스맨', 어찌 지나칠 수 있을까

오마이뉴스 게재, <킹스맨> 영화평

[김성호의 씨네만세 43] '킹스맨', 여전한 흥행세의 이유는

▲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의 국내 포스터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이하 <킹스맨>)의 기세가 상당하다. 어느덧 개봉 한 달을 맞이하는 이 영화는 지난 5일 새로 문을 연 <순수의 시대>, <헬머니>, <버드맨> 등을 가볍게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 7일까지 누적관객(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399만 6155명을 모으며 400만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는데 관객의 입소문에 힘입은 흥행세는 좀처럼 잦아들 것 같지 않다. 지난 2008년 유하 감독의 <쌍화점>이 기록한 관객수 377만 9553명을 넘어서며 역대 청소년관람불가등급 흥행순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건 덤이다.


<킹스맨>은 영국 출신의 영화인 매튜 본의 작품이다. 세계적인 모델 클라우디아 쉬퍼의 남편으로도 유명한 그는 가이 리치의 데뷔작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와 차기작 <스내치>, <스웹트 어웨이> 등을 제작하며 경력을 쌓았다. 이후 다니엘 크레이그, 톰 하디를 내세운 범죄물 <레이어 케이크>로 연출을 시작했고 <스타더스트>, <킥애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를 통해 할리우드에서도 그 재능을 인정받았다. <킹스맨>은 그의 다섯 번째 메이저 연출작이다.


영화는 킹스맨 스파이가 되려는 에그시(태런 애거튼 분)와 킹스맨 요원으로서 악당을 쫓는 해리(콜린 퍼스 분)의 이야기를 다룬다. 런던 뒷골목에서 뚜렷한 목표 없이 살아가던 청년 에그시가 해리의 도움을 받아 일류 비밀정보요원으로 성장한다는 게 대략적인 줄거리다. 영국 출신 감독의 첩보액션물이라는 점에서 <007>시리즈를 연상케도 하는데, 영화는 그 오프닝부터 제임스라는 이름의 요원을 죽임으로써 <007> 시리즈의 사망과 스스로의 야심을 도발적으로 선언한다.


세간에서는 '수트발'이 잘 받는 '영국 신사 전문 배우' 콜린 퍼스의 첫 번째 첩보액션물이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영국 연극무대에서 경력을 쌓은 콜린 퍼스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츄얼리>,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킹스 스피치> 등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킹스 스피치>는 그에게 유럽영화상, 크리틱스 초이스, 런던 비평가 협회상 등 유수의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한국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그가 생소한 장르인 첩보액션물의 주역을 맡는다는 소식은 놀라운 것이었다. 평소 빨리 걷는 연기조차 잘 보여주지 않았던 그가 거침없는 액션으로 적을 때려잡는 비밀요원을 연기한다니 누가 상상이나 해봤겠는가 말이다.


<킹스맨>은 콜린 퍼스의 액션 입문작일 뿐 아니라 매튜 본 특유의 스타일이 묻어난 키치 액션물로써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극장에서나마 아무 생각 없이 가볍고 유쾌한 영화를 즐기려는 관객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무겁고 진지하거나 가볍고 허술한 영화들 가운데서 일탈적 기분을 선사하는 잘 만들어진 오락영화는 언제고 관객의 선택을 받게 마련이다.


<마이 페어 레이디>로 확인하는 <킹스맨>의 주제의식

  

▲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킹스맨>의 주제의식은 매우 노골적이며 분명하다. 영화에서 해리는 에그시에게 <대역전>, <니키타>, <귀여운 여인>을 아느냐고 묻는다. 여기서 <대역전>은 마크 트웨인의 소설 <왕자와 거지>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에디 머피 주연의 영화로 재벌과 거지의 삶이 바뀌며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 작품이다.


또 뤽 베송의 <니키타>는 뒷골목의 불량 소녀가 정보기관에 발탁되어 전문 킬러로 양성된다는 설정을 갖고 있으며 1990년대 최고의 스타 줄리아 로버츠를 탄생시킨 <귀여운 여인>은 전형적인 신데렐라 로맨스라 할 수 있다. 이 영화들을 아느냐는 해리의 질문에 에그시는 <마이 페어 레이디> 같은 영화냐고 되묻는데 이 장면이 제법 의미심장하다.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로 잘 알려진 <마이 페어 레이디>는 조지 큐거 감독의 1964년작이다. 영화는 영국의 언어학자인 헨리 히긴스 교수(렉스 해리스 분)가 역시 언어학에 조예가 깊은 피커링 대령(윌프리드 하이드-화이트 분)과 묘한 내기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내기의 내용인 즉슨 하층계급의 여인을 한 명 데려와 정해진 기간 안에 세련된 귀부인으로 보이게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들은 빈민가 출신으로 거리에서 꽃장사를 하는 일라이자 두리틀(오드리 헵번 분)을 실험대상으로 선정하고 내기를 진행한다. 히긴스 교수는 일라이자와 숙식을 함께하며 억양, 매너 등을 새로이 가르치는데 좀처럼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라이자와 내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히긴스 교수의 이야기가 적잖은 재미를 준다.


촌스런 억양과 사투리를 구사했던 일라이자가 자연스럽게 상류층의 말씨를 사용하고 사교계에서 매력을 뽐내게 되면서 히긴스 교수와 남녀관계로 발전한다는 점에서 신데렐라 스토리의 시조격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그것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영화는 일라이자가 히긴스 교수에 의해 세련된 귀부인으로 바뀌는 동시에 상류층 특유의 편견으로 가득했던 히긴스 교수 역시 일라이자에 의해 거듭나는 모습을 그려낸다.


영화에서는 억양과 매너로 계층이 구분되는 영국 사회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비춰진다. 히긴스 교수와 피커링 대령은 억양만 듣고도 사람들의 출신 지역과 계층 등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언어학에 정통한데 여기서 말투가 지역 뿐만이 아니라 계층까지를 보여준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현대적 관점으로 보자면 히긴스 교수는 하류층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한 사람이다. 그에게선 고상한 말투와 격식있는 몸가짐이 그 자체로 인격을 반영한다고 믿는 사람 특유의 오만이 묻어난다. 그런데 영화는 언어와 매너를 통한 편견이 히긴스 교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은근히, 하지만 꾸준히 암시한다. 식민지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고 복귀한 피커링 대령에게서만 상대적으로 편견없는 모습이 보일 뿐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에게서 계층적 사고가 읽힐 정도다.


하지만 영화는 억양과 매너가 부차적인 것일 뿐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인간성 그 자체라는 점을 강조한다. 6개월에 걸친 훈련과정으로부터 변화한 건 일라이자 만이 아니었다. 히긴스 교수야말로 그녀보다 더욱 본질적인 변화를 겪었으니 말이다. 그는 사람들을 감탄하게 하는 것이 일라이자의 진실된 마음임을 알아차리고 억양과 매너가 곧 인간성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이처럼 <마이 페어 레이디>는 단순히 신데렐라 스토리의 성공적 변형례를 넘어선 인간성 회복의 드라마다. 물론 외모지상주의나 남성우월적 사고가 은연 중 드러난다는 점이 비판점이라면 비판점이겠으나 시대적 한계를 감안하면 얼마간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킹스맨>에서 에그시가 <대역전>, <니키타>, <귀여운 여인>을 제쳐놓고 <마이 페어 레이디>를 선택한 건 그래서 의미있다. 영화가 단순한 신분상승이나 계층역전 만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상류층의 위선을 폭로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인간성을 드러내겠다는 선포이기 때문이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한 마디

  

▲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의 감독 매튜 본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이와 관련해 해리가 술집에서 딘의 패거리를 손봐주는 장면이 흥미롭다. 영화를 본 이라면 교회신과 함께 하이라이트로 손꼽을 만한 이 장면에서 해리는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Manners maketh man, 이 문장에서 maketh는 makes의 고어체 표현이다-편집자 주)"고 말한 후 일방적인 구타를 시작한다.


이 장면은 영화의 주제와도 연결지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수와 소수가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였다는 것 말고도 뒷골목 술집이라는 하층계급의 공간에서 귀족적 억양을 사용하는 신사가 오래된 격언을 말하는 상황의 아이러니가 상징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장면 이후 영화는 소위 사회지도층이라 불리는 인사들이 얼마 만큼 위선적이며 허위로 가득차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끝에서 에그시를 통해 다시 한 번 이 대사를 되풀이하며 방점을 찍는다. 다시 말해 영화는 의식적으로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주제의식을 반복하여 강조하고 있는 것인데 뒷골목 출신의 에그시에게 '매너'를 말하게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영화엔 '매너 없는' 상류층이 수도 없이 등장한다. 에그시와 함께 킹스맨의 일원이 되기 위해 훈련받던 남성 지원자들은 하나같이 비겁하고 치졸하기 짝이 없다. 그들은 에그시의 억양과 행색만 보고 그를 괴롭히는데 스스로 잘 나가는 집안의 자제임을 밝히면서도 실상은 팀웍도 리더십도 찾아볼 수 없는 구제불능의 얼간이들이다. 영화는 훈련과정의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이들의 특권의식과 허위의식을 낱낱이 까발린다. 여기서 상류층 출신, 그것도 남성에게서만 이같은 모습이 보여진다는 점은 철저히 의도된 설정이라 할 수 있겠다.


이들이 들어가려 애쓰는 킹스맨이라는 조직 자체도 구시대적이며 편견으로 가득 찬 집단이다. '카멜롯의 기사들'을 본따 코드명 아서, 멀린, 랜슬롯 등으로 이뤄진 이 집단은 오직 상류층 자제에게만 개방된 비밀결사다. 극 중 아서와 해리의 대화에서 엿보이는 것처럼 킹스맨은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집단이며 신분이 다른 신입을 꺼린다. 개를 쏘라는 마지막 시험을 여자인 록시가 에그시보다 먼저 통과하자 아서는 '여자보다 못하다'고 꾸짖는데 이와 같은 발언에서도 남성우월적 편견이 읽힌다.


인류의 대부분이 끔찍한 방식으로 절멸될 상황을 만들어놓고도 별다른 죄의식을 갖지 않는 상류층 인사들의 행태도 영화는 적극 풍자한다. 스웨덴의 수상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지도층 인사들이 악당 발렌타인의 계획에 참여하는 불명예스런 선택을 하는데 감독은 결말부에서 이들의 머리를 멋들어지게 까부수는 영화적 단죄를 감행한다. 고귀해 보이기만 하던 공주님의 적극적인 성생활을 보여주는 장면도 이와 같은 풍자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재미있고 멋있는데 영리하기까지 하다니

  

▲ <007>시리즈 중 <나를 사랑한 스파이>와 <문레이커>에서 강철이빨 죠스를 연기한 배우 리처드 키엘 ⓒ 이십세기폭스


<킹스맨>은 멋들어진 액션과 적나라한 풍자, 첩보액션물의 재미까지 한 데 갖춘 오락영화다. <마이 페어 레이디> 류의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 또는 신분상승의 이야기가 주는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과대망상의 악당으로부터 지구를 구한다는 영웅물의 구성에 '아더왕 이야기'나 <스타워즈>, <원티드>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선택받은 인물이 훈련받는 재미'까지 더했다. 조직 내부의 배신을 찾아 제거한다는 점은 누아르 영화의 그것과 같고 여러가지 신무기와 기억삭제 장치는 <007>, <맨 인 블랙>시리즈를 겨냥한 듯하다.


영화엔 소품이나 복식, 장소, 음악 등도 인상적으로 쓰였다. 특히 발렌타인의 힙합스타일과 킹스맨의 맞춤정장, 맥도날드 햄버거와 와인, 고급술(브랜디, 위스키)과 맥주, 파티장과 개방된 공간(야구장, 해변) 등을 대비해 주제의식을 암시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발렌타인의 곁에서 행동대장 격으로 활약하는 가젤의 무기도 색다르다. 그녀의 무기는 남아공 육상대표 출신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의 의족을 연상케하는 칼날이 달린 다리인데 이는 자연히 <007>시리즈 희대의 악당들과 이어진다.


<007>시리즈의 팬이라면 그 중에서도 누구나 강철이빨 죠스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독특한 신체적 특징을 가진 악당을 꼽을 때 어찌 그를 제외시킬 수 있겠는가 말이다! 강철이빨 죠스는 <007>시리즈 10번째 영화 <나를 사랑한 스파이>와 11번째 영화 <문레이커>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사랑받은 악당 중 한 명이다. 듣자니 강철이빨 죠스를 연기한 배우 리처드 키엘이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해 9월 10일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늦었지만 그의 명복을 빈다.


클라이맥스에서 악당의 계획에 동참한 이들의 머리를 마치 원자폭탄이 터지는 듯 터뜨리는 장면에서 '위풍당당 행진곡'(Pomp and Circumstance Military Marches, Op.39 , No.1 in D Major)이 삽입된 것은 영화에서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일 것이다. 스탠리 큐브릭의 그 유명한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엔딩신을 오마주한 것으로 보이는데 파괴적인 상황과 아름다운 음악의 기묘한 조화는 근래 보기드문 감상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위풍당당 행진곡은 1902년 에드워드 7세의 대관식에 사용된 이래 영국 제2의 국가라고까지 불리며 널리 사랑받아왔다. 제목인 'Pomp and Circumstance'는 셰익스피어의 <오델로>에서 따온 것이다.


극중 협력자의 이름이 표기된 발렌타인의 수첩에 여왕의 이름까지 올라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음악과 함께 터져나간 영국 지도층 인사의 머리가 얼마나 됐을까도 궁금해진다. 이에 앞서 스탠리 큐브릭은 1964년작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엔딩씬에서 핵폭발 장면들을 연속적으로 삽입하고 배경음악으로 부드러운 선율과 희망찬 가사를 가진 'We will meet again'을 사용한 바 있다.


그럼에도 찝찝함이 남는 이유는

  

▲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를 통해 첫 액션연기에 도전한 콜린 퍼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킹스맨>은 여러모로 익숙함을 참신함으로 변주한 매튜 본의 세련된 감각이 빛을 발한 영화였다. 특히 전반부 만큼은 영리하고 유쾌하기까지 해서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만큼 만족스러운 작품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교회 액션신 이후부터는 허술한 점도 적지 않았다.


악당의 본진에서 벌이는 결전은 허술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조잡했고 영화가 이어온 긴박감마저 붕괴되는 인상이 들어 아쉬웠다. 주인공은 적의 총알을 피해다녔고 아무리 방탄수트에 방탄우산이라 해도 반발조차 느끼지 않는 연출이 실소를 자아냈다. 만약 기존 첩보물의 액션을 비꼬려는 의도가 있었다 해도 영화의 리듬을 지나치게 해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영화 전반에서 폭력과 죽음이 너무나 많이, 또 가볍게 다뤄지는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영화엔 교회신 이후부터 전 세계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죽이는 상황이 등장하고 심지어는 주인공의 엄마가 이성을 잃고 자신의 딸을 공격하려 하는 장면까지 나오는데 이런 장면이 꼭 필요했던가 하는 의문이 든다.


살인과 폭력은 범죄이고 이를 촬영해 공중에 공개하는 것 역시 도덕적으로 비난받는 행위인데 살인과 폭력을 영화적으로 가공해서 심지어는 매력적으로 포장하기까지 하는 이와 같은 영화들은 과연 어디까지 용납될 수 있는 것일까? 도대체 이토록 적나라한 폭력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와 영향을 미치게 될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전개에 필수적인 수준 이상의 폭력을 빚어내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엔 중심 이야기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격투가 지나치게 많이 등장하고 엄마가 아이를 공격하는 장면을 사족처럼 삽입해 불편함이 느껴졌다.


이보다 훨씬 폭력적이지만 그와 같은 장면이 꼭 필요했구나 하고 느껴지는 영화를 얼마쯤 알고 있는데(예를 들면 페킨파나 타란티노의 영화들) <킹스맨>이 만들어낸 폭력은 그와는 다르다고 느껴졌다. 영화 속에서 허용되는 폭력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의미없는 폭력이란 적으면 적을 수록 '매너'에 가까울 것이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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