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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호 May 19. 2023

'분노의 질주: 더 세븐', 떠나간 형제에게 바친다

오마이뉴스 게재, <분노의 질주: 더 세븐> 영화평

[김성호의 씨네만세 52] 액션 마니아들에겐 반가울 법한 영화...한국 흥행 '청신호'


▲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세븐> 출연진 ⓒ UPI코리아


하늘 아래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우리는 주변의 많은 것들이 마치 영원하기라도 할 것처럼 믿고 살아간다. 그리고 마침내 그러한 믿음이 속절없이 깨어지는 순간이 오면 우리는 우리의 무력함을 확인하는 것이다.


때로 이별은 불현듯 찾아온다. 어떠한 슬픔도 헤어짐을 지연시킬 수 없음이 야속하기만 하고 그가 나의 세계에서 완전히 지워졌음을 문득 깨닫고는 커다란 상실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한 상실감을 감당하는 건 언제나 남겨진 자들의 몫이다. 그러므로 떠난 이를 보내주는 의식 역시 오롯이 남겨진 자들의 것이다.



폴 워커에게 바쳐진 <분노의 질주> 일곱번째 작품

  


지난 1일 개봉한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은 2013년 사망한 배우 폴 워커의 유작이다. 시리즈를 이어오며 유난히 돈독한 친분을 자랑했던 배우들은 촬영기간 중에 발생한 폴 워커의 죽음에 깊은 상실감을 표한 바 있다.


폴 워커와 함께 이 시리즈의 오리지널 멤버라 할 수 있는 빈 디젤, 드웨인 존슨, 미셸 로드리게즈, 타이레즈 깁슨, 루다크리스, 조다나 브류스터까지 7명의 배우가 모두 함께 출연한 것도 이와 연관이 깊다. 이들은 이번 편에 함께 출연함으로써 새로 메가폰을 잡은 제임스 완 감독과 함께 폴 워커를 떠나보내는 의식을 치렀다.


엔딩곡 'See You Again'과 함께 기존 시리즈에 브라이언 오코너 역으로 등장한 폴 워커의 모습이 등장하는 것 역시 이러한 의식의 일환이라 할 수 있겠다. '알지 못하던 사이에서 친구가 되고 다시 형제가 되었네'라는 노랫말은 후회없이 가족을 떠나보내고픈 형제들의 마음을 말해준다.


폴 워커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 배우와 스태프만은 아닐 것이다. 관객 역시 그의 죽음에 아쉬움을 표한다. 영화가 시리즈 가운데 최고의 흥행성적을 구가하고 있는 점이나 엔딩곡이 20여 개 국가 아이튠즈 차트 1위에 올라있는 점 등이 이를 대변한다. 사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브라이언 오코너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폴 워커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알려진 것처럼 폴 워커의 사망 이후 출연진을 추스르고 그를 추도하는 영화를 만들어낸 데는 감독 제임스 완의 역할이 컸다. <쏘우>, <컨저링> 시리즈로 할리우드에서 상당한 명성을 얻은 그에게 <분노의 질주>는 첫 번째 블록버스터 도전이었는데, 주연배우의 죽음이라는 악재 앞에서도 탁월한 리더십과 역량으로 촬영을 이끌었다는 후문이다. 이 영화의 성공으로 공포·스릴러 장르의 팬들은 재능있는 연출자를 잃었으나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는 새로운 피를 수혈한 것으로 보인다.


토니 자와 론다 로우지, 그리고 제이슨 스타뎀

  

▲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세븐>에서 악역으로 출연해 빈 디젤과 연기대결을 펼친 제이슨 스타뎀 ⓒ UPI코리아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은 초기작들에서의 자동차 액션에 더해 3편 이후의 대규모 블록버스터 라인을 따르는 기색이 역력하다. 영화는 기존 시리즈와 비교해 자동차 액션을 한층 발전시켰을 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적 매력을 한 곳에 모으고 역대급 악역까지 등장시키는 등 오락영화의 극단을 보여주겠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내보인다.


덕분에 영화는 카체이싱과 격투 액션은 물론이고 범죄물과 코미디, 첩보 액션과 <트랜스포머>류의 기계 액션, 멜로와 가족드라마적 요소까지가 고루 모여 있는 보기 드문 작품이 되었다. 시리즈 최대 제작비를 들여 일본과 두바이, LA를 오가며 총 230대의 차량을 파손시키는 엄청난 규모의 액션을 찍어낸 점도 내세울 만하다.


최소한의 CG를 사용하고 대부분의 장면을 스턴트로 소화한 부분은 <분노의 질주>시리즈가 지향하는 노선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세계에서 비싼 차로 손꼽히는 부가티 베이론(Bugatti Veyron)을 이용한 두바이 고층빌딩 액션신과 브라이언 오코너가 절벽에 걸린 버스에서 탈출하는 장면은 그리 새롭지는 않지만 근래 보기 드문 쾌감을 선사하는 멋진 장면이라 하겠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다 다소 난잡하고 어수선한 인상을 남긴 점이 아쉬운 관객도 있겠으나 액션 매니아들에게는 이 영화가 반가울 법하다.


주연 외에 출연한 배우들의 면면도 인상적이다. 그야말로 충격적인 존재감의 악역 데카드 쇼를 연기한 제이슨 스타뎀을 비롯해 <옹박> 시리즈의 히어로 토니 자와 현존하는 최고의 여성 격투가로 이름 높은 론다 로우지가 제법 비중있는 역할로 등장한다. 왕년의 액션스타 커트 러셀 역시 고스트라는 별칭을 가진 정부 요원으로 등장해 도미닉(빈 디젤 분)에게 자신의 지휘권을 넘기는데, 과거의 액션스타가 현재의 액션스타에게 권력을 이양한다는 점에서 제법 의미심장한 장면이라 하겠다.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은 개봉 8일째인 지난 8일까지 전국 146만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 중이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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