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입사준비 12
이런 류의 질문에서는 질문자와 응답자 사이의 약속이 중요하다. 사람이라거나 배나 비행기, 온갖 것이 다 들어있는 서바이벌 키트 따위를 고르는 것은 질문자의 의도를 넘어 판을 깨는 답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이 질문을 개인이 휴대하고 소유할 수 있는 개별 물건에 국한시켜 답해보고자 한다.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무인도가 내게 어떤 의미를 갖는 공간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단 세 가지의 극히 제한된 물품만을 가져갈 수 있다는 건 극히 제한된 목적만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무인도라는 공간을 생존, 나아가 삶의 터전으로 이해하느냐, 탈출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선택할 물품의 목록이 바뀌게 될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무인도는 사람이 살지 않는 외딴 섬을 의미한다. 구조가능성이나 기후, 자연상태, 생명체의 존재여부 등 다양한 조건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뿐이다. 때문에 무인도에 가져갈 세 가지의 물건을 탈출을 위해 고르는 것은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무인도의 환경에 따라 원천적으로 탈출이 힘든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탈출보다는 생존,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현명하다. 물론 탈출이 당위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3가지 물건을 모두 탈출이나 구조를 위한 물건으로 선택할 수도 있겠으나 생존 그 자체가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3가지 물건을 모두 생존을 위한 것으로 고르는 편을 택할 것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반드시 다른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인도에 가져갈 3가지 물건은 내게는 무인도에 가져갈 생존도구 3가지가 된다. 그리고 그 물건은 각각 최고의 생존지침서와 다용도 칼, 어떠한 조건에서도 잘 자라는 감자나 바나나와 같은 작물의 씨앗이다.
우선 나는 도시에서 나고 자라 무인도에서의 생존능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생존을 위한 행동양식과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할 필요가 있고 여기엔 생존지침서 만큼 적절한 수단은 없을 것이다. 식수를 구하는 것부터 안식처를 만들거나 사냥을 하는 방법, 구급조치 등 생존을 위한 여러 노하우들은 무인도 생활에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단조롭고 지루해지기 쉬운 무인도 생활에서 수많은 생존지침이 담긴 책은 온갖 도전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생존 이후의 삶을 위해서라도 생존지침서는 반드시 챙겨야 할 물건이다.
생존지침서가 있다고 해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없다면 생존가능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불을 피우는 것부터 다른 도구를 만들거나 먹거리를 손질하는 일까지 도구가 없다면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울 것이다. 생존을 위한 다용도 칼은 그래서 중요하다. 최근 나온 다용도 칼 중에는 부싯돌은 물론 태양열로 충전되는 랜턴이나 각종 기능성 칼날 등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여러 기능을 갖춘 제품도 있다고 한다. 험난한 무인도 생활을 앞두고 이런 물건을 택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감자나 바나나 같은 작물의 씨앗이 필요하다. 생존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먹거리가 중요하고 별다른 공정없이 쉽게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의 씨앗을 가져간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밖에도 섬에서의 외로운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녹음기나 두껍고 어려우며 쉽게 잊히는 책, 거울 따위도 생각해 보았으나 3가지의 우선순위에는 들지 못해 제외하였다. 결국 인간이란 살아가기 이전에 생존해야 하는 것이다.
2014. 6. 30. 월요일
김성호